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이제 전역한지 2주가 넘어가고 있네.

군입대 얼마 안 남은 친구들 지금 기분이 어때? 대부분 다 부정적이겠지??

근데 너무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는 마라. 어차피 여기 갤러리 있는 대다수가 현역이잖어? 즉 결국엔 가야 한다는 이야기지. 어차피 가는 거 기분 좋게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극단적으로 부정적이지는 말자.

솔직히 나도 입대날 정말 ㅈ 같았고, 훈련소도 ㅈ 같았고, 자대도 앞서 두 개보단 낫지만 그래도 ㅈ 같았다. 군대라는 거 자체가 원래 다 ㅈ 같다. 근데 전역하고 돌아보면 다 추억이고 경험이더라. 다시 가라 하면 절대 안가지만 그래도 돌아보면 좋은 기억들도 꽤 많았다.

군대라는 게 너무 잘해도 너무 못해도 문제가 있다. 그냥 적당히 하면 된다. 남들 하는 만큼만. 남들에게 피해는 주지 않을 정도로. 너무 잘해도 그냥 보통 귀찮은 일만 늘어날 뿐이다. 월급은 똑같고 포상휴가도 생각만큼 쉽게 나오는게 아니다. 그렇다고 너무 못하면 몸은 편할거다. 왜? 아무도 너에게 일을 시키려 하지 않을테니까. 근데 정신적으로는 진짜 힘들거다. 다 너를 무시하고 피하려 할테니까. 그러니까 중도의 길을 걸어라. 그게 베스트다.

자대는 사실 부대부고 보직마다 차이가 크니까 훈련소 팁을 좀 주자면 생각보다는 할 만하다. 나도 운동신경 진짜 없는 편이었는데 아예 안 힘들었다면 구라지만 그래도 죽을 만큼은 아니었다.

첫 주는 사실상 별거 없다. 시간과의 싸움일 거다. 둘째주는 보통 사격을 할텐데. 사격은 진짜 꼭 해라. 기다리는 시간이 조금 지루하지만 남자치고 사격 싫어하는 남자는 난 아직 못 봤다. 대한민국 남자로 태어났으면 솔직히 총 한 번은 쏴봐야지. 그리고 이건 자대 가서도 전역 해서도 자존심 싸움의 주요 소재다. 진짜 재밌고 총을 고정시켜 놓기도 하고 조교들이 진짜 계속 확인하기 때문에 크게 위험할 일은 없을거다. 즐겨라. 마음껏.


셋째주에 나는 화생방 했던 거 같은데. 화생방 너네가 진짜사나이 같은 데서 본 것보다는 확실하게 덜 하다. 그리고 솔직히 한 번은 해볼만 하다고 본다. 다만 몸이 안 좋으면 빠져라. 큰일난다. 몸 건강하다면 난 하는 걸 추천한다.

그리고 각개랑 행군이 남았겠지? 솔직히 앞서서는 크게 힘든 훈련은 없다. 대신 논산이면 이동이 좀 힘들긴 하다.(내가 논산 출신이라 잘 알지 ㅋ) 각개전투가 정말 힘들다고는 알려져 있긴 한데 이 또한 그 명성만큼 힘들진 않았다. 그냥 마구 굴러야 한다는 거. 옷이 흙범벅이 된다는 거 정도? 그냥 좀 좋게 이야기하면 전쟁놀이다. 즐기려하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요즘도 숙영을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춥다. 사회에서 하는 캠핑을 생각하면 안된다. 그래도 덥고 춥고 불편한 거 빼고는 다치거나 힘들 일은 없으니 웬만하면 해라.

드디어 대망의 행군. 20km. 여름철에는 야간행군 그 외는 주간행군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사실 여름/겨울은 마찬가지로 덥고 춥다. 난 개인적으로 여름이 더 힘들 것 같다. 더운데 그 무거운 군장을 지고 걸어야 하니까.. 발 아프고 어깨 아프다. 그래도 못할 일은 아니다. 정 힘들면 단독군장이라도 해라. 아예 열외는 웬만하면 하지 마라.

5주가 정말 안 갈 것 같아도 훈련하다보면 금방 간다. 오히려 난 자대 가니까 시간이 더 안 가더라. 그리고 요즘 훈련병 군기훈련(얼차려)도 못 한다 그러던데. 그렇다고 너무 나대지는 마라. 상식적인 선은 지키자.

그리고 내가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말은 군생활 내내 알고 있었으면 하는거다. 인간관계다. 군대도 어떻게 보면 사회다. 많은 사람들을 만날거다. 근데 훈련소 동기들은 힘든 순간을 같이 했기 때문에 정은 생기지만 그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지는 않다. 그냥 훈련소에 있는 동안 적당히 잘 지내면 된다. 자대는 조금 신경을 써야 한다. 특별한 일이 아닌 이상 남은 군생활 동안 계속 볼 사람들이니까. 그리고 전국에 혈기왕성한 남자들이 모이는 곳이 군대다. 진짜 별의 별 사람들이 다 있다. 진짜 저런 사람도 있구나 라는 생각도 할 거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무시해라.

육군은 공군만큼 휴가를 자주 나가지는 않는다. 그래도 휴가를 너무 아끼지는 마라. 나가야 할 땐 나가라. 가서 집밥도 먹고 친구들도 만나고 해라. 그래야 버틴다. 그래도 요즘은 폰을 쓸 수 있으니까 세상과 어느정도 소통은 자유롭다. 비록 훈련소 때는 주말이나 공휴일 1시간씩만 가능하긴 하지만 이게 어디냐. 겨우겨우 기회 받아서 공중전화로 몇 분 통화하는 거보다는 백 배 천 배 낫지. 1시간동안 뭘 하든 자유긴 하지만 그래도 부모님한테는 먼저 꼭 연락드리고 할 거 하자.

쓰다보니 되게 길어졌다. 혹여나 더 궁금한 점 있으면 댓글 남겨라. 아는 선에서 최대한 답해줄테니. 고생해라. 화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