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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 역사 속의 TMI들

김첨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1.14 01:15:02
조회 23013 추천 78 댓글 37



앞선 이야기들과 연관된, 미처 적지 못한 TMI들을 모아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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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은 알다시피 우상숭배의 우려 때문에 인간과 동물의 형상표현을 제한했었음.


그래서 아라베스크 같은 추상적인 장식문화가 발달하기도 함.



이는 체스에서도 마찬가지였음. 기물을 너무 구체적으로 형상화하면 인디언밥 당할 위험성이 있음.


그래서 당시 이슬람 애들은 샤트란지를 둘 때 이렇게 생긴 기물을 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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첵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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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뭘 어떻게 추상화한거냐면,


룩(전차)은 양쪽에서 말 두마리가 끌고 있는 모습을 표현하려고 양쪽으로 삐쭉 나와있음.


나이트는 말 대가리 하나가 달려있음.


코끼리는 상아 두 쪽을 표현하기 위해 앞으로 두개 뾰족한 게 나와있음.


킹은 거대한 왕좌, 재상은 그것보다는 조그만한 의자.


졸라 힙하게 생긴듯.



덤으로,


이슬람에서는 최강의 체스 선수들을 알리야트Aliyat,


그에 약간 못 미치는 선수들을 무타까리밧Mutaqaribat이라고 불렀다 함.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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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까지 체스의 중심지는 파리와 런던이었다고 했는데,


이 파리와 런던에서도 각각 '체스의 성지' 취급받는 장소들이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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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는, Café de la Régence.


여기는 진짜 오랜 시간동안 체스로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였고, 유명한 프랑스 체스마스터가 있다 하면 다 여기가 활동거점이었다고 보면 됨.


레갈, 필리도어, 데샤펠, 라부드로네, 생아망 등등...


유명 경기들도 여기서 엄청 자주 열림. 전에 소개한 스턴튼-생아망 매치도 여기. 폴 모피 vs Harrwitz도 여기.



워낙 핫플이다 보니 유명인들도 자주 방문했는데, 루소, 디드로 같은 철학자는 물론이고, 체스를 좋아했던 로베스피에르나 보나파르트 나폴레옹도 자주 들렀음.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인 밴저민 프랭클린도 파리 체류 당시 여기 단골이었다고 함. (여기서 필리도어의 사인을 받고 매우 기뻐했다고 전해짐)


공산주의의 아버지인 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도 이 카페에서 만나서 친해짐.



안타깝게도 이미 20세기 초에 망해서 오늘날에는 방문할 수는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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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Café de la Régence보다는 약간은 급이 딸리지만,


런던의 성지는 Simpson's Grand Divan Tavern이었음.


스턴튼 편에서 스턴튼이 겜졌다고 분풀이로 욕했던 그 장소임.



여기도 정말 많은 체스 마스터들이 자주 찾던 곳이었는데, 스턴튼, 안데르센, 모피, 라스커, 타라쉬 등등등...


체스 두고 있으면 고기 잘라서 옆에 먹을 수 있게 놔주는 서비스가 당시 체스인들에게 아주 인기가 좋았다고 함.


슈타이니츠도 평상시에 여기 와서 대국료 받고 손님들이랑 체스 두면서 생계를 유지했음.


아돌프 안데르센과 Lionel Kieseritzky가 불멸의 게임(the immortal game)을 둔 장소도 바로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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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체스 핫플로만 유명했던 게 아니라 음식점으로도 졸라게 유명한 곳.


아서 코난 도일도 이 음식점의 단골로,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도 셜록 홈즈가 "심슨 가서 밥이나 먹을까" 하는 대목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고 함.


윈스턴 처칠도 이곳을 자주 찾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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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이곳은 아직까지도 운영중이고, 런던에서 가장 전통 있는 레스토랑 중 하나임.


체스 핫플이던 시절은 한참 지났지만 그래도 레스토랑 장식으로 체스를 제법 활용하고 있음. 00년대에는 여기서 이벤트성으로 체스대회를 열기도 했다고 함.


방문객들 말에 따르면 체스 관련 옛날 희귀템들도 레스토랑 안에 제법 전시되어 있다고 함.



코로나 때 경영난으로 일시 휴업을 했고, 2025년에 재개장한다니까,


런던에 방문할 재력이 되는 체붕이라면 꼭 방문한 뒤 인증샷을 남기도록 하자. (음식 존1나게 비싸다고 함ㅋ)






3.


19세기, 20세기 체스사는 사료가 많을 테니 그렇다 치고,


1000년도 전의 인도, 페르시아, 이슬람, 중세 유럽 체스사 같은 건 대체 누가 연구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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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사람. 영국의 학자 H. J. R. Murray가 체스사에 있어서는 거의 신화적인 연구자임.


글에서도 몇 번 언급을 했었는데, 이 사람이 저술한 "A History of Chess"는 1913년에 발표된 책인데도 아직도 체스사 GOAT 취급을 받고 있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체스 인도기원설'을 정설로 정립한 게 바로 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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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사실 이 사람 본인보다 아버지가 더 유명한데,


제임스 머레이 교수라고, 대한민국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옥스퍼드 영어사전"의 초대 편집장임.


언어학자로 엄청나게 뛰어났던 사람이라 25개 언어를 알고 있었다는 괴담 같은 이야기가 있음...


심지어 제임스 머레이가 주인공인 영화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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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 장남인 H. J. R. Murray도 여러 언어에 제법 능통했는데, 아버지 급에는 미치지 못하고 12가지 정도의 언어를 알고 있었다고 함.


그 언어 중에는 아랍어, 아이슬란드어, 중세 독일어, 중세 라틴어, 산스크리트어 등이 포함되어 있었음...



본직은 교수였는데, 체스 역사에 대한 작업을 해보는 게 어떠냐는 von der Lasa 남작(당대 꽤 유명했던 독일 체스마스터)의 제의를 받고, 작업에 착수함.


특히 당대에는 '체스의 기원이 도대체 어디인가?'라는 논쟁이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었음. (페르시아 기원설 / 인도 기원설이 계속 싸움.)



근데 Murray가 압도적인 언어 지식과 수집가들에게 얻어온 세계 각지의 졸라게 광범위한 사료들을 바탕으로 A History of Chess를 집필하면서 인도 기원설을 채택함.


그 뒤로 인도 기원설이 그냥 정설이 되어버림.


세상에 비슷한 작업을 흉내낼 수 있는 사람 자체가 없는데 뭐 이의를 어떻게 제기하겠음?? 인도 페르시아 이슬람 고문헌 함 읽어보실분??



한 체스 역사가는 "체스 역사가들이 머레이의 작업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것을 내놓는 데에 적어도 50년이 필요했다"고 말하기도 함.


A History of Chess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체스 역사가들이 연구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참고하는 서적.


체닷 포럼에서도 "체스사 책좀 추천해주세요" 하면 이거나 읽으라는 댓글이 졸라게 달림. (근데 900페이지짜리 고봉밥이라 실제로 다 읽은 놈 얼마나 있을까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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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별에 별 자료를 다 갖다놔서 한국 장기도 매우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음 ㅋㅋ


옆에 '쟝긔판'이라고 써놓은 게 킬포




양학






출처: 체스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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