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으신지요. 어허, 이 양반 또 교양인 놀이 하시는구만. 책 선택도 당신답고. 아니, 그런 게 아닙니다. 그냥 보시면 아실 겁니다. 둘뿐인 저택 속에서 버튼 소리가 텅 빈 복도를 울렸고,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광경-그의 눈이 말하는 솔직한 이야기에 따르면-이 펼쳐진 후 십여 초 뒤, 이게 다 뭡니까. 다 살아있는 것들인가요. 살아 있죠, 내 기억 속에는, 그 시간 속에는. 정확히 지금은 아닐지 몰라도, 먼 미래에도 살아 있을 거구요. 너무 겁내지 마십시오, 그대도 난 좋게 보고 있으니까.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곳을 거처 삼아 주시죠. 아무나 얻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닌걸요. 묵시적 동의로 받아들여도 될지. 첨언하자면, 아시지 않습니까. 처음 존재했던 모든 것들이 사라진 뒤에는, 그 무엇도 처음의 것을 대체할 수 없단 걸요. 그렇기에 나는 더러 두러워졌습니다. 특히 아내를 잃고 나서부터. 그냥 이 모든 걸 지나가는 것으로 보기엔 두고 보기도 아까웠다, 이 말입니다. 그, 그딴 게 모든 걸 이렇게 '저장' 해둘 근거일 리 없잖아. 말이 되는 소릴 하라고. 말이 되든 아니든 상관없는걸요. 모든 것은 일관적이고 변하지 않으니까. 나를 포함한 모든 것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