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계획은 커녕 모아둔 돈도 없었음

2년사귄 여친이 슬슬 결혼이야기를 꺼내는것임

난 서른 그녀 28

결혼에 대해 생각해본적이 없으니 

할말도 없어서 대충 한쪽귀로 흘렸음

그런데 어느날 과장이 경작인이랑

밥한끼하자길래 큰손인가보다 하고 나가보니

부부가 나와있더라

뭐 평소와 다름없이 담배이야기 콩 비료이야기

하면서 그렇게 밥을 먹고 들어가는길에 차안에서

과장이 방금만난 경작인이 여친부모님이라 카더라

ㅋㅋㅋㅋㅋ

그렇게 여친을 통해서도 날 좋게 보셨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고

여친이 우리부모님 뵈러 간다는걸 일단 미루고

일단 여친부모님부터 정식으로 찾아뵙고 내 상황을 설명해야겠다 싶어서

화과자랑 마트에서산 양주한병들고 찾아뵘

솔직하게 전 개털입니다 모아둔 돈도없습니다 결혼계획같은 거창한건 해본적없습니다

라고 말씀드렸더니 

응 니 나이에 돈없는거 당연 응 결혼은 양가부모님이 시켜주는거야 넌 그렇게 알아

라고 하시더니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고

여친이 재촉해서 우리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나와 여친이 빠진자리에서 양가 부모님이 만나 날짜 잡으시고

일방적으로 우리에게 통보하심 ㅋㅋㅋㅋ

난 내가 살던 전세집 급하게 정리하고

여친아파트로 들어가게 되었고 그해겨울

여친이 스물아홉이 되기전에 결혼함

남들은 결혼하는데 트러블이 많다 굉장히 피로하다던데

식장부터 집 여행까지 뭐하나 막힘없이 아주 빠르고 스무스하게 흘러감

정신차려보니 결혼식장에 서있다는게 이런건가 싶더라

뭐 요즘 다들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데

나처럼 개털에 미래에 대한 비젼없이 그저 막연하게 사는 놈들은

여자가 결혼하자고 덤비면 휩쓸려서 결혼하는것도 나쁘지 않다

지금 총각친구들중에 나이먹고 추해지는 애들이 하나 둘 보이는데

뭐랄까 남자 혼자 사는건 사실 녹록치 않은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