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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벙글 러시아에 표류했던 어느 일본인

주말은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1.01 16:00:02
조회 25379 추천 144 댓글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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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黒屋 光太夫

다이코쿠야 코다유


그는 이세국 와카마츠(현 일본 미에현 스즈카)에서 태어났으며

이후 이세 시로코(현 미에현)의 상인 다이코쿠야에게 입양되었던 이력이 있다


또한 그는 상선 신쇼마루(神昌丸)의 선장이기도 했는데

그런 그는 1782년, 평화로울 것만 같았던,

평화로워야만 했던 여느 날 커다란 재앙을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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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2년, 코다유는 신쇼마루와 선원들을 이끌고

쌀을 팔러 에도로 향한다


그러다 엔슈(시즈오카 서부) 주변을 지나게 되는데

문제는 시즈오카가 바람이 굉장히 많이 부는 곳이라는 점


그런데 이 날은 그냥 강한 바람 수준이 아닌

운이 지지리도 없이 폭풍우를 만난 거


그렇게 에도를 향하던 배는

폭풍우로 인해 진로를 잃고 

하릴없이 바다에 갇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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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 데 덮친 격으로 표류 7개월 되던 날 이쿠하지라는 선원도 사망하고

이렇게 어딘지도 모를 바다 한가운데에서 다들 죽게 되나 싶었지만


이후 표류 9개월 째,

코다유와 선원들은 기적적으로 육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일본에 잘 도착한 것이었을까?

아마 그랬다면 동화책에서나 볼 법한 흔한 해피엔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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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오른 쪽 북태평양에 붉은 점이 보이는가?

좀 더 확대해 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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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러시아의 섬인(지금은 미국령) 알류샨 열도의 암치트카 섬이다



그렇다, 그들은 저 머나 먼 섬으로 떠밀려 났던 것이었다

위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일본이랑 존나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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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마나 다행이었던 점이 있다면

그들이 섬에서 호의적인 러시아의 모피 상인들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좋은 소식으로 러시아에서 상인들을 데리러 배가 곧 온다는 소식도 듣고


그렇게 어눌하게 러시아어도 배워가며

러시아에서 배가 오기만을 기다렸던 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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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앞에서 배가 난파되어 러시아인들과 사이좋게 섬에 갇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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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여기서 죽기엔 살 날이 아직 많았다


오직 살아남기 위해서,

다들 합심하여 수달 가죽으로 돛도 만들고

어찌저찌 배를 제작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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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붉은 원으로 표시된 캄차카 반도로 도착한다


이게 얼마나 미친 짓이었나면

캄차카에 있던 러시아 관리들도 "어케했노 시발련아"를 시전했다


근데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으니

그들이 집에 가려면 이르쿠츠크 총독에게 신청서를 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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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쿠츠크는 캄차크랑 또 존나 멀다는 점이었다

답장 오려면 최소 1년 이상 걸림


그래서 그들은 거기서 답장만을 기다리며 썩어 문드러질 바엔

그냥 직접 가겠다고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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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찌저찌 혹한의 눈보라를 돌파하며

(이르쿠츠크는 추위로 악명높은 지역이다)


겨우겨우 이르쿠츠크로 도착한 코다유와 선원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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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독이 지금 임기가 끝나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가 있다는 소식을 접한다


솔직히 나 같으면 여기서 자살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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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의지의 코다유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곳에서 키릴 락스만이라는 사람이랑 만나 친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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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릴의 도움을 받아 같이 페테르부르크로 가게 된다

(근데 중간에 포기한 선원 몇 명이 그냥 이르쿠츠크에 평생 잔류하기로 했다)


이제 그들은 궁전에서 예카테리나 여제의 허가만 받으면 전부 끝나는 일이었다

그런데 러시아 여왕이 동양의 못생긴 이방인을 환대해 줄 일은 없을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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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코다유는 여제를 알현할 수 있을 때까지

또 몇 날 며칠을 하염없이 궁전에서 지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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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코다유는 자신에 대한 노래까지 만들어

여제의 관심을 어떻게든 끌어보려 하지만


러시아 고전문학을 좋아하는 싱붕이라면

이때가 어느 때인지 대강 짐작할 것이다


바로 오스만과의 전쟁에 대한 승전소식이 들려오면서

코다유는 관심도 못 받고 바로 묻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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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코다유도 지쳐서 슬슬 포기하려던 때

하나의 동아줄 같은, 뜻 밖의 희소식이 들려온다


드디어 여제 알현에 대한 승인을 받게 된 것이었다


여제에게는 그냥 무수한 알현요청 중 하나였겠지만

코타유에겐 말 그대로 마지막 한 줄기의 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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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여제 앞에 선 코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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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코다유의 기나 긴 여정의 페이지가 막을 오르게 된다


드디어 그토록 원했던 예카테리나 여제의

일본 귀국 허가를 받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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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코다유는 일본으로 출항하는 배를 탈 수 있었고


이제서야 그리운 조국 땅을 밟을 수 있겠거니 싶었지만


당시 일본을 생각한다면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여정의 마지막 페이지인줄 알았지만 알고보니 한 장이 더 남았던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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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당시 에도막부 시대


즉, 쇄국령이 시행되었던 당시 일본이었기에


낮선 그들의 입국을 불허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렇게 코다유는 일본에 가장 근접해 있음에도


일본 근해에서 오도가도 못 한 채 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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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만 입항한다는 조건으로


거의 9년만에 자신의 조국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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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의 머나 멀고 험난했던 러시아 표류 이야기는


진짜 마지막으로 끝을 맺게 된다


이런 인연이 있는 러시아와 일본은


한 세기가 지난 후


러일전쟁으로 철천지원수가 되어 다시 만나게 된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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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코다유가 그렸던 그림들


마지막은 예카테리나의 초상화라 한다




참조 문헌

https://en.wikipedia.org/wiki/Daikokuya_K%C5%8Dday%C5%AB


 




출처: 싱글벙글 지구촌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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