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민주노총 간부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간첩행위를 한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4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민노총 전 조직쟁의국장과 민노총 전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민노총 금속노조 부위원장 등 3명에게 징역 5~15년, 자격정지 5~15년을 선고했다. 노조 활동을 빙자해 북한의 지령에 따른 정치 투쟁을 벌여온 사실을 재판부가 인정한 것으로, 국가의 존립과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 엄벌이 불가피하다.

판결문에 담긴 혐의는 충격적이다.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 북한 공작원들과 접선하고 북한의 지령에 맞춰 반정부 투쟁을 주도하고 군사 정보를 수집했다. 21대 국회의원 전원의 휴대전화 번호도 공작원에게 넘겼다. 검찰이 확인한 지령문만도 100건이 넘는데, 역대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중 가장 많다. 2022년 이태원 참사 직후 '추모문화제 지속 개최'를 하달한 지령문에는 '이게 나라냐' '퇴진이 추모다' 등 구호까지 지정돼 있는데 실제 집회에 해당 구호가 담긴 현수막이 등장했다. 북한 정권에 충성을 맹세하는 보고문도 확인됐다. 이들이 민노총 사무총국과 산하 산별노조 주요 간부였다는 점에서 개인의 돌출 행동으로 치부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국면 전환용 공안정국 조성' 운운하며 넘길 수 있는 일은 더더욱 아니다. 민노총은 적반하장 격으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외치고 있는데 국민과 100만 조합원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

민노총은 9일 서울 도심에서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총궐기대회'를 예고하고, '윤석열 퇴진 국민 투표'를 실시하는 등 정권 퇴진 운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민노총은 친북 반정부단체인지, 노동단체인지 정체성부터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렇게 못한다면 이번 집회의 의도 역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재판부도 "피고인들의 행위가 노조에 가입해 피땀 흘려 번 돈으로 조합비를 납부해 온 전체 조합원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노총이 노동자 권익 보호 대신 정치 투쟁에만 매달리는 모습은 국민은 물론 현장 노동자와의 괴리를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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