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태동(胎動)

[장소: 조용한 한옥 – 늦은 밤]

(부엌에서 은은한 불빛이 새어나온다. ‘김민희’는 작은 식탁에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있다. 그녀의 배는 약간 불러와 있고, 한 손은 무의식적으로 배를 쓰다듬고 있다. 그때, 방문이 살며시 열리며 ‘홍상수’가 들어온다.)

홍상수: (나직이) 아직 안 자고 있었어?

김민희: (미소) 응, 잠이 안 와서.

(홍상수는 그녀 맞은편에 앉아 조용히 그녀를 바라본다.)

홍상수: 괜찮아? 어디 불편한 데는 없고?

김민희: (배를 쓰다듬으며) 조금 답답하긴 한데… 신기해. 가끔 움직여.

(홍상수는 순간 멈칫하더니, 조심스럽게 그녀의 배 위로 손을 올린다.)

홍상수: (속삭이듯) 나도 느껴볼 수 있을까?

(김민희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잠시 정적. 그리고… 아주 미세한 움직임이 느껴진다. 홍상수의 눈이 살짝 커진다.)

홍상수: (놀란 듯) 방금… 찼어.

김민희: (웃으며) 응. 이제 점점 더 자주 움직일 거야.

(홍상수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배를 감싸던 손을 천천히 거둔다. 그리고 조용히 김민희의 손을 잡는다.)

홍상수: (진심 어린 목소리로) 우리, 잘할 수 있을까?

김민희: (나지막이) 모르겠어. 하지만… 같이 해보자.

(그녀는 그의 손을 꼭 쥔다. 창밖으로 달빛이 부드럽게 스며든다. 바람이 살짝 커튼을 흔든다. 두 사람의 손이 맞닿아 있고, 그 사이에 작은 생명이 조용히 자라고 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