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믿음의 경계

[장소: 주지훈의 작업실 – 밤]

(어수선한 방. 벽에는 각종 신문 스크랩과 붉은 실로 연결된 메모들이 붙어 있다. 책상 위에는 노트북과 여러 개의 문서가 널브러져 있다. ‘주지훈’은 집중한 듯 노트북을 두드리다가, 문득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수애’를 본다.)

수애: (팔짱을 끼고) 또 밤새고 있는 거야?

주지훈: (흥분한 목소리로) 수애, 이거 봐. 내가 말했잖아. 다 연결돼 있어.

수애: (한숨) 또 무슨 음모론이야?

주지훈: (빠르게 화면을 가리키며) 이 회사, 겉으로는 환경 기업인데, 사실상 군사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있어. 그리고 이걸 후원하는 재단이 정부랑 연결돼 있다고!

수애: (고개 저으며) 너 요즘 진짜 심해졌어. 이젠 회사 하나까지 음모라고 하는 거야?

주지훈: (단호하게) 네가 모를 뿐이야. 세상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조작돼 있어.

수애: (조용히) 주지훈… 혹시 무서워서 이러는 거야?

주지훈: (멈칫) …뭐?

수애: 세상이 네 생각보다 더 단순할까 봐. 아니면, 네가 틀렸을까 봐.

주지훈: (흔들리는 눈빛) …난 진실을 찾고 있는 거야.

수애: 근데 그 진실이 널 망가뜨리고 있어.

(정적. 주지훈은 주먹을 꽉 쥔다. 수애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천천히 다가가 책상 위의 신문 스크랩을 집어 든다.)

수애: (부드럽게) 이게 진짜라고 해도, 넌 뭐가 달라져? 이걸 알면… 행복해질 수 있어?

주지훈: (나직이) 행복…?

수애: 난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의심하는 것보다, 사랑하는 걸 먼저 하면 안 될까?

(주지훈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본다. 손끝이 떨린다. 한참 후, 그는 힘없이 한숨을 내쉬며 노트북을 덮는다. 방 안은 조용해지고, 창밖으로 희미한 달빛이 스며든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