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맑은 새벽, 다시 만나다~
1장: 죽음의 문턱
갑자기 눈이 캄캄해진 유시민은 마지막 숨을 들이마셨다.
삶이란 덧없고,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자신이 죽음의 문턱에 서게 되니, 이상하리만치 담담했다.
그는 병상에 누운 채 천장을 바라보았다. 온몸이 점점 가벼워졌다.
이제 더는 글을 쓰지 않아도 된다. 더는 논쟁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끝인가."
마지막 한 마디를 속으로 되뇌는 순간, 눈앞이 어두워졌다.
그의 몸은 이승에 남았으나, 그의 영혼은 어디론가 떠내려가고 있었다.
2장: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
눈을 떴을 때, 그는 낯선 곳에 서 있었다.
너무나도 푸른 하늘, 맑은 공기,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소리.
그곳은 꿈속에서나 본 듯한 아름다운 들판이었다.
"여기가 어디지?"
그는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 강이 흐르고 있었다. 강물은 햇빛을 받아 반짝였고,
강둑에는 작은 오솔길이 나 있었다.
그 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먼 곳에서 누군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가느다란 실루엣, 낡은 점퍼, 짙은 눈매.
그 순간, 그의 심장이 멈추는 듯했다.
"대통령님…?"
그 사람이 빙긋 웃으며 다가왔다.
"시민아, 오랜만이네."
노무현이었다.
3장: 다시 만난 친구
유시민은 숨을 삼켰다.
"대통령님… 정말 대통령님이십니까?"
"그래, 나야."
노무현은 예전과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구김 없는 셔츠에 편안한 미소.
바람이 불자, 그의 머리칼이 가볍게 흩날렸다.
유시민은 눈물이 나려는 것을 애써 참으며 물었다.
"여기는… 어디입니까?"
"이승과 저승 사이쯤 되겠지. 우리 같은 사람들이 잠시 머무는 곳."
"우리 같은 사람들?"
노무현은 멀리 강물을 바라보았다.
"삶에서 해야 할 말을 다 하고 온 사람들."
유시민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노무현의 부재 속에서 살아왔고,
그와 함께한 기억을 품고 글을 써왔으며,
그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을 느꼈다.
그런데 지금, 그가 눈앞에 있다.
유시민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동안…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릅니다."
노무현이 조용히 웃었다.
"나도 보고 싶었어, 시민아."
그는 천천히 걸음을 내디디며 말했다.
"산에서 내려오던 그날, 사실 난 두려웠어.
가족들에게, 친구들에게, 동료들에게… 그리고 자네에게 미안했지.
그런데 말이야. 여기 와보니 알겠더군."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결국, 다 지나가는 일이더라."
유시민은 그 말을 곱씹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4장: 두 사람의 대화
그들은 나란히 걸었다.
"대통령님께서는 여기서 어떻게 지내십니까?"
"그냥… 쉬고 있지. 예전처럼 책도 읽고, 사색도 하고, 가끔 이렇게 오는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바둑도 두고, 막걸리도 한 잔 하고 말이야."
노무현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막걸리라뇨? 저승에서도 그런 게 있습니까?"
"허허, 여긴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렸거든. 자네도 한 잔 할래?"
유시민은 피식 웃었다.
"여전하시군요."
노무현이 그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자네도 마찬가지야. 정치 안 한다고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다시 글을 쓰고, 말도 하고, 논쟁도 하고. 참, 사람 쉽게 안 변하더군."
유시민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사실… 저는 많이 변했습니다."
"그래?"
"예전에는 정의와 이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정치는 결국 현실이고, 타협도 필요하고, 때로는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그거야말로 정치의 본질 아니겠나."
"하지만 저는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대통령님께서 꿈꾸셨던 세상, 우리가 함께 이야기했던 이상,
그것을 끝까지 지켜내는 것이 가능할까요?"
노무현은 한동안 조용히 있었다.
그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본 뒤, 유시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정치는 결국 사람을 향해야 해. 권력이나 이념이 아니라, 사람."
그는 강물 위로 손을 뻗었다. 물결이 잔잔하게 일렁였다.
"사람 사는 세상, 결국 그게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야."
유시민은 그 말을 곱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통령님께서는… 후회하지 않으십니까?"
노무현은 미소 지었다.
"후회? 그거야 뭐,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지.
하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본다면, 나는 내 길을 걸었고, 내 선택을 했어."
그는 손을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자네도 마찬가지야. 살아온 길을 후회하지 마. 앞으로 나아가면 돼."
5장: 이별, 그리고 새로운 시작
멀리서 바람이 불어왔다.
노무현은 손을 들어 저 너머를 가리켰다.
"이제 가야 할 시간이야."
유시민은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대통령님, 저는 어디로 가게 됩니까?"
"그건 자네가 정하는 거지. 이제부터의 길은 자네 몫이야."
유시민은 마지막으로 노무현을 바라보았다.
그의 모습은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대통령님…"
노무현은 여전히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잘 가라, 친구야."
그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6장.유시민, 다시 이승으로
유시민은 눈을 떴다.
그는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방금까지의 일들이 마치 꿈처럼 아득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는 이제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 알 것 같았다.
그는 조용히 노트 한 장을 꺼내, 펜을 들었다.
그리고 첫 줄을 써 내려갔다.
"사람 사는 세상, 그 길을 다시 걸어가며."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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