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지위에는 그것에 따르는 역할과 책임과 의무가 있다

지위가 높을 수록 더 무거운 책임이 지워지며 책임이 무거울 수록 공동체에 끼치는 영향이 커지게 된다

만약 한 공동체의 1인자가 그 지위가 주는 이득만 취하고 수행해야 할 역할과 책임과 의무를 방기하게 되면 공동체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자들은 지위가 아무리 높다고 하더라도 공동체 유지를 위해서는 탄핵해서 축출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건 마치 전쟁터에서 소대장의 역할과 같다  적진으로 돌격해 들어갈 때는 언제나 내가 제일 먼저 앞장 서서  돌격할 것이며 적진에서 후퇴할 경우에는 언제나 내가 제일 나중에 퇴각할 것이다는 믿음을 줘야 우리는 하나다라는 믿음으로 부하병사들이 목숨 걸고 싸우게 되는거다

만약 소대장이 자기 목숨이 아까워서 자기는 안전한 참호 속에서만 짱박혀 있으면서 참호 밖은 위험하니까 부하병사들 니들만 돌격하라고 명령한다면 누가 그런 새끼 명령을 따르겠냐?  나 같아도 그런 새끼는 총으로 쏴 죽인 후 소대장 목 들고 투항하든가 아님 탈영해버리지

그래서 전쟁 났을 때 소대장 계급 달게 되면 자기 전사통지서 받았다고 생각하는거다

이게 싫으면 계급장을 떼야 하는거지

조훈현이나 이창호는 무슨 돈이 없어서 자기 랭킹과 승률 떨어지고 까막득한 어린 후배들한테도 지는 모습 보여주면서 늙어서까지 바둑 두는거냐고?

좋든 싫든 1인자인 이상 바둑계를 떠나지 않는 한 자기가 해야 할 역할과 책임과 의무이기 때문에 그런거다

내가 내 잇속만 챙겨서 더 이상 큰 금전적 명예적 이득이 없을 경우 바둑계를 떠나게 되면 바둑계는 어떻게 될 것 같냐?

레전드 1인자들도 우릴 버렸다  우리 뒤에는 아무도 받쳐주는 사람은 없다 이런 생각들 하지 않겠냐?

그렇게 되면 기둥이 무너진 구조물 처럼 바둑계 전체가 무너지게 되는거다

1인자 책임과 의무가 너무 무겁고 힘들면 그냥 떠나면 된다

대신 1인자 지위와 명예와 레전드 호칭도 다 내려놓고 그냥 떠나버려야지

함께 했던 공동체로부터 욕 바가지로 먹을 것도 각오하면서

지위와 명예와 이득만 얻고 역할과 책임은 안 할 수 있는 길 그런 것은 자기 상상 속에서만 존재할 뿐인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