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메카=신재연 기자] 지난 10월 열린 파이널 판타지 14 팬 페스티벌은 오랜만의 오프라인 행사와 요시다 나오키 PD의 방문으로 큰 호응을 받았다. 특히 기조강연에서는 신규 확장팩 출시일 발표와 함께 한국 유저들이 그토록 바라던 글로벌 업데이트 동기화 소식이 전해지며 팬들의 분위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다만 당시에는 업데이트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남아 있고, 대부분 계획에 그친 상황이기에 다소 확실한 답을 듣지 못해 유저들 사이에서도 앞으로의 향방에 대한 의문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7.0 업데이트 초읽기에 들어선 파이널 판타지 14 한국 서버 운영 프로듀서 최정해 실장을 만나 ‘황금의 유산’과 지난 팬 페스티벌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Q. 효월의 종언에서 게임이 많이 성장했다. 대략적인 성장세를 알 수 있을까?
신생부터 효월까지 매출이나 트래픽은 지속적인 우상향이었다. 글로벌도 유사한 추세로, 황금에서도 이 상황은 이어졌다. 한국도 이와 같은 성과를 유사하게 보일 것이라 전망한다.
Q. 황금의 유산을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고, 현지화 관련 어떤 부분을 신경 썼나?
팬 페스티벌 동시 준비가 정말 어려웠다. 그 전 페스티벌은 온라인이었기에 인력 분할이 가능했지만, 이번에는 오프라인이라 현장에 많은 유저들이 오다 보니 병행이 힘들었다.
현지화는 신규 직업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기술 번역, 특히 바이퍼를 많이 신경 썼다. 픽토맨서는 음차 번역이 주였던 흑마도사의 전례가 있어 이를 그대로 사용했다. 다만 바이퍼는 특징을 살리기 위해 완역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뱀 사에 갈 행을 쓴 ‘사행’은 음독하면 의미를 바로 알기 어려워 ‘뱀걸음’으로 번역했다.
또, 스토리에서는 관직이 있으면서 강도를 고용해 타인의 재물을 약탈하는 극악무도한 인물로 ‘벌처’가 등장하는데, 우리나라에선 벌처(독수리)를 비열한 느낌으로 보지 않는다. 그래서 하이에나, 탐관오리 등을 고민하다 흔히 쓰이는 ‘승냥이’로 번역했다. 이와 같이 세계관을 유지하면서도 서사를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읽을수록 포인트가 많아 원활한 이해가 가능하게 완역에 집중했다.
Q. 황금의 유산 스킬 밸런스와 염색 파트 추가는 어떤 버전에 맞춰 도입되나?
직업 스킬 계수와 신규 염색 시스템 모두 7.05 버전에 맞춰 조정된 상황으로 도입된다.
Q. 유저들에게 선보일 때 가장 기대되는 콘텐츠는 무엇인가?
파이널 판타지 14에 있는 모든 콘텐츠를 경험해봤으면 좋겠지만, 꼭 의미 있게 플레이하기를 바라는 것은 메인 시나리오다. 하이델린-조디아크 사가라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 뒤 시작되는 또다른 이야기의 서막이므로, 많은 새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Q. 팬 페스티벌에서 한국 서버 업데이트 주기를 글로벌과 맞추겠다고 했다. 작업 자체가 막중한 업무인데, 원래부터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건지 이제 해 나가야 하는지가 알고 싶다
패치 주기 단축은 어렵지만 숙원 중 하나였다. 다만 이건 우리의 의지가 아닌 스퀘어에닉스 개발팀이 해결할 문제였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이를 제안했지만 “어렵다, 안된다”고만 했다. 그런 와중 지난 8월 요시다 PD가 중국 팬 페스티벌 기조강연에서 동시 릴리즈 소식을 전했고, 그걸 SNS에서 확인했다. 사실 그 전에는 어떤 정보도 없었기에 요시다 PD에게 장문의 메일을 썼고, “한국 서버가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작긴 해도 그 열정은 아주 높기에 고려해달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음날 회신이 왔고 “당시 한국 서버도 이 기조를 같이 가져갈 생각으로 발표했다. 중국 서비스 이후 한국 서비스도 같은 정책을 이어갈 테니 걱정하지 마라. 다만 동시 릴리즈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내용을 보고 사무실에서 육성으로 환호했다. 이제 남은 것은 발표 시점인데, 요시다 PD가 매우 바빠 미리 기조강연 때 부탁을 드리려 했지만 어려웠다. 그래서 팬 페스티벌 전날 함께 저녁을 먹을 때 이야기를 꺼냈고, 그게 이루어졌다. 전날 밤에 발표가 확정된 셈이다.
현재까지는 글로벌 출시 후 완성본을 받아 번역과 녹음이 진행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글로벌 현지화와 동일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가능하다면 다음 확장팩 전에는 동시 출시가 가능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이에 7.2 업데이트부터 새 현지화 시스템을 준비한다. 중국을 포함한 다른 서버는 스퀘어에닉스가 직접 하지만, 한국 서버만 유일하게 우리가 맡는다.
새 시스템이 문제 없이 정착한다면 8.0 업데이트 전에 완벽한 서비스 제공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우선할 예정이다. 이에 메이저 패치 간격 수정이 관건이다. 우선 업데이트 간격을 단축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기에, 앞으로 대규모 업데이트 간격은 점차 짧아질 예정이다. 현재 현지화와 QA 담당을 각각 2명 채용했고, 내부 프로세스를 구축한 뒤 여건이 되면 더 채용하고자 한다.
Q. 인 게임 이벤트 빈도는 어떻게 될 예정인가?
내년엔 메이저 패치 주기가 짧아질 것이고, 여기에 집중하면서 이벤트는 자연스럽게 감소할 수밖에 없다. 패치 주기를 맞추기 위함이므로 이해를 부탁 드린다. 이벤트가 있고 패치가 늦는 것보다는 이벤트가 적더라도 패치 주기 단축에 집중하는 것을 선호하실 것 같다.
Q. 업데이트 서버 안정화 위한 조치로는 무엇을 대비했는가?
서버 점검은 27~28시간 가량으로 예정됐다. 7.0 패치만 55GB 이상으로, 기존 용량을 더하면 약 140GB 가량이다. 다운로드가 오래 걸릴 것 같아 전날 저녁부터 미리 패치를 받을 수 있게 준비할 예정이다. 2일 저녁부터 3일 저녁까지 약 22시간 사이라면 충분할 것이라 본다.
서버 혼잡도 자체는 이전 인터뷰에서 언급한대로 서버 교체도 한 차례 이루어졌고, 많은 트래픽을 받을 준비도 완료돼 우려는 적다. 업데이트와 함께 한국판 운영팀과 스퀘어에닉스의 실시간 모니터링도 예정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저가 몰리면 딜레이는 발생할 수밖에 없어 캐릭터 간략화 표기는 있다. 다만 환상약은 사용할 수 있다. 로스갈 여성 추가를 기대하는 유저들이 있고, 그래픽 업데이트로 기존 커스터마이징과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번 환상약을 먹으면 한 시간 사이에 자유롭게 커스터마이징을 바꿀 수 있는 업데이트도 예정됐다.
Q. 팬 페스티벌과 오케스트라 콘서트로 유저들의 반응을 가까이서 봤다. 어떤 생각이 들었고, 황금의 유산 업데이트 이후 오프라인 이벤트는 얼마나 늘릴 생각인가?
이번 팬 페스티벌을 준비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작년 이맘때쯤 참가한 런던 팬 페스티벌 현장 규모가 한국과 유사한 5,000명 정도였다. ‘한국에도 이만큼 와줬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지만 실현될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다. 4,000명만 와도 성공이라 봤는데, 티켓 5,000장이 매진돼서 놀랐다. 오케스트라 공연도 매진이라 시야제한석까지 추가 판매했을 정도다.
이렇듯 스토리와 콘텐츠를 즐기던 유저들이 게임의 경험을 현장에서 느끼며 애정이 더 깊어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느꼈다. 파이널 판타지 14를 서비스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생각했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물론 한편으로는 유저들의 지갑 사정이 다소 우려가 되긴 했지만, 즐겨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유저들만큼 한국판 운영 및 개발팀 또한 큰 에너지를 받았다.
내년에는 한국 서버 10주년을 맞이한 해이므로 10주년을 기념해 방송은 기존 레터라이브 보다 큰 규모로 진행하려 한다. 10주년인 만큼 온오프라인 전반으로도 여러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대한 오프라인에서 유저들을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만들기 위해 지스타 출전도 검토 중이다.
Q. 바이퍼 코스프레, 에테라이트의 향방, 롱 폴 댄스 등 화제가 된 팬 페스티벌 후일담이 궁금하다
2015 지스타에서 벌칙으로 진행했던 미코테를 시작으로 적마, 현자에 이어 네 번째로 바이퍼 코스프레를 했다. 채팅창에서는 유저들이 픽토맨서 코스프레를 요청했는데, 남자 캐릭터가 크롭티를 입고 있어 “어려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걸 했다면 고통받는 유저들이 많았을 것이다. 게다가 내부에서도 극구 반대가 있어 바이퍼를 채택했다.
다만 바이퍼는 인조 가죽으로 옷을 만들었는데, 가뜩이나 더운 현장에서 가죽옷까지 입어 조명을 받으니 매우 더웠다. 결국 얼굴에 경련이 올 정도로 더위를 먹어, 옷을 갈아입고 휴식을 취한 뒤 행사를 이어갔다. 의상은 주문제작인데 오래 활용하고 싶었지만 체력 이슈가 아쉽게 다가왔다.
에테라이트는 팬 페스티벌 콘셉트가 올드 샬레이안이었고, 지역 대표 상징물이 에테라이트라 생각해 설치했다. 가격은 약 1억 원이고, 무게는 2톤, 높이는 3m에 가깝다. 그 크기가 너무 커 설치, 이동, 보관에 드는 비용이 새로 만드는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렇기에 안타깝지만 폐기했다. 그래도 현장에서 많은 분들이 촬영하고 즐겨 주셔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유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롱 폴 댄스는 전문 댄스 강습소 강사님께 의뢰해 10시간 이상 연습했다. 제가 음치에 박치라 첫 연습 영상은 정말 난리였다. 최선을 다한 결과인데, 많이들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다. 후반부 펌프질은 버프를 나눠준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했다.
Q. 유저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샬레이안 마법학부 콘텐츠 등의 방송을 더 만나볼 수 있는지가 궁금하다. 또 한국에서 인기를 끈 자유부대 단위 대규모 연합 토벌전 등 단체 이벤트 예정도 알고 싶다
연말쯤 황금의 유산 콘텐츠를 체험하고 둘러보는 송년회 느낌의 방송을 준비하려 한다. 오랜만에 복학생도 찾아온다. 올해는 너무 많은 일이 진행됐고, 내년 계획은 불확실해 현재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이 정도다. 자유부대 이벤트는 반응이 매우 좋았지만, 한국 유저들 특성 상 경쟁이 너무나 치열해 잦은 이벤트는 유저들의 건강이 우려된다. 적절한 선에서 진행하려 한다.
Q. 사전 예약 발표 당시 인기를 끌었던 설정집 3권 번역 과정은 어땠나?
설정집 3권은 34만 자로, 대학교 전공 서적이 15~20만자 가량이다. 핵심 설정이 책에 담겨 있어 번역과 감수에 많은 시간을 썼다. 책은 한 번 인쇄를 하면 돌이킬 수 없기에 오탈자 검수에도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다. 확장팩, 팬 페스티벌, 설정집 감수가 함께 진행돼 꽤 힘든 작업이었다. 여담으로 이런 류는 부가 사업에 가깝다. 이익보다는 팬들이 게임을 더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취지가 크다. 다만 많이들 사 주셨기에 이익을 내서 전망은 좋다. 스퀘어에닉스 출판팀도 판매량을 보고 더 해보자고 제의할 정도다. 업데이트가 안정화되고 여력이 나면 다른 책도 진행하려 한다.
Q. 번외지만, 얼마 전 파이널 판타지 14 모바일이 발표되며 국내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파이널 판타지 14 모바일이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될 것이란 소식은 들었다. 공식 자료 발표 후 스퀘어에닉스에게 한국 서비스를 한다면 우리가 하고 싶다는 의지를 전했다. 스퀘어에닉스 측에서는 글로벌 출시를 준비할 때 고려하도록 하겠다며 열심히 준비했으니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발표 소식만 봤을 때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기에 지켜보려 한다.
Q. 황금의 유산을 기다리는 유저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부탁드린다
황금의 유산은 하이델린-조디아크 사가의 대서사시가 마무리 된 이후 시작되는 새로운 서사시를 담았다.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시작될 예정이고, 대규모 그래픽 업데이트를 통해 이전에 느꼈던 세상을 더 나은 모습으로 만나볼 수 있다. 내년이 10주년인데 현 시점에서 팬 페스티벌과 같은 큰 행사를 치룰 수 있었던 것은 유저들의 것은 애정과 플레이 덕분이라 생각한다. 매우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열심히 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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