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해야 할 사람이 있다면 내게 말해줘. "우울해도 누군가를 상처줘도 되는건 아니야. 넌 똑바로 살았어야해."

난 가끔 나를 부수는 말들이 좋더라. 사실적시. 회피하기 급급했던 옹졸한 마음과 치부가 확 까발려져서 아무것도 아닌것을 다시 상기하는것이 좋더라.

그러니 부디 내가 미안하다면서 메달리고, 사과하고, 시간을 돌리고 싶다고 반추하고, 울어도 넌 네 삶을 그냥 살면 되는거지. 내가 이런 말 하는것이 우스울만큼 넌 이미 그렇게 살고 있겠지만. 만에하나라도 날 용서할까 고민이 된다면 절대로 그러지 말았으면 해. 바닥아래 바닥이, 그 바닥아래 어둠이 있는 곳 까지 내가 추락하길 기원해줘. 난 악의에서 살았어. 살려달라고 말 하면서. 물론 듣지 않았지만. 그건 누구였나 생각해보면 화가나서 전화를 거는 상상을 하곤했어.

나는 그런 인간임을 넌 이제 잘 알고 있지. 사람 참 시긴해. 겪어봐야 안다는 그 지뢰같은 말들이 종내에 사실이 되는게 웃겨서. 난 결국 정해진 답을 향해서 뛰는 달리기같은걸 상상했어. 생각해,보니, 넌 , 내 생각만큼, 좋은 사람은 아냐. 그런거. 그런말들. 이제 옛 것도 질릴떄가 되었는데. 아냐 사실 질렸어. 지나간것은 나를 만들었지만 지나가 버렸으니까. 아. 지나가버렸어. 휙, 슥, 아파하던 사이에 날 지나처 흘러버렸어.

난 아직도 거기에 있었고 혹은 지금도 거기에 있는데도 돌아보는 법 없이 날 내버리고, 지나치고 흘러갔어. 그걸 나의 삶이라고 발음 할 때 까지 더 오랜 시간이 흘렀으니 이미 저 만큼 멀어진뒤여서, 찾을수가 없었어. 이정표를 좀 남겨주지 그랬어. 어디가 올바른 길인지 잘 모르겠어. 여긴너무 어둡고 추워, 외로워.

같은 냄새가 나는것을 좋아하는건, 같은 냄새가 나는 인간에게 팔린다는 사실때문이었지 별 다른게 없었어. 친구들 말이 맞아. 야, 그런 사람 좀 그만 만나.

아냐. 난 건실한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아. 솔직히 이야기 했어야 했는데. 아냐 걔 좋은 사람이야.

나랑 닮아서 좋아했으면서 거짓말, 거짓말. 그랬어. 미안해. 별 다른 이유가 없이 너의 믿음을 맹신으로 변질시켜서 내가 미안해.

난 미안한게 너무 많아서 미안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또 하는데도 항상 미안한 일들만이 가득한 여기가 싫어서.

의사가 진료차트에 북북 써놓고 만오천원을 받고 내게 때준 진단서처럼 우울증과 조울증이 생겼어. 내가 가장 싫어서. 미워하지말껄. 그랬으면 뭐가 좀 달라졌을까.

모르겠어. 무슨 말 하고 싶은지 어떻게 존재하고 싶은지도. 아. 괜찮아.

시간은 나를 두고 휙, 슥 흘러가니까. 난 그 안에 존재하다 사라지고야 말거야.

미안해. 내가 괜찮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