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기회의 땅이었던 게 나한테만 그랬던 걸 수도 있는데 예를 들면, 나랑 같은 소대에 내 전공과 관련된 분야에서 직장 다녔던 선임 한 분이 계셨는데 전역하고 취업할 때 그분 덕 많이 봤었음.

그 외에도 사회에서는 만나지 못했을 법한 사람들을 군대에선 무차별적으로 다 데리고 와서 만나는데 그 사람들이랑 친분 쌓고 길게 연락 이어가니까 나중에는 한 번씩 도움이 되더라.

나보다 학벌 좋고 아는 것도 많았던 후임이랑도 한가할 때 같이 공부도 하고 여러 이야기들 들으면서 부족했던 견문도 쌓을 수 있었음.

아 참고로 딸피 아니고 22년 군번임. 당시에 휴대폰 풀리면서 다들 생활관에서 일과 끝나면 누워서 휴대폰만 하니까 되게 시간 날리는 기분이었는데

나랑 같은 생각 가지고 있던 선임 몇 분이랑 후임이랑 같이 생산적으로 시간 보내니까(동아리 만들기, 독서하고 토론회) 전역한 뒤에 와서 생각해 보니 진짜 도움이 많이 됐음.

그리고 특히 군대에서 공모전이나 대회 같은 거 열면 무조건 참가하는 게 좋음. 안 되겠지? 하고 해 봤는데 생각보다 참가하는 사람도 적어서 일단 하다 보면 한 번은 상 받을 수 있더라

덕분에 휴가도 받고 공모전 상도 받아서 돈도 벌고 좋았음.

군대에 있을 당시에는 진짜 좆같고 시간만 날리는 것 같고 나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서 생각해 보니 거기 가기 전이랑 나온 뒤가 많이 달라졌음.

개백수병신휴학생이었던 내가

지금은 가고 싶었던 곳에 취업(선임한테 도움 많이 받음)도 하고.

독서에 취미도 붙여서 틈만 나면 읽는데 주변에서 생각이 깊다는 말 예전에는 한 번도 못 들었는데 최근에는 종종 듣기 시작함.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감도 생기고 일 추진하는 것에 있어서 망설이는 게 사라졌음.

어차피 붙잡혀서 온 거 1년 8개월을 어떻게 생산적으로 보낼지 생각한 게 생각보다 날 많이 바꾸더라

너희들도 조금이라도 시작해 봐라

점심 먹고 생각하다 갑자기 감상에 젖어서 쓰는 거긴 한데 이런 글이 조금이라도 너희한테 도움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