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이 부진하면 온 나라가 난리가 나던 시절이 있었다

이승엽이 일본에서 부진하자 김성근이 와서 개인 인스트럭터를
해 준 적도 있다


이승엽이 국대에서 부진할 때 칠 때까지 라인업에서 빼 주지 않는다


따라서 이승엽에겐

삼성의 우승은 모두가 잘해서가 아니라 이승엽이 잘해서고

국대의 선전은 모두가 잘해서가 아니라 이승엽이 잘해서고

각종 타격 기록은 환경이 그렇게 조성된게 아니라 이승엽이 잘해서며

최강야구가 잘 된 것도 이승엽이 잘해서다

라고 아마 생각될 것이다


이승엽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내가 잘해야 세상이 잘 돌아간다

나를 잘하게 만드는 건 호의가 아니라 당연한 것이다

그래야 그들도 잘 되는 거니까”



그래서 타자(주위 사람들)는 자아(이승엽)를 위해 존재한다


이승엽의 도덕률에선 주위의 헌신과 희생은 비윤리적이지 않다

내가 잘하는 게 공리적이라 생각하는 환경에서 자라온 것이다


자아가 덜 발달된 아이들은 부모가 싸우면 자기 탓이라 생각한다

세상에 대한 정보가 적고 자아가 비대해

접할 수 있는 모든 트러블은 자기 탓이라 여기는 시기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아 비대가 이승엽에게 나타난다

이런 자아를 가진 성인을 우린 나르시스트라 부른다


내가 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트러블이 생기고 공리적으로 비윤리적이다

그러니 내 주위의 환경은 나를 잘하게 해줘야 하는 것이다



지금 두산으로 돌아와보자


내가 총력전을 선언했다 하지만 야수들 움직임이 굼뜨다

억울하다 선수들이 미운게 아니다 도덕적으로 옳지 않아 보인다

내가 총력전을 선언했다 하지만 언론과 팬은 투수 혹사하지 말란다

억울하다 언론과 팬들이 미운게 아니다 비윤리적인 것이다

선수들이 자꾸 아프단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공리적으로 도덕적으로 올바르려면

“나”를 잘하게 하기 위해 아픔을 참고 뛰어야 하는 거 아닌가 억울하다




내가 총력전을 선언하면 올시즌 끝나고 팔꿈치수술을 하든

어깨 수술을 하든 허리 수술을 하든 따라야 할 것이 아닌가



이승엽은 그래서 코치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타자를 위해 내가 헌신하면 도덕적으로 옳지 않으니까

야간에도 배팅볼을 던져주고 같이 영상을 분석해 주고

유투브에서 선수 체형과 비슷한 타격폼을 찾느라 밤을 새야 하고



그건 그동안 살아온 호의의 방향이 너무 다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