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아픈 말이 너무 많습니다. 이것은 병약 우마무스메 얘기가 아니라 치명적인 단어 선택 얘기에요. 단어라는건 내구성이 있어서 닳아 없어지지만, 반대쪽에서는 무언가가 견고해져요. 사랑이라는 단어가 그렇죠. 사랑한다 사랑한다 말 하면 할수록 닳아 없어지지만, 사랑을 했던 기억은 마음에 쌓여만 가지 않나요? 한 편 방아쇠가 되는 단어도 있어요. 좋아한다가 그렇죠. 누군가가 마음속에 가득해졌을 때, 좋아한다는 말은 쌓여온 무언가를 점화해요.

  치명적인 단어라 함은 이 두가지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순식간에 내 마음을 발화점까지 뜨겁게 불 지피고, 기억들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죠. 단어는 때때로 사용자나 장소에 구애받기도 하는데, 이 치명적인 단어들은 저를 하루 온종일 괴롭힙니다. 청각적인 자극뿐만 아니라 눈으로 보는 무언가, 내가 만지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이 단어들을 내 마음속에 떠오르게 합니다. 

  저는 앞으로 보고, 만지고, 느끼고, 배울 것 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장전된 권총의 방아쇠에서 손을 뗄 수가 없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놀란 심장이 지쳐 잠들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거나, 눈물 따위를 흘리며 단어에 동조하는 일 입니다. 바보같은 얘기지만, 사실 이 모든 것은 내가 자초한 상황입니다. 이렇게 되길 바랬다거나, 후회 없다는 말이 아니라, 과거의 저도, 지금의 저도, 한 없이 어리고 미련했다는 얘기에요.

  우리 집 냉장고 만큼이나 비어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자란 것은 제 부덕의 소치이고, 이 텅 빈 공간에 아픈 단어들을 채워 넣은건 제 소유욕이며, 이를 소중하다 여겼던 것은 제 자아비대에요. 이건 스스로에 대한 기만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오만이고, 탐욕이고, 이기주의며,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소중한 것에 대한 모욕이에요. 저는 이걸 용서할 수 없습니다. 

  멋지고 아름다운 것들은 세상에 많고 많지만, 소중한 것은 정말 드물어요. 부조리한 세상은 이 소수가 어쩔 수 없이 타인에게 영향을 받아야 하는 구조로 되어있어, 소중한 것들은 대단히 운이 없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소중함은 유지되고 하루는 흘러요. 소중한 것들은 매일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어쩔 수 없음의 무기력에 지지 않으려 노력 할 뿐입니다. 

  애써 외면하려 해도, 매일 수 많은 아픈 단어들이 내 마음의 초라함을 몇번이고 다시금 확인시켜줘요. 내 마음은 소중하지 않고, 그 사실이 저를 아프게 만듭니다. 이 감정 또한 자만이고 그것의 발산은 소중한 것들에 대한 폭력입니다. 나는 이 글을 마지막으로 절대로, 다시는, 폭력을 행사하지 않겠습니다. 그래도 상상이나 생각은 나만의 것이고, 자유니까요,,,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글피도, 내 마음은 마음속에만 간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