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정체는 시간여행자입니다. 

그는 1930년의 뉴욕을 둘러보는 중입니다.

자신이 사는 시대와는 다른 시대의 뉴욕을 구경하며 돌아다니던 남자는, 

우연히 트럭에 치일 번한 여자를 구하게 되었습니다.

여자는 아름다웠고, 남자는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여자도 자신을 구해준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둘은 사랑에 빠졌고,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남자는 자신이 살던 시대로 돌아가야만 합니다. 

결국, 남자는 눈물을 삼키며 사랑하는 그녀를 떠나 본래의 세계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남자가 돌아온 세계는 남자가 알던 예전의 세계와 달랐습니다.

그가 도착한 세계는 다름아닌 나치가 전쟁에서 승리한 세계였습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이내 남자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됩니다.

바로 자신이 그 여자를 구함으로써 역사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남자가 떠난 후, 평소 폭력과 전쟁을 지독하게 싫어했던 그녀는 반전주의 운동을 시작합니다. 

그녀의 반전활동은 유럽과 아시아에서 잇달아 전쟁이 터지자, 더욱 활발해졌습니다. 

전쟁이 치열해질수록, 반전을 외치는 그녀와 함께하는 사람들은 많아졌습니다.

반전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는 계속해서 증가했고, 

급기야 미국 전역을 뒤덮게 되었습니다.

국민들의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은 괜히 참전을 주장했다가 선거에서 지는 일은 피하고 싶었습니다. 

미국의 참전주의 여론은 점차 위축되었고, 미국 정부 역시 참전을 주저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참전이 늦춰진 탓에, 독일과 일본은 더욱 더 날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천황의 군대가 중국 전역을 휩쓰는 동안, 이집트의 영국군은 독일군에게 연패를 거듭합니다. 

히틀러의 장군 롬멜은 영국군을 수에즈 운하 너머로 몰아내고, 이집트 전역을 차지하는데 성공합니다. 

수에즈 운하의 상실은 영국에게 크나큰 타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영국 내부에서도, 독일과 협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만, 당장은 전쟁을 계속했습니다. 처칠이니까요.

영국보다 체격이 큰 소련은 인민들의 피를 짜내어 독일의 군대와 맞섰습니다. 

소련의 장군들은 독일군이 스탈린그라드와 카프카스 일대를 장악하는 것을 막는데 성공했습니다. 

붉은 군대는 힘겨운 전진을 계속합니다. 그래도 그들은 승리를 거두었고, 독일군을 조국의 땅에서 몰아내는데 성공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독일군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북아프리카에서 영국을 완전히 제압하는데 성공한 독일은, 남은 전력을 동부전선으로 돌렸습니다. 

소련군의 전진은 저지되었고, 독일의 장군들은 다시 자신들의 군대를 동쪽으로 전진시킵니다. 

동부방벽이라 불리우는 드네프르 강 방어선은 사수되었으며, 우크라이나 서부를 탈환하고자 하는 소련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갑니다.

동부전선은 그렇게 수렁의 늪에 빠져듭니다. 

독일은 소련의 공세를 막아냈지만, 이전처럼 동쪽으로 멀리 전진할 여력이 없었고 소련 역시 독일군을 상대로 전진할 수 없습니다.

전쟁이 지지부진할 때, 드디어 미국이 참전을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너무 늦고 말았습니다. 

미국이 참전을 망설이는 동안, 독일의 과학자들은 극비리에 전황을 뒤집을 새로운 무기를 완성했습니다.

보다 개량된 V2 미사일에, 독일 과학자들이 만든 핵폭탄이 탑재됩니다.

핵을 탑재한 미사일들은 독일의 적들의 심장을 향해 날아갑니다. 

런던, 버밍엄, 모스크바, 레닌그라드, 스탈린그라드.....

유럽의 수많은 도시들이 폐허로 변합니다. 

전쟁은 독일의 승리로 끝났고, 독일은 광활한 유럽 대륙을 지배합니다. 

전쟁에서 승리한 히틀러는 독일을 구한 위대한 지도자로 영원히 기록되었으며, 

미국은 독일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중입니다. 

세계의 앞날은 어둡습니다. 사람들은 언제 나치의 대군이 바다를 건너와 자신들의 집을 불태우고, 뉴욕으로 핵무기가 발사되지 않을지 걱정하며 살아갑니다.

이 모든 일을 막기 위해선, 다시 과거로 돌아가 여자를 죽이는 일뿐입니다.

물론, 여자를 직접 죽일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그녀가 원래 역사대로 트럭에 치여 죽는 것을 막지 않으면 됩니다. 무척 간단한 일입니다.

허나, 그 여자를 태어나서 그 무엇보다도 사랑했던 남자에겐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과연, 남자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위의 글은

1967년에 방영된 스타트렉의 에피소드 중 하나인 '영원의 가장자리 도시' 줄거리를 각색한 거임.

결말을 말하자면, 주인공 일행이 여자가 그대로 죽게 놔둠으로써 역사를 다시 원래대로 바꿈.

1967년 4월 6일에 방영된 이 에피소드는 

스타트렉 최고의 에피소드로 선정되었고, 미국작가조합상을 비롯 수많은 상을 휩쓸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