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6주년 3·1절을 맞아 우리 불교계와 독립운동의 숨겨진 인연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상해 훙커우 공원 의거로 잘 알려진 윤봉길 의사가 불교 신자였다는 사실이 최초로 확인된 것이다.
근대사 다큐멘터리 제작 감독인 김광만 전 KBS 객원연구원이 본지에 최초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윤봉길 의사는 1932년 상해 의거 후 일본 상해파견군 군법회의 예심관 법무관 하라켄지(原憲治)의 심문에서 "종교는?"이라는 질문에 "불교"라고 명확히 답했다. 이 심문조서는 1932년 6월 4일 경성헌병대장 다케다토키타로(竹田時太郞)에게 통첩된 후 <사상(思想)에 관한 정보(情報) 3>에 첨부되어 실렸다. 김광만 감독은 2008년 이 자료를 발굴해 보관해오다 이번에 불교신문을 통해 처음 공개했다.
그동안 윤봉길 의사의 종교적 배경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번 자료 공개로 윤봉길 의사가 불교 신자였음이 확인됨에 따라, 당시 항일 운동의 중심에 있던 만공 스님이나 만해 한용운 스님 등과의 연계 가능성에 대한 연구도 새롭게 조명받을 전망이다.
1932년 상해 의거 후 일본 상해파견군 군법회의 예심관 하라켄지의 심문에서 윤봉길 의사는 종교가 불교라고 했다. 사진 심문조서.
김광만 감독은 또 다른 자료도 공개했다. 일본 역사학자로부터 2015년에 양도받은 <3·1운동 계보도>는 조선총독부가 3·1운동을 주도한 140명의 인물을 계보 형태로 작성한 것으로, 2019년 3·1운동 100주년 기념 서울역사박물관 전시에서 처음 소개된 바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백상규(경남 해인사 승려, 백용성이라고도 하는)와 한용운(강원도 백담사 승려 유신종법사 사장)’ 스님 휘하에 ‘중앙학림 생도 백성욱, 김규현(강원 건봉사 파견), 신상완(경기 용주사 파견), 김봉신(경남 해인사 파견), 김법린(경남 범어사 파견), 김상헌(경남 범어사 파견), 김대용(대구 동화사 파견), 오택언(경남 통도사 파견), 정병헌(전남 화엄사 파견)’이라 적혀 있다.
특히 ‘한용운의 명을 받고 독립선언서를 경성부 시내와 지방에 배포한 자들’이라는 메모는 3·1운동 당시 불교계의 조직적인 참여를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라 할 수 있다. 중앙학림 학생들이 전국 주요 사찰로 파견되어 조직적으로 독립운동에 참여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광만 감독은 이번에 불교신문읕 통해 자료를 공개하는 의미에 대해 “역사의 준엄함을 다시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역사는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기록되어 우리가 함부로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불교계에 대해서도 “의병과 항일운동, 특히 3·1운동에는 숨어있는 불교인과 스님들이 많은데, 불교계도 무관심한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3·1운동 때 참여한 불교인의 숫자가 많은데 비해 그 성과 등에 대한 관심은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두 분인 용성, 만해 스님에게만 집중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김광만 감독은 “그러나 <3·1운동 계보도>를 보아도 불교인이 많다”면서 “역사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진 불교계의 인물과 사건들을 재조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광만 감독은 “이번 기회에 암울했던 일제강점기 충청도 대찰 수덕사를 중심으로 스님들의 항일운동을 살펴볼 것”이라며 “윤봉길 의사의 순국지인 일본 이시카와현 가나자와(金澤)시에 건립하는 ‘윤봉길 의사 추모 안내관’을 불교청년회와 공동으로 가꿔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거일인 4월 29일 개관하는 ‘윤봉길 의사 추모 안내관’은 가나자와역 부근의 3층 건물(약 291㎡)을 매입해 한·일 청년들에게 평화의 소중함을 전하는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순국 후 14년간 일본 공동묘지의 구석진 길, 쓰레기장 옆에 암매장되었던 윤봉길 의사의 유해는 1946년 3월 처음 발굴되어 한국으로 송환됐다. 추모관에서는 윤봉길 의사의 마지막 행적을 안내하고, 같은 시기 가나자와시에 있던 일제의 흔적도 소개해 전쟁의 참상을 알릴 계획이다.
덕숭총림 수덕사 주지 도신스님은 “이번에 새롭게 발굴된 윤봉길 의사의 불교 자료는 매우 의미가 크다”면서 “특히 수덕사와 깊은 인연이 있는 만공 스님과 윤봉길 의사의 인연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신스님은 “만공 스님은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항일 선승이며, . 윤봉길 의사가 예산 출신이고 불교 신자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해방 80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해애 만공스님을 비롯해 충청 불교계의 독립운동이 재조명되도록 관심을 갖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들은 불교계의 독립운동 참여가 생각보다 더 광범위하고 조직적이었음을 보여준다. 광복 80주년을 맞는 올해, 그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불교계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을 재발견하고 정신을 계승하는 일은 중요한 과제이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선대(先代) 스님과 불자들의 신념을 현대에 되새기는 작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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