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폭싹 속았수다', 삶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에 대하여

비버만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3.09 11:48:35
조회 190 추천 0 댓글 3

겨우 3화를 보았는데, 이 드라마가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에 밤을 새버렸다. 두 주인공의 마음이 엇갈릴까봐 내내 안절부절했다. 울고 웃다가 4화를 남겨두고 잠이 들었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16부작이라고 한다. 아직 남아 있는 13개의 이야기가 짐작도 가지 않는다. 뒷조사를 해보니 '동백꽃 필 무렵'의 작가가 썼다고 한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캐릭터와 세밀하게 엮어진 이야기의 힘... 지금도 전율이 흐른다. 최근에 본 어떤 이야기보다 강렬하다. 미키 17을 단번에 잊을 만큼.
극 속 아이유는 너무 사랑스럽다. 세상 풍파, 외로움, 따돌림 다 겪으면서도, 울면서도 할 말은 다한다. 그녀에게만 일편단심인 박보검은 어떤가. 험한 인생살이에 저런 배우자나 친구가 있다면 한 번 살아볼만한 삶이 되지 않을까. 사실 박보검이 아이유에게 다시 돌아오는 장면은 판타지에 가깝다. 이미 아득해진 배에서 뛰어내려 뭍으로 올라오다니. 하기야 극중 설정이 조오련에 가까우니 가능할 수도 있을까? 그런데 그런 의구심 따윈 이 큰 이야기에서 소소한 티일 뿐이다.
극 중 아이유는 아빠 없이 살다가, 새아빠랑 살다가, 억척스런 엄마마저 세상을 떠나자 배 다른 동생들 셋을 거둬 먹이느라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다. 그런 그에겐 매일 삼치며 전복이며, 행여 아이유가 불행해질까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박보검이 있다. 10년을 따라다닌 끝에 이들은 야반도주를 결심한 후 배를 타고 부산으로 도망을 간다. 비록 이틀 만에 제주도로 돌아오지만 아이유 뱃속엔 이미 생명이 잉태하고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 드라마 '핫스팟: 외계인 출몰 주의'란 드라마를 보았다. 마치 진라면 순한맛, 아니 사리곰탕면에 가까울 정도로 심심한, 그러나 디테일하고 새로운 이야기였다. 외계인이 능력을 쓰면 관절염에 걸리는 등 굽은 아저씨라니. 심지어 나와 나이가 같은 설정이라니. 그에 비하면 '폭싹 속았수다(정말 수고하셨다는 의미다)'는 불닭볶음면인데 크림이 들어간 핑크색 버전이다. 맵지만 달콤하고, 강렬하지만 시원한 맛이다. 아침 저녁 교대로 먹어도 좋을 만큼 전혀 다른 이야기다. 그러나 두 이야기 모두 사랑스럽다.
나는 그닥 도덕적인 사람이 아니다. 학교도 졸업 안한 어린 것들이 집을 나와 임신까지 했는데도 사랑스럽다. 뭐 사람이 다 그런거지, 본능에 충실한 거지, 그걸 우째 말리노 하는 생각까지 든다. 이것이 사람 사는 이야기니까. 그러다보니 문득 최욱과 정영진이 나오는 '웃다가' 생각이 다 또로록 떠오른다. 그들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 성적인 매력, 바람의 DNA를 가지고 운명적인 상대를 찾겠다는데 너무 비난하지 마라. 그런데 왜 나는 이 유튜브 채널은 이렇게도 불쾌하고 싫은 것일까.
나는 그것이 삶을 대하는 자세, 즉 애티튜드attitude의 차이에 있다고 본다. 자신의 삶과 상대방에 대해 진지한 사람들은 뭔 짓을 해도 아름답다. 아이유는 10년을 따라다닌 박보검이 불행해질까봐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한다. 내 눈 앞에서 없어져야 행복해진다고. 하지만 '웃다가'는 이런 삶의 비극 중 한 장면을 가져와 히히덕 거리는 것으로 끝난다. 그런 자세로는 불륜을 비판하든 미화하든 별 차이가 없다. 내게 최욱이란 인물은 탈모인의 마음을 걱정할 정도로 아주 신중하게, 그럼에도 웃길 줄 아는 멋진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 방송을 보고 나는 마음을 접었다. 한 가정의 비극을 그렇게 웃음거리로 난도질하는 사람의 팬으로 살고 싶진 않아서다.
'폭싹 속았수다'는 마치 칼칼한 갈치조림, 낚지볶음처럼 맛있게 맵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지만 뒷끝이 없는 매운 맛이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고, 더 열심히 사랑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한다. 하지만 '웃다가'는 삶을 대하는 아주 가볍고 얄팍한 자세 때문에 막상 볼 때는 즐겁지만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10년 전 여론 조사에 의하면 배우자의 외도를 용서하겠다는 사람은 전 연령대에서 10% 정도였다. 그렇다면 지금은 그 비율이 달라졌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단지 내로남불, 나는 괜찮지만 상대방은 안된다, 라는 의견이 다수일 것이다.
'폭싹 속았수다'는 그 어떤 가르침, 이른바 계몽이 없는 드라마다. 비현실적이고 만화적인 캐릭터지만 사람 냄새가 난다. 딸을 두고 죽지 못해 예쁘게 차려 입고 비싼 전복을 먹이는 어미를 보고 어떻게 눈물짓지 않을 수 있을까. 이 드라마에선 심지어 악역을 맡은 사람들조차 팔딱 팔딱 숨을 쉬며 웃음을 자아낸다. 이런게 진짜 맛있는 매운맛이다. 그러나 '웃다가'의 최욱과 정영진은 다른 누군가가 피눈물 흘릴 일을 아주 가볍게, 장난처럼 다루며 웃음을 강요한다. 그리고 나의 이런 비판에 그들은 아무런 답이 없다. 그래서 조금 화가 난다.
그래서 나는 나쁜 이야기에 화내기보다 좋은 이야기에 더 많은 눈물을 흘리기로 작심을 했다. 드라마 속 아이유를 떠올리며 내게 주어진 환경에 투덜대기보다 감사하기로 했다. 박보검처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좀 더 우직하게 견뎌보기로 했다. 삶은 힘들다.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이 더 많이 닥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나는 지난 50년 가까이 그럭저럭 잘 견뎌왔다고 스스로를 토닥이고 싶다. 나라고 말 못할 힘든 일이 왜 없었겠는가. 그럼에도 이 드라마를 보고 내 소중한 것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감사하다....

내게는 아직도 13개의 이야기가 더 남아있다.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매니저들에게 가장 잘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5/03/10 - -
18449632 이렇게 이쁘던 애가 [2] ㅇㅇ(39.7) 03.09 117 0
18449631 영석이 기원중, 남묘호렌게쿄 남묘호렌게쿄 하나님한테도 따로 비는중, 우정민(1.176) 03.09 13 0
18449630 신기한게 티비엔이 제작년 눈여 25프로찍다가 하반기부터 정년이빼고 [5] ㅇㅇ(182.31) 03.09 183 0
18449629 아이유 이종석 둘중에 누가 찬거같냐 빠들은 배우 기분보면 [11] ㅇㅇ(106.102) 03.09 433 0
18449628 한동훈이 근데 진짜 대통령될거라생각하니? [6] 긷갤러(121.168) 03.09 91 0
18449627 협상 시간지나면 더 재밌어지는것같다 ㅇㅇ(1.249) 03.09 44 0
18449626 감자연구소는 유튭조횟수는 괜찮? 네이버티비ㅜㅜ [4] ㅇㅇ(211.234) 03.09 140 0
18449625 동키서특 까알바가 지금도 이종석 열폭하는 이유 ㅇㅇ(211.55) 03.09 46 0
18449624 남여주겹치는것도없고 망붕도 안붙으면 배우빠들 블레추진도안함 ㅇㅇ(118.235) 03.09 46 0
18449623 김영옥할매 나어넼ㅋㅋㅋ ㅇㅇ(114.202) 03.09 31 0
18449622 폭싹 망했다고 난리치더니 정작 까고보니 성적 흥? [5] ㅇㅇ(223.38) 03.09 400 0
18449621 언더커버 잼있어? [4] ㅇㅇ(211.235) 03.09 104 0
18449620 협상의기술 연출 대체 누구냐? [1] ㅇㅇ(211.234) 03.09 236 0
18449619 영석이 기원중, 우정민(1.176) 03.09 20 0
18449618 2024년 한류실태조사순위 [2] ㅇㅇ(118.235) 03.09 95 0
18449617 패트롤 낮다고 까다가 높으니까 의미없대 ㅋㅋㅋㅋ [4] ㅇㅇ(49.163) 03.09 310 0
18449616 아니 진짜 폭싹이 이두나보다 낮은거 실화야?? ㅇㅇ(122.37) 03.09 80 0
18449614 협상 여주 이유진이랑 닮음 ㅇㅇ(39.116) 03.09 28 0
18449613 아니 어제 윤석열 석방때 젊은애들도 갔었네??? [12] ㅇㅇ(121.189) 03.09 150 0
18449612 이종석 아직 인기 많은데? [11] ㅇㅇ(211.235) 03.09 288 1
18449611 난 유니버셜이나 디즈니랜드 일본이나 중구까는거 이해를못하겠어 ㅇㅇ(182.212) 03.09 21 0
18449610 단군 와이프가 박보검 안좋아함 [15] ㅇㅇ(118.235) 03.09 761 0
18449609 박보검은 뷔가 인스스로 이렇게 태그 걸어줬는데도 팔로가 그런거임..? [1] ㅇㅇ(211.234) 03.09 378 0
18449607 국힘 필승전략은 멸공만 하면 무조건 이긴다 [1] ㅇㅇ(39.7) 03.09 24 0
18449605 박준화 감독 첫 지상파 데뷔작이 대군 부인이야? [1] 외로운새벽길(211.114) 03.09 143 0
18449604 그드라마들 남여주들 2022년에 첨본사이들이라 ㅇㅇ(118.235) 03.09 108 0
18449606 관식한테 빠진 긷줌들아 폭싹 성적 신경쓰이냐? [17] ㅇㅇ(211.234) 03.09 351 0
18449603 가만있는 이종석까지 끌고 나오는거보니 아이유까들 ㅇㅇ(106.101) 03.09 69 0
18449602 아 진짜 이거 눈물나네 ㅜㅠ..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9 116 0
18449600 주지훈 필모 팬아트 봐봐ㅋㅋㅋㅋ [7] ㅇㅇ(220.119) 03.09 276 0
18449599 아이유 김연아 투샷사진 ㄷㄷ [3] 새싹들 처럼(183.106) 03.09 410 0
18449598 박보검 사주 어때 [3] ㅇㅇ(118.235) 03.09 273 0
18449597 협상 대하드라마 브금 오늘은 안나오나 ㅇㅇ(211.36) 03.09 21 0
18449596 여배는 조보아나 이연희처럼 일반인이랑 결혼하는게 [4] ㅇㅇ(118.235) 03.09 178 0
18449595 누가 더 유명함 드레이크 호나우두 [6] 디바(59.28) 03.09 45 0
18449594 박보검의 작품선택 기준 [7] ㅇㅇ(106.102) 03.09 372 0
18449593 협상 브금이 ㅋㅋㅋㅋㅋ ㅇㅇ(211.234) 03.09 61 0
18449592 아니 극우들은 뇌에 똥만 들었노 [4] ㅇㅇ(223.38) 03.09 42 0
18449591 장진이랑 권일용 나오는 블랙에서는 거여동 밀실사건 [1] ㅇㅇ(211.237) 03.09 40 0
18449590 대군부인도 아이유야? [3] ㅇㅇ(118.235) 03.09 242 0
18449589 패트롤은 최종 몇시쯤나옴? [2] 긷갤러(118.235) 03.09 251 0
18449588 아 씹 폭싹 세계 최초로 여주를 위해 소가 된 남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ㅇㅇ(14.7) 03.09 147 0
18449587 이종석 아이유 작년말에 헤어졌대 [11] ㅇㅇ(39.7) 03.09 932 0
18449586 이종석은 제작사들이 서로 캐스팅하려고 하잖아 [9] ㅇㅇ(106.102) 03.09 279 0
18449585 전에 지하철에서 정해인 봤는데 ㅇㅇ(39.116) 03.09 248 0
18449584 윤통 구속취소영상에 중국인들 댓단거 봤냐 ㅋㅋㅋ [5] ㅇㅇ(39.7) 03.09 101 0
18449583 폭싹까 초특급 멸망ㅋㅋ [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9 297 0
18449582 슬전의에 유연석 안은진 정경호 특출한다더라 긷갤러(106.101) 03.09 92 0
18449581 감자 다음주 좀 오를수도 있겠노 [4] ㅇㅇ(220.119) 03.09 140 0
18449580 7조9천억에 계약했는디 더 올릴수도있음?? ㅇㅇ(114.202) 03.09 43 0
뉴스 여자친구, 데뷔 10주년 기념 아시아 투어 오늘(9일) 시작 '전체 매진' 디시트렌드 03.09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