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다 똥 된다'는 옛말이 있다. '장은 묵힐수록 제맛'이라는데 드라마 콘텐트는 장이 아니다. 시청자들의 니즈와 때, 타이밍이 딱 맞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거대 자본을 들인 대작이어도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다.

지난 1월 4일 첫 방송을 시작한 tvN 주말극 '별들에게 물어봐'가 대표적인 예다. 배우 이민호, 공효진 주연의 이 작품은 2021년 4분기부터 2022년 1분기까지 캐스팅 작업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갔다. 무중력 우주정거장에서 일하는 보스와 비밀스러운 미션을 가진 산부인과 의사의 이야기이다 보니 촬영 자체에 할애한 시간이 많고 후반 작업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작품 공개까지 무려 3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기존에 알려졌던 제작비 500억을 넘어 550억까지 썼다는 얘기가 방송가에서 들려오는 작품이다. '억' 소리 나는 제작비에 OTT 편성이 불발됐고 tvN으로 옮겨왔다. 2025년 기대작으로 새해 첫 주말 오픈됐다. 하지만 무중력 우주정거장의 이야기가 현 시국과 맞물려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지구, 우주란 공간을 떠나 생명이 가진 소중함을 전하고 싶은 기획 의도는 알겠으나 소재 자체가 2025년 관심사들과 거리가 있고 무중력 상태의 모습이 오랜 시간 담기다 보니 피로함을 불러온다. 국내 첫 스페이스 오피스물로 신선함을 안겨주지 않겠냐는 기대감은 폭삭 꺾였다. 시청률은 최저 1.8%까지 떨어졌고 현재 2%대를 겨우 유지 중이다.

반대로 지난 1월 4일 종영한 MBC 금토극 '지금 거신 전화는' 같은 경우 현 드라마 제작 시스템(사전 제작)이 아닌 과거 드라마 제작 시스템에 가까운 형태로 제작이 이뤄졌다. 5개월 안에 작품 촬영부터 방영까지 마친 것. 빠듯한 시간 탓에 드라마 종영 한 달 전까지 촬영이 이뤄졌다. 하지만 오히려 이 시스템이 사진 제작보다 제작비를 절감했을뿐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기대 이상의 호응도 얻어 흥행에 성공했다.

스태프들의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OTT가 콘텐트 산업을 주도하며 사전 제작 시스템이 안착했다. 하지만 방송업계가 어려워지면서 편성의 벽을 넘기 쉽지 않게 됐다. 제작이 이미 끝났지만, 편성을 받지 못해 시기에 맞춰 공개되지 못한 작품들이 쌓이고 있다. 또 어떤 작품은 후반작업에 공들이다 때를 놓친다. 그래서 요즘 방송가엔 "어떻게 해서든 완성된 작품을 1년 안에 공개해야 한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2024년 드라마 판도를 보면 흥행 면에서 성공한 작품들의 경우 제작이 끝난 지 1년 안쪽 작품들이 많다. 사전 제작으로 인해 오히려 제작 자체가 늘어지는 경우도 많아 제작비 면에서 부담이 큰 데 지금 업계 자체가 어렵지 않나. 자기 만족을 위한 예술을 할 때가 아니라 현 시점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