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전 글에서 이번 농심배 리쉬안하오 vs 신진서 경기를 다각도로 분석해보겠다고 썼는데,

그 이유가 뭐였냐면 너무 잘 둬서 대국 상황이 누적손실을 적게 하는 방향으로 흘러갔을 수 있다고 생각돼서.

그런데, 직전 글에서는 50K 분석 글만 올리며 돌파고 비벼볼 수 있겠다고 적었을 뿐 대국 상황 분석은 안 했단 말이야.

그래서 대국 상황 분석해보니까 와 ㅋㅋㅋㅋ 어떻게 여러가지 조건들이 GIGAMAKY게 겹쳐서

누적손실에 상당한 풍이 꼈다는 걸 알아냈어.

1. 초반 15수 내외까지는 작정하면 쌍방이 일치율 100%도 찍을 수 있으므로, 초반 15수 누적손실 적은 건 무시해야 한다.

2. 엄청나게 많은 돌들이 소비되는 특이한 정석이 진행돼서 누적손실이 훨씬 적게 나올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

3. 신기하게도 이후 상당 수순까지도 유력 지점이 무척 적은 형태로 진행됐다.

4. 종반 몇 십 수 동안 유력 지점들이 많아졌지만, 더 유력한 지점들이 어느 정도 명확해서 누적 손실이 더 낮아지게 됐다.

이런 조건들이 어우러져서 누적 손실이 엄청나게 낮게 나온 거야. 물론, 신진서가 잘 둔 것도 맞겠지만, 저런 조건 덕을 상당히 본 것도 팩트.

5지선다와 10지선다 중에서 어떤 게 더 정답률이 낮을까? 10지선다겠지?

바둑에서도 유력지점들이 5개일 때와 유력지점들이 10개일 때 중에서 정답률이 낮은 건 당연히 10개일 때지.

그래서 이번 경험을 통해서 유력지점들이 적은 대국은 일치율이 높게 나오고, 누적손실이 적게 나오니까 분석할 때 주의해야 한다는 걸 인지하라는 것.

반대로 유력지점들이 많은 대국은 일치율이 낮게 나오고, 누적손실이 크게 나오니까 그런 대국도 분석할 때 주의해야 하고.

우선 프로그램마다 유력 지점들을 필터링하는 메뉴가 있는데,

내가 사용하는 프로그램에서는 저런 식으로 visits량이 N% 초과인 수들만 보여주는 기능이 있는데, 나는 1% 초과인 지점들만.

저걸 ALL로 해버리면, 모든 지점들이 보여서 무척 어지러워지고, 0.5% 초과로 하면 더 보이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서.

내가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이유는 경량이라서 쓸 뿐, 딱히 이 프로그램을 사용할 이유는 전혀 읍써라.

다른 프로그램들에서는 보통 딱 찝어서 몇 순위까지만 표시해주겠다는 기능이 있음.

1% 초과라는 게 무슨 의미냐면, 이번 검색 때 총 visits량이 100K라면, visits량이 1K인 지점은 1% 이하니까 안 보여주고,

visits량이 1.0001K인 지점은 1% 초과니까 유력지점으로 표시해준다는 거야.

그래서 이번 대국 수순마다 표시되는 유력지점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라는 거야.

이미지를 50개 밖에 못 올리니까 수순 띄엄띄엄 올렸고, 이미지 저장할 때 실수했는지 수순이 약간 뒤바뀐 게 있을 수 있어.

훑어보다가 중간중간 글이 있으니까 읽어볼 것.

저 똥덩어리 정석이 18수부터 시작해서 65수 즈음에 끝났으니까 이 정석에만 무려 45수 이상이 투입된 거야.

위 이미지들에서 봐서 알겠지만, 이 정석 매 수순 유력지점들이 1개가 대부분이지?

객관식이 1지선다면 정답률이 어떻겠냐? ㅈㄴ 높을 거 아냐.

그렇기 때문에 그만큼 선수가 그 수를 둘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만큼 누적손실이 적어질 수 밖에 없는 건데,

이 정석 45수의 절반인 22수~24수에서 누적손실이 적어지게 되는 혜택이 발생됐다는 거야.

이것만 해도 엄청나게 혜택을 얻은 건데,

ㅈㄴ 신기하게도 이후 진행된 상당 수순 동안에도 신진서 턴 때는 유력지점이 무척 적은 상황이 무척 많이 발생했다는 거야.

자신이 이기고 있을 때는 이렇게 유력지점이 적은 방향으로 이끌어야 해. 신진서가 이걸 의도한 거라면 개고수.

불리할 때 흔든다고 그러잖아? 분석 관점에서는 그게 무슨 의미냐면, 유력지점들이 많은 방향으로 유도한다는 거야.

왜? 유력지점들이 많아야 정답률이 낮아지니까. 정답률이 낮아진다는 건 실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

유력지점들이 적다 = 객관식 보기가 1개 2개 3개 4개다 = 정답률이 높아진다 = 일치율이 높아진다 = 누적손실이 적어진다

이 즈음에 가서야 유력지점이 저렇게 많아져.

근데, 내가 바둑 개하수라서 프로들이 이 상황에 3순위 이내 지점을 높은 확률로 꽂을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좌하쪽 흑과 하변 흑이 모두 미생이라서 저 사이를 가르면서 둘 가능성이 높지 않나?

이 때는 정답 맞추기 어려웠을 것. 근데, 반 이상의 지점들이 +10이상이고 1순위는 +11이라서 틀리더라도 누적손실이 크지 않았을 것.

유력지점들이 많지만, 저 수가 훨씬 더 유력해서 둘 가능성이 높잖아?

이 때도 유력지점들이 많지만, 좌하귀 흑이 미생이니까 걔를 모는 지점인 저 수를 둘 가능성이 높고.

여기는 좀 더 어렵기는 한데, 좌하귀 미생 흑이 2집을 못 내도록 만드는 맥점이 저 곳이니까 좀 보이는 수고.

아무튼, 종반에 가서 유력지점들이 많아졌지만, 확실히 이기고 있어서 그런 건지

유력 지점들 중에서도 확실히 유력한 지점이 그렇게 찾기 어렵지 않은 것 같아서

유력지점이 많아진 종반 때도 누적손실 출혈량이 적게 흘러간 것 같음.

아무튼, 이번 대국은 위에서 설명한 여러 이유들로 인해 누적손실집수가 무척 적게 된 것.

돌파고 확실히 넘어선 인간 대국 찾아서 무척 고무됐지만, 분석에서 놓친 게 컸고, 분석할 때 대국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걸 배운 것.

그리고, 매번 이런 식으로 인간이 일일이 대국을 따로 분석하는 건 무리데쓰잖아?

그래서 내가 지난 번에 말한 더 좋은 스텟이 대국 상황까지 분석한 스텟을 말한 거. 코딩이 그닥 어렵지는 않을 텐데, 지금은 맘이 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