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작년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3위에 올랐지만 중국 시장에서는 수년째 고전 중이다. 전성기 때는 중국 내에서 총 5개의 공장을 가동하며 연간 160만 대의 생산량을 기록했지만 지난 2017년 중국 사드 보복 이후 내리막에 접어들었다.
2016년 114만 대에 달했던 현대차의 중국 판매량은 작년 27만 대까지 급감했고 거듭된 부진 끝에 2021년 베이징 1공장을 매각했다. 현재는 충칭과 창저우 공장 매각까지 시도 중이지만 계획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현대차는 중국 업체의 전기차를 자사 공장에서 생산하는 고육지책을 선택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산 전기차 생산 대행 기존 전략 과감히 엎었다
지난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BAIC)의 중국 내 합작 법인 베이징현대는 BAIC 산하 전기차 브랜드 ‘아크폭스(Arcfox)’의 전기차를 생산하기로 했다. 현재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지는데, 베이징현대가 아크폭스의 설계부터 생산, 품질 관리까지 총괄하는 ‘내부 생산(MIP. Made Ins Plant)’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현대차는 중국 시장 판매 부진의 해결책으로 아이오닉 등 자사 전기차의 중국 현지 생산을 추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중국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현대차의 승산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해당 계획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와 대비되는 아크폭스 생산량 부족으로 현대차 활용
아크폭스는 BAIC가 2017년 설립한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로 올해 판매 가격을 13.8% 인하하는 등 중국 내수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이다. 초소형 전기차 ‘라이트’부터 전기 SUV ‘알파 T’, 전기 세단 ‘알파 S’, 전기 슈퍼카 ‘GT’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주력 전기 세단인 알파 S HI에는 화웨이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하기도 했다.
작년 내수 시장에서 2만 5천 대를 판매한 아크폭스는 올해 5만 대. 내년에는 그 이상의 실적을 목표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생산 시설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신규 생산 시설에 투자하기보다는 판매 부진으로 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진 베이징현대의 공장을 활용하는 방법을 제안한 것이었다.
중국 철수는 최후의 보루 한동안 하청 역할 할 듯
현대차의 아크폭스 전기차 생산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포기할 수 없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현재 중국 내에 남은 2개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의 절반조차 채우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당분간 그 공백을 아크폭스 전기차 생산으로 충당할 전망이다.
한편 올해 현대차의 중국 시장 생산 및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하며 희망을 보이고 있다. 올 8월까지의 중국 내 판매량은 15만 7천 대로 전년 동기(14만 4천 대) 대비 약 9% 증가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생산 라인 방치하는 것보단 나은 선택인 듯”, “현대차가 중국 전기차 업체 하청으로 전락할 줄이야”, “적어도 품질은 봐줄 만하려나”, “사드 보복 여파가 크긴 컸구나”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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