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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말 감상

‘파타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9.17 13:2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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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는 그 빼어난 글솜씨 외에도 다른 쪽으로도 유명한 작가인데, 일본이 다시 천황을 중심으로 제국으로 스스로를 변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인질극을 벌이다가 그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할복 자살한 사건이다. 유키오는 여러 가지 의미로 그 문제적 일본의 문화적 중심부를 차지한 사람이었으며, 덕분에 이 사건과 더불어 한국에서 탐미주의보다는 민족주의로 이름을 알리게 된 감이 있다. 특히 자살 직전까지 쓰고 있다 원고를 넘기고 인질극을 벌인 <풍요의 바다> 연작은 일본 문화의 미美와 천황 중심의 옛 귀족 사회를 하나로 이어 거대한 불교적 세계관 속에서 불결하며 덧없는 속세와 윤회를 통해 계속 이어지는 아름다움을 그려내고 있으며, 아련한 사랑 이야기라는 통속적인 주제의 존재감 덕분에 비교적 이러한 점이 드러나지 않는 <봄눈>과는 달리 <달리는 말>부터는 그게 본격적으로 대두된다. 



그래서 사실 이 책이 이렇게 출판된 게 약간 신기하긴 하다. (한국의 미시마 유키오 수용사를 다루는 논문에서도 언급하듯, 유독 미시마 유키오의 글은 그 대중적 인기와 평단의 호평과 괴리될 정도로 드문드문 출판되었다) 아마 이건 유키오에겐 애석하게도-그리고 어쩌면 한국의 여럿에게도 애석하게도-이 주제가 이젠 정말 시대에 안 맞을 정도로 뒤떨어져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모셔놓듯 전시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비록 여전히 한일 관계에 대한 논란은 뜨겁지만, 진지한 학술적 영역에서의 논란보다는 완전히 대중주의적 영역으로 넘어가버린 상황이다보니 그럴지도 모르겠다. 니라면 최소한 30년대 일제 시절을 배경으로, 일본을 좀먹는 서구 앞잡이 자본가를 암살하고 천왕 중심으로 나라를 개편해 옛 영광을 되찾아 다시 돌격해 나가야 한다는 글이 출판될 일은 없었을 테니까.



다만 말은 이렇게 했지만, <달리는 말>이 이런 맥락에 비해 진지하게 군국주의적 회귀를 주장하는 글은 아니다. <달리는 말>은 무엇보다도, 아름답게 죽고 싶은 젊은 남성의 이야기다. 이 아름다움의 기준은 당연히 예로부터 이어져 오는 전통적인 일본 미학의 관점이며, 온갖 화려하고 화사한 것을 즐기던 귀족 기요아키는 강직하고 필사적인 준-가미카제 무인 이사오로 다시 태어난다. 그가 이곳에서 체현하는 것은 다시금 아름다움이다. 아름다운 것은 지속될 수는 있어도 영원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 죽음을 반드시 아름다운 영역에서 통제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사오는 메이지 유신에 대한 반발로 구시대를 옹호하며 일어났다가 좌절 후 전원이 할복 자살한 신풍련의 난을 소재로 쓴 [신풍련화사]에 매혹되며, 그 역시 이 부패한 일본을 바로잡기 위해 궐기하되, 그 이상은 하지 않고 의지가 받아들여지든 받아들여지지 않든 할복 자살할 마음을 품는다. (미시마 사건의 전개가 연상되는 건 어쩔 수 없지 않을까?)



혼다는 <봄눈>에서 기요아키의 죽음을 막지 못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이사오가 궐기를 준비하다가 고발당해 감옥에 갇힌 뒤에야 그에게 개입해 그를 변호하며 '되살려낸다'. 혼다는 아름다움을 알아볼 눈이 있는 소수이지만, 결코 그 아름다움에 동참할 수는 없는 이성적인 속세의 인물일 뿐이다. 물론 이사오는 남성적인 아름다움을 체화하는 "달리는 말"로서 속세의 즐거움을 완전히 부정하진 못한다. 그를 속세에 붙잡아놓고 드높은 이상을 부정하려고 하는 여성 마키코의 포옹 속에서 그의 욕망은 들끓으며 그를 뒤흔들어 놓으며, 숭고한 이상의 무녀와 그보단 한층 낮은 현실적인 애욕 속에서 이사오는 후자를 선택했다가, 결국 다시 전자로 돌아간다.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리라. 몇 번이고 강조되는 이사오의 힘 있는 진실된 눈빛은 늘 저승을 바라보고 있다. 



그건 거듭된 윤회를 반복하는 <풍요의 바다> 연작의 세계관을 생각하면 좀 더 기묘한데, 그의 영혼과 기억은 무의미하더라도 미를 추구하는 식識만은 남아서 아라야식의 영원한 흐름 속에서 그는 다시금 태어날 것이다. 그가 소설 말미에서 이사오로서의 삶이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없음을 직감하고 죽음을 결심할 때쯤 이야기했듯, 이번에는 남성적 미와는 아예 무관한 여성의 몸으로. 그리고 속세의 혼다는 다시 몇 번이고 이 아름다움이 또 다른 방식으로 꽃피었다가 사그라드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비록 혼다가 영구히 속세에 속한 사람일 수밖에 없는 것과는 별개로, 그에게는 내세의 진실성을 추구하는 기요아키-이사오와는 다른 종류의 진실성이 있다. 삶에 대한 진실성. 어떻게든 삶에 유능하며 그럭저럭 잘 살면서도 내세의 기묘한 형상을 알아보고 그 신비함에 감탄할 수 있는, 비트겐슈타인 같은 이를 연상시키는 계급위반적 진실성.)



다만 이런 이야기를 보며 매혹되는 것과는 별개로, 역시 미시마 유키오가 표현하고자 한 이 남성적 미란 참 민폐를 끼친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왕자와의 대면이 이를 대놓고 보여주는데, 그가 스스로의 목표를 위탁하고자 하는 이가 "정신 혹은 행동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면 "곧장 할복"할 것이고, "기쁘게 여기"더라도 "곧장 할복"할 것이며 일반 민초가 감히 내미는 주먹밥을 기꺼워하시든 그렇지 않든 그 행위 자체가 불경한 것이기에 죽어야 마땅하다는 말에는 스스로의 죽음을 남에게 내던지고 싶어하는 무책임함이 녹아난다. 이사오를 고발해 현실적인 영광을 그에게 안겨준 이사오의 아버지는 이사오에게 순수함과 대비되는 현대의 복잡성을 가르쳐주고자 하고, 혼다 역시 내심 이사오에게 이것이 깃들 수 있기를 기원하지만 ("금구무결의 구체에 '외부'가 존재함을 배운 것이다!") 이사오는 결국 순수함을 유지하기 위해 숙적을 죽이고 자결하기를 택한다. 그러니 유키오가 민족주의자보다는 탐미주의자에 더 가까운 걸 알면서도, 목표보다는 죽음을 원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그럴 수 있지, 하고 넘기긴 참 힘들 수밖에 없다. (사회의 순수성을 논하는 집단은 당연하게도 혼성적인 현대를 싫어한다) 그래서 그냥, 보면서도 참,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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