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수

20분  · 

[결로]

살고 있는 아파트 실외기실에 결로가 생겼다. 추운 날씨라 실외기실에 문을 닫아뒀더니 결로가 심하게 생기고 천정에 있는 전열교환기 콘센트에 물이 들어가 그에 연결된 콘센트와 전등이 모두 차단되었다.

주말에 방재실 사람들을 불러서 체크를 하여 원인은 찾았지만 설비 교체는 평일에 시공사나 사설업체를 통해 해야 한다.

문제는 이것으로 인해 거실의 TV를 켤 수 없게 되었다. 소파의 리클라이너도 작동하지 않는다.

TV 없이 이틀을 지내며 습관적으로 TV를 켜는 행동을 한다. 주말에 밥을 먹을때면 아내와 아들과 늘 TV를 봤는데 그러지 못하다보니 침묵이 뭔가 어색하여 대화가 늘었다. 

요즘은 인터넷 시대이고 스마트폰과 노트북이 모든걸 대체하는 것 같아도 TV가 막상 안되니 허전함이 느껴지고 불편하다.

어딘가 지금의 나라와 닮았다.

정부가 마비된지 한달이 되어간다. 계엄과 줄탄핵으로 대행민국이 되었고, 경찰은 권한대행의 말을 듣지 않으며, 대통령은 법원의 영장을 부정하고 관저에서 공성전 중이다. 공수처와 경찰이 우왕좌왕하고 법원의 권위는 철저히 의심받고 있다.

갈등 해결을 하는 주체로서 국가가 사라졌다. 

한남동과 광화문 길거리에는 탄핵 찬성과 반대의 집회 인원이 맞서고 있고 언론은 둘로 나뉘어 패싸움 중이다. 여론조사기관도 그렇고 당연히 정당도 그렇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작동했던 갈등해결 권위는 모두 부정되고 유튜브의 이야기와 정보에 휩싸이고 있다.

여전히 민간 질서는 작동중이고 직장상사의 권위는 유지중이라 나라가 당장 무너지진 않고 있지만 모두의 마음 속에 허탈함과 허무함 그리고 공포가 쌓이고 있다. 그리고 그 공포는 계엄과 군사독재, 중공과 북한과 같은 인민독재의 공포로 연결된다. 

TV처럼 국가가 사라지고 나니 불편하고 불안하다.

혼란을 더 큰 혼란으로 치환할 자가 국가 지도자가 되어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선관위, 공수처, 경찰, 검찰, 법원까지 우리 사회의 모든 권력기관의 신뢰성이 땅에 떨어졌다. 

다시 질서를 가져와야 한다. 고장난 이 나라를 수리해야 한다.

정치인이 된 나도 갑갑한데 국민들은 오죽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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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