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번 없이 뛴, YMCA 첫 하프후기, feat. 비공식 SUB2
멘붕
전날 일찍 수면을 했지만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잠깐 더 잔다는게
그만 늦잠을 자버렸습니다.
허겁지겁 집을 나선 탓일까요?
큰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지하철에 앉아 짐을 확인하던 순간,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
설마...?
정신줄 놓고 나오면서
배번... 제 소중한 배번까지 집에 놓고 나왔지 뭡니까.
배번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머릿속이 새하얘졌습니다.
고민의 순간
이미 시간은 늦었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여유 따윈 없었습니다.
한숨을 쉬며 그냥 응원이나 하고 돌아가자는
마음으로 대회장으로 향했죠.
다행히도 물품보관소 직원분들이 신분증과 배번 사진만으로
짐을 맡겨주셨습니다.
9시 30분이 지나서 스타트라인에 도착하니
예상대로 이미 텅 비었고
후미 주자들이 경복궁을 지나서 나오는게 보이더군요.
진행 요원분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출발을 했습니다.
이렇게 저는, 공식적이진 않지만 나만의 레이스를 출발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슬아슬하게 완주까지 도로 통제는 계속되어 있었어요.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혼자만의 레이스
배번 미지참, 30분의 지각, 텅빈 스타트라인
출발부터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경복궁 업힐...
그곳에서 멘붕을 다시 한 번 맛보았습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런갤에 후기를 써야하기 때문 입니다. ㄷㄷ
5km 지점에서 10k 후미 주자들을 마주쳤고,
15km 이후엔 하프 후미 주자들이 보였습니다.
혼자 뛰는 듯한 고독한 레이스였지만,
오히려 병목현상 없이 제 리듬대로 뛸 수 있었어요.
급수대도 끝까지 운영해 주신 덕분에
수분 보충에 어려움 없이 달릴 수 있었습니다.
포기하지말라고 응원 해주신분들도
감사합니다.
비공식 SUB2
출발부터 실수로 시작했던 이 레이스가
결국은 달성 하지 못할 것 같던,
2시간 이내 완주라는 선물로 돌아왔습니다.
물론 비공식 기록이고
고수 선생님들에 비해 초라한 기록이지만
스스로의 성장을 확인한 순간이었어요.
정말 감격스럽고 뿌듯하네요.
달리기 시작한 지 100일 동안 이룬것
키빼몸 75 돼지 > 키빼몸 100 사람 됨.
첫 조깅 8:27/km > 하프 5:33/km 달성
마일리지 300km 초과
돼지
사람
첫 하프에서 얻은 값진 경험을 밑거름 삼아,
(배번 이슈는 빼고..)
내년 풀마라톤 준비도 파이팅 해보겠스빈다.
아자아자!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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