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3국의 바둑천재 중국의 오청원, 한국의 조훈현, 일본의 하시모토 우타로 이들의 공통점은 세고에 겐사꾸의 제자라는 것이다. 오청원 선생이야 그야말로 설명이 필요없고, 조훈현 역시 너무 유명하고 하시모토 우타로는 좀 오래된 인물이지만, 자유로운 사고방식과 제법 큰 인품으로 과거에 꽤 유명했던 인물이다. 나도 가끔씩 하시모토의 수법을 흉내내곤 하는데, 그건 바로 첫수의 천원에 대한 대응이다. 오청원, 기타니의 신포석 이후 가끔씩 첫수를 천원에 두는 바둑이 많아졌다. 뭐, 첫수를 바둑판 어디 둬도 자유지만, 첫수의 천원 착점은 약간의 심리전도 포함되어있다. 이때, 하시모토는 아주 그럴싸한 대응으로 흥미를 더했는데, 그것이 바로 날일자 걸침이었다. 귀에서의 날일자 걸침은 너무나 당연한 수지만, 천원에 대한 날일자 걸침이라! 아마 심리전 목적으로 하시모토에게 첫수를 천원에 둔 상대는 오히려 더 큰 심리적 데미지를 입었으리라. 관서기원의 독립과 관련되지 않았다면 더 좋은 성적을 이루었을지도 모를 하시모토지만, 역시 오청원이 있었기에 그 한계는 분명했을 것이다. 다만, 사까다를 10년간 엿먹인 본인방전은 하시모토가 이룬 최대업적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