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의 신원과 인신공격 같은 곁가지 얘기말고, 허심탄회하게, 솔직한 얘기해봅시다. 직게가 어느 순간부터 대잡들 열등감의 향연장으로 변질된 것을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한사람 중 한명입니다.
고파스 직장인게시판 사용자 중 제1의 부류는 누구일까요? 변호사? 사무관? 서류 보기도 바쁘고, 일에 치이는데 무슨 직게입니까. 의사? 고파스는 알아도 직게 모르는 모교 출신들 많습니다. 설마 판검사들이 점심, 저녁때 고파스 열어놓고 혼자 낄낄거리며 밥먹을까요? 자산 수십~수백억의 백수나 금수저? 세상엔 보고 먹고 즐길게 너무나 많습니다. 고파스가, 직게가 그 축에나 낄 수 있을까요?
(문과 기준) 어중간한 대기업 사무직. 평소엔 '자기가 팀의 모든 일을 다 한다'고 아우성하고, 팀원과의 아귀다툼을 늘어놓는 이들이지만, 사실상 100% 타인으로 업무 대체 가능한 어중간한 일을 하고 있는 이 사람들. 주 52시간에 힘입어 평일 저녁, 주말 시간은 남아도는데 딱히 할게 없는 사람들. 1주일에 2~3일은 '월급 루팡'하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 직게에서 가장 큰 지분을 들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대잡'에게 최고의 기억은? 바로 고등학교 3학년 때 모두의 환호속에 고려대학교에 입학한 기억입니다. 전국 상위 1%였고, 전교에서 수위권을 놓치지 않았죠. 이때의 기억을 안고 평생을 삽니다. '대잡'의 가장 큰 잘못은 대학교 시절 '고대까지 나왔는데 뭐라도 되겠지'라며 인생을 열심히 살지 않은 것이죠. 저학년에서 고학년, 20대 초반에서 중후반으로 넘어가면서 '대잡'들은 자신들의 노력 부족 하나하나를 자기 합리화하기 시작합니다.
'로스쿨? 태반이 백수 변호사인 시대인데, 차라리 번듯한 대기업 직장인이 훨씬 낫지.' '회계사? 법인 들어가도 박봉에 근무 빡세고 돈도 많이 못받던데. 그 공부한 시간 2~3년이 아깝지.' '행시 사무관? 세상이 어느때인데. 이제 공무원의 시대는 갔어.' (아, 참고로 투자은행(IB)이나 컨설팅 쪽은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라 '신포도'로도 거론하지 않습니다.)
여차저차해 우여곡절끝에 삼성, 현대 같은 탑티어는 아니더라도 이름은 들어본 '괜찮은' 대기업에 들어갔습니다. 처음엔 좋습니다. 통장에 수백만원의 돈이 들어오고, 대기업 직원이라 누릴 수 있는 복지 혜택은 달콤합니다. 주위에서도 '취직 축하한다'며 치켜세웁니다. 옆을 보니 동기들은 로스쿨 저학년이거나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거나, 3~4년째 행정고시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밥 벌이 하는 건 나밖에 없는 것 같군요. 절로 어깨에 힘이 들어갑니다. 거울을 보며 '나 정도는 능력있고 괜찮지'하며 자신감을 가집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반전됩니다. 밥값 못할 것 같았던 동기 로스쿨 변호사들은 그래도 여차저차 제 살길을 찾아나갑니다. 나보다 훨씬 더 높은 초봉을 받구요. 각자 전문성있는 분야를 찾아 나갑니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사무관들은 주위에서 받는 대우가, 다루는 영역이 달라집니다. 업무도 내가 하는, 그 누구로도 대체 가능한 톱니바퀴 업무랑은 차원이 다른 것 같군요. 의사? 주위에 있지도 않고, 그런건 비교 대상이 될 수도 없습니다 :( 소개팅이 들어와도 고만고만합니다. 잘 만나면 '대기업 맞벌이', 그게 아니면 그냥 결혼하지 않는게 나은 것 같습니다.
여자? 금수저가 아닌 이상 현실에서 대잡은 좋은 여자를 만날 수가 없습니다. 대잡은 스스로 한숨을 쉽니다. "하.. 엄마가 고대 나오면 이쁜 여자 만날 수 있다고 했는데." 고파스에선 일반인 여의사를 두고 뭐 마음만 먹으면 대잡도 사귈 수 있는 것 처럼 생각하지만, 현실에서 그렇지 않은걸 사실은 대잡이 더 잘 압니다. 대기업 나오면 이쁜 스튜어디스나 학벌 낮은 일반 회사원은 쉽게 사귈 수 있는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닌걸 대잡들은 뼈저리게 느낍니다. 애꿎은 화살은 '여성'들에게 돌아갑니다. 남자 조건, 능력, 전문직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글들에 날선 댓글들이 달리는 이유입니다.
퇴로가 없습니다. 의사 말고는 모든 직업군을 다 깎아내리기 시작합니다. 그래야 내가 살아온 인생이 어느 정도는 보람이 있을 것 같거든요. 회계 관련된 글에는 '회계 지망생이세요?'라 비꼬고, 변호사 관련 글에는 '변호사 잘나가는 것도 옛말이죠.' 행시 사무관의 글에는 '월 300도 못벌어서 뭐하세요?' 타인의 연봉은 세후 실수령, 내 연봉은 세전+성과급 영끌이라는 기적의 계산법도 여기서 나옵니다. 고파스만 보면 1억을 못받는 대기업 직장인이 거의 없어보이는 이유입니다. '공공기관 이전'에 관련된 글에는 'ㅋㅋㅋㅋㅋ'하고 조소의 댓글을 답니다. 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니, 금융공기업 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워서라도 저들이 잘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보면 평일 저녁이, 주말이 갑니다. 그렇게 나이는 먹어가고, 직장 생활하면서 앞 머리는 벗겨지고 배는 나옵니다. 나는 '대잡'입니다.. 전문성도 없고, 지금은 몰라도 50살에 치킨을 튀기고 있을지도 모르는 '대잡'입니다.
추신. '대잡'이라 불리는 여러분들. 여기서 타 직업군, 전문성을 쌓기 위해 그들이 청춘을 바쳐 노력한 것들 깎아내리는데 시간 보내지 말고요. 각자 자기계발이라도 합시다. 혹시 모르잖아요? 여러분이 수십년 직장 생활 끝에 '샐러리맨 신화'를 이룩할 사람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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