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거리유지하며 수비하고 호시탐탐 크로스를 노리는 유저를 만났다.

보통 크로스유저들은 좌우 윙이나 풀백으로 요리조리 패스를 주고받다가

한순간 자기진영쪽으로 방향을틀어 공격수의 교차를 노리고 얼크를 날린다.

이런 습성을 본인도 갖고있었기에 잘 알고 있었으며, 상대또한 예상대로였다.

그러나 방법을 안다해도 모든걸 막는것은 무리..

그간 계속되는 상대와 나의 공방전속에 스코어는 0:0인 상황

경기시간 80분쯤 상대 하메스의 발끝을 떠난 공은 루카토니의 몸통을 향해 날아갔으며,


루카토니는 날아오는 크로스를 가슴트래핑 후 정확히 골대를 맞췄다.

"팅"

맑고 경쾌한 소리가 난 뒤 골대를 맞고 튕긴 공은 내 왼쪽풀백 어윈에게 향했고

그 순간 상대방은 계속되는 공방전에 지쳤는지 "시1발"이라는 글자를 썼다.

엔터 포함 8번의 타자로 글자를 입력하는동안 나는 전방에 있던 좆두에게 큐떡을 날렸다.

스테미너가 떨어진 좆두였지만 수비수가 빈탓에 손쉽게 공을 받을 수 있었다.

측면지역에서 공을잡은 찰나 화면을 보니 상대센터백 둘과 상대수미였던 '좆좆투레'

그리고 그들의 속도와 엇비슷하게 뛰어오는 나의 드멘과 슈케르..

'이대로 골대쪽으로 달릴까? 크로스를 올릴까?' 하고 망설이던 사이에 상대풀백이 좆두에게 다가왔다.

마땅히 벗겨낼 공간도 없는상황. 최악의 플레이인 옛다 아무나 받아라식의 크로스를 날렸다.

전문윙어가 아닌 좆두의 크로스는 역시나 상대수미 '좆좆투레' 쪽으로 스멀스멀 날아올랐다.

엉성한 크로스가 날아오르는 그 짧은시간동안 나는 생각했다.

'좆좆투레가 저 공을 헤딩으로 걷어낸다면, 바로 역습 오는거 막고 연장전이나 준비해야겠다.'

그 때였다. 우주의 기운이 내게 깃든것일까?

크로스를 막으러 나오는 상대 키퍼 데헤아와 빽헤딩을 해버린 좆좆투레

공은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아무도 지키지 않는 텅 빈 골대 모퉁이로 들어갔다.

상대는 울고, 나는 웃었다.

멘탈이 나갔는지, 아니면 자책골은 자신이 넘겨야 한다는걸 모르는지..

자책골 장면을 3번씩이나 보여주고있는 와중에도 상대는 넘기지 않고 채팅창에 의미없는 욕설들을 내뱉기만 했다.

나는 아무런 채팅을 쓰지 않은채로 여유넘치는 승자코스프레를 하며 조용히 상대방 킥오프를 바라보았다.

상대방의 3~4차례의 자기진영 패스 후, 심판은 경기종료 휘슬을 불었고,

경기결과 화면으로 넘어가기 전 나는 상대에게 잽싸게 감사인사를 했다.

'강등ㅊㅋ승급ㄱㅅ'

아마 상대방은 키보드를 새로 사야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