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초와 현재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야권은 200석에 육박하는 힘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재명 일극체제’인 더불어민주당은 171석이고, 윤 대통령이라면 이를 가는 조국 대표가 이끄는 조국혁신당은 12석이다. 국민의힘은 108석에 불과하다.

윤 대통령이 이 판국에 정계개편을 시도한다면 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 현역의원 중에서 참여할 의원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108석의 국민의힘만 두 갈래로 찢겨져 처참한 몰골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을 따르는 친윤계와 한동훈 대표를 따르는 세력으로 양분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발 정계개편설, 갈 곳 없는 ‘친문’ 몸값만 높이고 국민의힘은 분열시켜

이런 식의 정계개편설은 집권 중반기를 넘어서는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를 흔드는 부작용만 낳게 된다. 유일한 효과라면 이재명 대표가 장악한 민주당 내에서 입지를 찾을 수 없는 친문계의 몸값만 올려줄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친문계는 야권 내에서 정치적 공간을 전혀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다. 이 대표가 10월쯤에 선거법 위반 혐의나 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를 대비해 전열을 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내부 균열 양상도 드러내고 있다. 이낙연 전 새로운미래 대표가 친문계 의원들에 의해 정계은퇴 요구를 받았다는 언론보도가 나올 정도이다.

박광온, 양기대, 강병원, 박용진, 윤영찬, 송갑석, 신동근, 김민철 등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비명계 전직 의원들이 ‘초일회’라는 단체를 구성했고, 최근 김민철 전 의원이 이낙연 전 대표에게 정계은퇴를 요구했다는 이야기이다. 초일회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을 차기 대선에서 이재명 대표에 맞서는 대선주자로 세우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전 대표 측과 김민철 의원은 이같은 언론보도를 즉각 부인했다.

하지만 친문세력이 과거 좌장이었던 이낙연 전 대표를 배제한 채 새로운 대선주자를 물색해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따라서 윤 대통령 발 정계개편설 자체는 ‘야권 분열’보다는 ‘여권 분열’의 부작용이 큰 이슈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시동을 건다면 갈 길 잃은 친문세력의 몸값만 올라가고, 보수여당은 실속도 없이 분열상을 노정하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