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이름까지 바꾸면서 작정하고 출시했다는 K8, 사전계약부터 지금까지 계속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4월 본격적으로 출고를 시작한 후 5월, 6월까지 판매량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4월에는 4,587대로 시작해 5월에는 5,564대, 6월에는 5,473대가 판매되었다. 반도체로 인한 생산 지연만 아니었으면 이보다 더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을 거라는 말도 있다.
지난 5월에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추가되었다. 엔진 배기량이 2.4리터에서 1.6리터로 다운사이징 되어 힘이 부족하지 않을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과연 실제로 타본 K8 하이브리드의 느낌은 어땠을까? 이 포스트는 에디터 개인이 보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작성된 만큼 독자 개인의 생각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K8 외장 비교
전면은 블랙
측면과 후면은 화이트
마침 시승해본 K8 하이브리드 외장 색상과 내장 색상이 K8 화이트였기 때문에 기존에 시승했던 블랙 외장, 블랙 내장 모델과 비교도 같이 해 보겠다.
처음 화이트 외장 색상을 봤을 때는 전면이 정말 적응이 안 되었다. 보통 전면 그릴은 바깥쪽에 테두리가 존재하며, 내부 패턴도 검은색이나 크롬 등 포인트를 주기 마련인데, K8의 경우 테두리 없이 범퍼와 일체형으로 되어 있으며, 그릴 패턴 색상도 차체 외장 색상과 똑같다.
그릴 패턴이 보통 검은색인 경우가 많아 블랙 외장이 적용된 K8의 전면은 그나마 나았지만 화이트 K8의 전면은 그다지 첫인상이 좋지 않았다. 계속 보다 보면 적응되겠지만 당시에는 '누구냐 넌?' 이 생각밖에 안 들었다.
전면이 화이트로 뒤덮여 있다 보니 날이 맑을 때에는 주간주행등도 눈에 띄지 않는 편이다. 또한 방향지시등이 점등되었을때도 그 모습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멀리서 보면 잘 안 보일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전면은 그다지 좋은 인상이 아니었지만 측면으로 오면 생각이 바뀐다. 긴 차체와 날렵한 루프 라인에 밝은 흰색까지 더해지니 상당히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랙은 중압감 있는 느낌이 든 반면, 화이트는 가볍고 마치 한 마리의 백조처럼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18인치 투톤 휠의 디자인도 괜찮았다. 참고로 하이브리드에는 19인치 휠 옵션이 없다.
후면은 블랙보다 화이트가 더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화이트 외장과 레드 색상의 테일램프, 주황색의 방향지시등까지 꽤 훌륭한 조합을 보여준다.
그 외 디자인적인 요소는 순수 내연기관 모델과 완전히 동일해 외관상으로 이 차가 순수 내연기관 모델인지, 하이브리드 모델인지 구별할 수 없다. 후면 트렁크 우측 하단에 조그마하게 존재하는 HEV 배지만이 이 차가 하이브리드라는 것을 알려줄 뿐이다.
K8 내장 비교
무난한 색상의 블랙과는 달리
화사한 분위기를 표현한 화이트
이번에는 화이트 내장에 대해 살펴봤다. 정식 색상은 샌드 베이지지만 실제로 보면 화이트에 가까운 색상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편의상 화이트로 표현하겠다. 기존 블랙 색상은 무난한 모습이었던 반면, 화이트 외장은 산뜻하고 화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블랙에서는 고급차에서 느낄 수 있는 중후함을 느낄 수 있는 반면, 화이트에서는 밝은 색상 때문인지 젊어진 느낌이 난다. 그렇다 보니 젊은 사람이 만약 K8을 산다면 화이트를 많이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화이트가 적용된 부위는 시트, 도어트림, 스티어링 휠, 센터 콘솔, 대시보드 하단 등 꽤 넓은 부위에 적용되었다. 또한 블랙 스웨이드가 적용된 천장과도 잘 대비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젊은이 혼자 이용하거나 차에 친구들이 많이 탄다면 화이트 내장을 선택해도 괜찮겠으나, 만약 부모님과 함께 이용한다면 화이트보다는 브라운을 선택하는 것이 괜찮아 보인다. 실제로 보지는 못했지만 사진으로 봤을 때 밝으면서도 중후한 느낌도 어느 정도 갖춘 모습이었다. 즉 블랙과 화이트 중간 느낌이었다.
3.5 가솔린보다
우수한 가속력
주행 질감도 훌륭했다
시승차는 이전에 탔던 3.5 가솔린과 외장 및 내장 색상을 제외하고 동일한 옵션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옵션 설명보다는 주행했을 때 차이점 위주로 서술해 보았다. 에디터 혼자 탑승한 만큼 모든 사진은 신호 대기 등 정차한 상태에서 촬영했으며, 오토홀드 기능을 활성화해뒀다.
처음에 하이브리드에 1.6 터보 엔진이 들어갔다고 생각했을 때, 이 엔진으로는 5미터가 넘는 차를 잘 구동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었는데, 실제로 주행해본 결과 그러한 생각이 싹 사라졌다. 오히려 초반 가속에서는 3.5 가솔린은 굼뜬 느낌이었지만, 하이브리드 모델은 출발부터 최대토크가 나오는 전기모터 덕분에 3.5 가솔린보다는 시원한 가속을 보여줬다.
예전 하이브리드차에서는 가속페달을 밝으면 꿀렁이는 느낌이 나 이질감이 매우 강했는데, K8 하이브리드에는 최신 기술을 많이 적용해 이런 꿀렁이는 느낌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급가속 시 가속감은 3.5 가솔린과 큰 차이 없었다. 오르막도 부족함 없이 잘 올라갔다.
가속 후 주행 질감도 1.6리터 엔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오히려 고급차 다운 주행 감각은 3.5 가솔린보다는 하이브리드에서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다. 3.5 가솔린은 4기통 같은 6기통 엔진 느낌이었다면, 1.6 하이브리드는 반대로 6기통 같은 4기통 엔진 느낌이었다.
주행 시 소음은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전기 모터가 동력을 추가로 제공해 주는 덕분에 엔진은 RPM을 더 적게 사용한다. 웬만한 주행에서는 엔진 회전수가 1,500RPM 전후에서 왔다 갔다 한다. 거기에 전면과 1열, 2열에 이중 접합 차음 글라스가 적용되었기 때문에 실내로 들어오는 소음은 거의 없다. 그냥 엔진이 돌아가고 있구나라는 정도만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여기에 음악을 틀게 되면 소음은 전혀 느낄 수 없다.
스포티한 주행에서도 엔진 RPM이 4,600까지 올라갔지만 엔진 소음은 그렇게 크게 들리지 않았다. 정숙성 하나는 웬만한 수입 프리미엄 세단 부럽지 않은 수준이었다. 정숙한 차를 찾는 사람에게 딱 알맞은 차라고 할 수 있겠다.
전자제어 서스펜션 덕분에
승차감은 3.5 가솔린과 동일
3.5 가솔린에만 적용되는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하이브리드에도 적용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국산차 대비 승차감은 훌륭한 편이다. 주행 상황에 따라 감쇠력도 잘 제어해 준다. 동일한 서스펜션이 적용된 탓에 3.5 가솔린과의 승차감 차이는 없었다.
K8 하이브리드를 구매한다면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필수로 추천할만한 사양이다. 다만 노블레스 라이트는 선택이 불가능하다. 하이브리드에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적용됨으로써 현재 2.5 가솔린만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적용되지 않았는데, 현재 소비자 반응을 봤을 때 내년 연식변경할 때 2.5에도 전자제어 서스펜션을 추가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시승 당시
생각보다 낮게 나온
하이브리드 연비
K8 하이브리드의 장점 중 하나로 16.8~18km/L에 달하는 높은 복합 연비가 있다. 그래서 에디터 본인도 실제로 연비가 얼마나 잘 나오는지 한번 측정해봤다. 모드는 에코 모드로 두고 스포티한 주행은 하지 않았다.
10km를 주행해본 결과 평균 연비는 10.6km/L이 나왔다. 복합 연비에 크게 못 미친 수준이었다. 순간 내가 주행을 잘못한 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도로가 넓은데다 정체도 없었다. 트립 컴퓨터상의 오류일 수 있으니 정확한 측정은 연료를 가득 주유 후 장거리 주행을 한 뒤 다시 주유소에서 기름을 가득 주유하는 full to full 방식으로 측정해보는 것이 정확하겠다.
2열 통풍시트 부재
굳이 그랬어야 했나...
K8 하이브리드 내부를 살펴보면서 2열 통풍시트가 없다는 점을 발견했다. 실제로 가격표를 살펴보니 2.5 가솔린과 3.5 가솔린에는 2열 통풍시트 옵션이 존재하는데, 하이브리드에만 2열 통풍시트가 없다. 다른 옵션들은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어 있다.
기아 관계자에 따르면 하이브리드에도 뒷좌석 통풍시트를 넣을 수는 있지만 그렇게 될 경우 너무 비싸져서 넣지 않는 것으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하이브리드 모델에 존재하는 컴포트 패키지는 뒷좌석 통풍 시트를 제외한 대신 패키지 가격이 40만 원 저렴하다.
이 점은 소비자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통풍 시트가 없어도 무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40만 원을 아낀다고 생각하겠지만 통풍시트를 선호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 소형차도 아니고 대형차, 고급차인데 파워 트레인에 따라 이런 차별점을 둬야 했었나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차라리 그럴 거면 HUD 팩+스마트 커넥트에 포함된 빌트인 캠을 따로 선택 품목으로 분류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빌트인 캠은 단가가 꽤 비싼데 반해 시중에 나와있는 블랙박스 대비 화질이 떨어지며, 음성 녹음이 안된다는 단점이 있는 데다 보조배터리 때문에 연비까지 낮아진다.
또한 내장 메모리다 보니 메모리 확장이 불가능하며, 용량도 32GB로 짧아 영상이 저장되는 기간도 짧다. 게다가 이 빌트인 캠 옵션이 별도 선택이 아닌 HUD+스마트커넥트 패키지에 포함되어 있어 끼워팔기 논란이 있다. 이런 단점 때문에 빌트인 캠이 적용되어 있더라도 블랙박스를 추가로 다는 소비자들이 꽤 많다.
차를 오래 탈 생각이라면
하이브리드 선택이 이득
K8을 오래 탈 생각이라면 하이브리드 선택이 가장 좋다. 엔진 배기량이 낮아 자동차세가 아반떼와 동일한 29만 원이 나오면서 성능적인 부분은 3.5 가솔린과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만큼 훌륭하다. 연비는 언젠간 정확하게 측정해봐야 알겠지만 그래도 2.5 가솔린이나 3.5 가솔린보다는 훨씬 높을 것이기에 유류비 부담이 적어진다.
또한 엔진 사용이 적어지다 보니 소음이 적으며, 하이브리드 관련 부품이 비싸긴 하지만 고장이 그렇게 잘 나는 것도 아니며, 보증도 10년 20만 km까지 넉넉히 제공한다. 차량 가격이 2.5 가솔린 대비 400만 원(하이브리드 세제혜택 적용) 가량이 비싸지만 차를 오래 탄다면 위 장점 덕분에 가격 차이가 충분히 상쇄되고 그 이후부터는 하이브리드가 더 이득이다. 결함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전체적으로 괜찮은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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