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타고있는 건 21년에 산 250h AWD 모델(이하 A)인데, 300h(이하 B)는 아쉬운 점이 몇 있긴 하지만 250h보다 여러 면에서 나은 차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동력 성능이 상당히 좋아졌다. 스펙상으론 그저 14마력 정도가 더해졌지만, 그 차이는 확연했다. 엑셀을 살짝 밟아도 A보다 빨리 가속돼 운전이 더 편하고 쾌감도 크더구나. 물론 차의 가속이 빠른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니 오해는 하지 마라. 잡브랜드들의 전기차는 높은 가속력과 반응성을 자랑거리라도 되는 양 떠벌이는데, 노인이나 운전이 서툰 여성에게 이런 물건이 주어지면 흉기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리고 A의 승차감은 급을 넘어서는 것으로 평가받는다만, 차체가 작아서 포장 상태가 좋지 않은 도로에서는 차체가 크게 요동치는 게 아쉬운 점이었다. 이 점에서는 훨씬 싼 기아의 스포티지가 확실히 더 낫다. 한데, B는 차체의 강성을 높이고 서스펜션의 특성을 개선한 것인지 요동의 충격이 적은데, 난 이게 참 마음에 들더구나. B를 타면 쟞같은 한국 도로의 맨홀 두껑을 더는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그리고 A는 앞 창문이 2중 접합인데, B는 모두 홑겹이더구나. 이걸 발견하고 실망했다만, 웬걸 주행 중 B가 더 정숙하게 느껴졌는데 방음을 위한 신기술이 적용됐다는 광고가 사실이라는 걸 알게 됐다. 창문이 여닫히는 소리도 서로 다르더구나. 유리를 홑겹으로 만들면서, 방음면에서 이를 보상하기 위한 장치나 부자재를 도어 내부에 설치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UX의 드문 단점 중 하나인 로드/타이어 노이즈가 꽤 줄어서 이 소리에 예민한 사람도 만족하리라 생각한다. A는 인포테인먼트 패널이 터치 방식이 아니라 좀 불편했는데, B의 터치 패널은 사용하기 편하게 느껴졌고, 크기, 반응 속도, 인터페이스와 디자인 모두 만족스러웠다. 한데, 계기판은 B의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 중 하나다. 난 인간에게 더 많은 자극과 정보, 미적 경험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물질을 기반으로 하는 아날로그 방식의 장치를 디지털보다 선호하는데, B의 계기판은 완전 디지털 방식이고, 인터페이스와 디자인마저 구리고 급조한 티가 역력해서 아주 실망스러웠다. 계기판과 핸들 버튼의 재현/조작 방식이 A와 많이 달라서 크루즈 기능 등 궁금했던 기능을 사용해 보지 못한 게 아쉽다. 기어봉도 큰 실망거리다. 한남 좆을 연상시키는 생기다 만 것처럼 생긴 조그마한 가죽 손잡이인데ㅋㅋㅋㅋㅋ 도대체 누가 이 디자인을 승인했는지 어이가 없다ㅋㅋ 기어봉을 보자마자 메갈 손사인이 하고 싶어지는 충동을 느꼈지만 참았다. 실제 조작을 해보니 기존의 스틱 방식보다 불편하기까지 하다. 멋지지도 편하지도 않은... 이런 걸 개악이라고 하지 아마?

B를 타고 포장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산의 진입로를 달려보니 차안에서 아무런 잡소리가 들리지 않는 게 놀라웠는데, A가 4년 차에 접어든 중고차라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었다. A를 타고 이 도로에 오면 가늘게 떠는 소리가 대시보드에서 들리곤 한다.

B는 중간급 모델이라 구형이긴 하지만 A에 비춰 이런저런 디테일에서 아쉬움이 있고, 이외에도 신경 쓰이는 점이 두어 개 있다만, 이에 관해서는 여기 쓰지 않으려 한다. 시승을 한 번 더 하고, 확신을 갖게 되면 다시 글 올리도록 하마.

암튼, 300h가 전반적으로 아주 마음에 들어서 차를 바꾸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금은 이렇다할 프로모션이 없다고 하는데, 연말에 혹 좋은 조건의 프로모션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