[파이낸셜뉴스] 지난 7월 신림역에서 흉기난동 사건 이후 흉기를 소지한 채 공공장소를 배회하는 등 흉기 소동으로 시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반면 공공장소에서 흉기를 소지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2일 관련 법령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 흉기를 숨겨서 지니고 다니는 사람은 10만원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 2항(흉기의 은닉휴대)은 칼·쇠몽둥이·쇠톱 등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끼치거나 집이나 그 밖의 건조물에 침입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연장이나 기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숨겨서 지니고 다니는 사람의 경우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커터칼, 회칼 들고 거리 활보
실제 공공장소에서의 흉기 소지로 벌금 10만원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A씨는 지난 2021년 9월 경기도 소재 한 서비스센터에서 칼을 소지한 혐의로 벌금 1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 전자제품 서비스센터를 방문해 담당직원과 전자기기에 대한 상담을 하던 중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홧김에 자신이 휴대한 칼로 자해하겠다며 상대방을 위협한 것으로 조사됐다.
잭나이프, 회칼, 망치 등을 신문지에 감싸 주머니나 가방에 넣어 소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영화에서처럼 다리에 휴대용 칼을 소지해 처벌을 받는 사례도 파악됐다. B씨는 지난 2020년 경기도 안산시 자신의 주거지 앞에서 오른쪽 무릎에 착용하고 있는 보호대에 길이 19㎝의 과도를 꽂아 소지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10만원 벌금, 범죄 제재 실효성 떨어져"
대부분의 판례들이 특수협박 등의 혐의와 함께 처벌이 이뤄져 벌금 10만원만 선고받는 경우는 드물지만, 흉기 소지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에 반해 처벌 수준이 낮아 범죄 제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가은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이 지난달 펴낸 소식지 '이슈와 논점'에서 흉기소지 규제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법정형 상향 △흉기의 정의 확대 △공공장소 흉기소지 규정 신설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범행도구로 쓰이는 과도나 식칼 혹은 너클과 같은 흉기는 처벌 수위가 더 높은 '총포화약법'상 도검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아 경범죄 처벌법을 적용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때문에 경범죄 처벌법의 형량기준을 60만원 이하로 상향하거나 '공공장소 흉기소지' 조문을 신설해 형사소송법에 따라 현행범 체포가 가능하게 하고, 흉기의 범위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회에서도 흉기 은닉의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발의됐다.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흉기 은닉의 처벌 수준을 1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경범죄 처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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