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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층만 맘대로 내려가도 탈영”... ‘도심 빌딩 방공 GOP’ 가보니

BEMI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2.26 09:3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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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수방사 방공진지 르포



2024년2월 여의도 초고층빌딩 옥상에 설치된 수방사 1방공여단 예하 방공진지의 발칸포 대원들이 북 소형 무인기 침투상황을 상정한 훈련을 하고 있다./수도방위사령부 제공


“적 무인기(드론) 출현! 무인기 출현!”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최고층급(級) 빌딩 옥상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수방사) 1방공여단 소속 방공진지. 수방사 고속지령대를 통해 북한 소형무인기로 추정되는 드론이 한강 상공을 통해 서울 도심으로 침투하는 상황이 전파됐다.

비상이 발령되자 7,8명의 장병들이 운동복 차림에 전투복과 헬멧을 착용하고 급히 뛰어올라왔다. 이들은 옥상에서 3개 층 아래에 있던 체력단련실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가 비상이 걸리자 운동복 위에 전투복과 헬멧을 착용하고 2분 내에 122개 계단을 뛰어 올라왔다.



2024년2월 여의도 초고층빌딩 옥상에 설치된 수방사 1방공여단 예하 방공진지 대원들이 북 소형 무인기 기습침투 상황을 상정한 훈련을 하고 있다./수도방위사령부 제공


이들은 이내 2㎞쯤 떨어져 있는 당산철교 상공의 가상 북 소형 무인기를 확인하고 발칸포 유효사거리 내로 들어오자 1㎞쯤 떨어진 상공에서 가상 북 무인기를 격추했다. 이날 2문의 발칸포에서 각각 30발의 20㎜ 모의훈련탄이 발사됐다. 발칸포는 분당 최대 3000발의 20㎜ 기관포탄을 퍼부어 최대 2.2㎞ 떨어진 적 항공기나 무인기를 격추할 수 있다. 1970년대 도입된 구형 무기지만 야간에도 목표물을 탐지할 수 있도록 개량됐다.

이 방공진지에는 발칸포 외에 국산 휴대용 대공미사일 ‘신궁’도 배치돼 있다. 신궁은 3~5㎞ 가량 떨어진 적 항공기와 드론 등을 격추할 수 있다. 이 방공진지는 북 소형무인기 침투 등에 대비, 이 같은 훈련을 매일 두차례씩 실시하고 있다. 여의도내 다른 초고층빌딩에 있다가 수년전 옮겨진 이 최신 방공진지가 언론에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북 무인기 침투 등에 대비해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방공여단 등에 배치되고 있는 '천호' 국산 차륜형 자주대공포. 30mm 기관포 2문을 장착하고 있다. /수도방위사령부 제공


서울 시내에는 북 항공기와 무인기 침투를 막기 위해 여의도 외에도 몇몇 초고층 빌딩 위에 이런 방공진지가 설치돼 있다. 서울 도심에 최전방 철책선에 있는 GOP(General Outpost·일반전초) 소초가 있는 것과 같다 해서 ‘빌딩 GOP’라 불린다. 과거 서울 시내 고층빌딩 위엔 수십 곳에 ‘빌딩 GOP’가 있었지만 지금은 상당수가 줄었다고 한다.

빌딩 GOP는 서울 도심에 있어 최전방 등 격오지보다 근무여건이 훨씬 좋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바로 눈 앞에 도심 풍경이 밤낮으로 펼쳐지지만 이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바로 아래층이라도 마음대로 내려가면 탈영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 진지 부대원들은 빌딩 맨 꼭대기층에 있는 120평 규모의 ‘부대’ 내에서만 생활해야 한다. 이들의 생활 공간은 생활관(내무반), 식당, 체력단련장, 상황실, 화장실(세탁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8주(2개월)간 빌딩 위에서 근무한 뒤 16주(4개월)간 지상에서 근무하는 형태로 군 복무를 이어간다. 과거엔 12주간(3개월) 빌딩 GOP 근무를 한 뒤 6주간 지상 근무를 하는 형태였는데 장병들의 고충을 감안해 빌딩 근무 기간이 줄어든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여의도 방공진지는 최신 스마트 빌딩에 자리잡고 있어 시설이 좋은 편이고, 이불,간부숙소 가구 등 보급품도 양호한 편이다. 진지장 오민혁 하사는 “종종 일과 시간 이후에 빌딩 아래로 내려가 단체 뜀걸음을 하는 등 병사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석준 상병은 “육체적으론 서울 도심과 가깝지만 정신적으론 먼 상태”라며 “우리들의 희생으로 수도권 시민들이 편히 잘 수 있다면 그게 우리들의 보람”이라고 말했다.

2024년2월 여의도 초고층빌딩 옥상에 설치된 수방사 1방공여단 예하 방공진지의 발칸포 대원들이 북 소형 무인기 침투상황을 상정한 훈련을 하고 있다./수도방위사령부 제공


수방사는 지난 2022년12월과 같은 북 소형 무인기 침투 등에 대비해 차륜형 자주대공포 ‘천호’(天虎) 등 신무기들을 배치하고, 대응 시스템과 훈련도 강화하고 있다. 천호는 30㎜ 기관포를 8륜형 국산 장갑차 K808에 장착한 것으로, 최대 3㎞ 떨어진 적 항공기나 무인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 2019년 이후 도입된 최신형 무기로, 앞으로 재머(전파교란 장비) 등을 장착하면 무인기 요격에 더욱 효과적일 것으로 군 당국에선 기대하고 있다.

이만희 수방사 1방공여단장(준장)은 “수방사 예하 방공진지는 소규모로 많은 지역에 분산돼 있어 병력부족및 관리·보급 문제 등을 고려해 앞으로 무인 시스템을 적극 도입할 계획”이라며 “레이저 무기와 재머 등 대(안티)드론 체계도 보강될 계획”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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