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군생활 막막한 예비폐급들아
나도 현재 인지능력이 좀 떨어져서 어리버리한 폐급들 중 한 명이야
다행히 지능은 낮은 편은 아니라 생활하는데 지장은 딱히 없다

군생활은 좀 어떻냐

나 같은 경우에는 남들 말하고 있을때 주변에서 소음이 조금이라도 나면 그 사람이 하는 내용을 못 들어서 소통이 잘 안 되고 뜬금없는 소리를 해대서 대화에서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
다른 사람이 말하고 있을 때 못 듣는다는게 얼마나 불편한지 참ㅋㅋ


그 밖에도 자꾸 중요한거 까먹거나 물건 잘 잃어버려서 불편해 할거다

훈련할때는 정확하고 신속하게, 간부 맘에 들게 해야하는게 군 공통이잖냐?
근데 난 포병이라 무거운거 많이 들고 다칠 일도 종종 있는건 물론이거니와 무전도 잘 들어야 해서 정신 바짝차려야 하는데
내 의지랑 상관없이 자꾸 어리버리 타니까 간부랑 선임한테 엄청 닦이고 기분만 안 좋아지고 그렇더라

아마 너희도 하루하루 지옥같은 나날을 보낼 수도 있다
그러니까 내 경험을 토대로 군생활에 관해 말해주고 싶은게 있다

0. 약점을 절대 네 입으로 먼저 열지마라
-너무 솔직해도 독이다. 사람들은 네가 네 문제점을 알고 있는데 왜 고치지 않는건지 일부러 그러는건지 답답해한다. 네 사정을 이해 해주는 건 오직 가족 밖에 없다. 정말 착한 사람도 있긴 한데 보통은 그저 선량하기만 한 사람들이다. 최소한 군대 안에선 아무도 믿지마라. 답답하고 억울해도 그냥 앓고 살아야 한다. 이건 정말 군대에선 어쩔 수가 없다

1. 병원을 갈 수 있으면 가라
-난 아직 안 가긴 했는데 가서 약 타먹고 멀쩡히 행동할 수 있으면 괜찮을 것 같다. 난 약 먹고나서 부작용에 대해 많이 회의적이라 검사도 안하고 안 먹었다. 근데 보통 약 먹으면 만족도가 굉장히 높긴 하던데 가보는 것도 추천한다

2.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라
-중요한 건 무조건 메모하는게 좋다. 네가 해야할 일, 빨래 등 사소한 거라도 적어놓고 수시로 확인하면서 안한게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암구호나 합구호는 손에다가 몰래 적고 까먹었으면 확인하자

3. 눈치껏 최대한 빨리 행동하자
-너무 느리고 굼뜨단 소리 많이 듣고 살았을텐데 이거저거 하다가 늦게 나온 경우일 수도 있다. 뭐가 더 중요한 일인지 우선순위도 잘 판단 안 되다가 늦어서 욕 먹은 적도 있을테고 그냥 뭔가를 하면 거부감까지 드는 한이 있더라도 최대한 빨리 후딱 끝내버리자.

작업, 훈련, 근무 때는 눈치도 좀 보면서 최대한 열심히 할려고 하지말자. 그냥 가만히 있지 말자 뭐라도 해라 선임이 뭐하고 있으면 제가 하겠습니다 저 주십쇼, 뭐 들고 있으면 제가 들겠습니다 등등 꼭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야 한다.

너네가 정말 정신없어서 실수하고 빼먹는건 넘어갈 수 있지만 열심히 안 하는건 그건 나도 이해 못한다 정신없단 핑계로 열심히 안 하는건 의지 문제가 맞다

4.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너네는 어리버리하고 굼뜨므로 능력을 인정받기엔 당연히 아쉬운 수준이다. 그럼 남은건 착할 수 밖에 없다. 주변 사람들 잘 챙기려고 하면 그래도 너 나쁘지는 않게 볼거다. 존심 상해도 호구짓도 어느정도 해야된다. 동기랑도 잘 지내보려고 노력도 좀 하고

5. 자존감 무너지지 마라
-어차피 전역하면 다 안 볼 사람들이다. 너의 몇 안 되는 소중한 사람들이랑 자주 연락하면서 버텨내자. 목소리도 좀 크게크게 내고 다니고 대놓고 무시는 안 당하고 살아야지 너네 그럴 취급 받으며 살 사람들 아니고 무시하는 애들 수준도 다 거기서 거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