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아닌 실제인 것들이 더 많은 영화 '밀수'

올여름 극장가를 휩쓴 ‘밀수’는 해녀가 주인공인 영화다. 1970년대 서해에서 전복 따던 해녀들이 우연히 밀수 판에 발을 댔다가 큰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라고 요약할 수 있다.

영화의 감독은 '베테랑', '국제시장' 등을 제작한 류승완 감독으로 섬 하나를 세트로 지어 촬영한 ‘군함도’, 모로코에서 모든 장면을 담은 ‘모가디슈’ 등 힘든 촬영을 마다하지 않는 류승완 감독의 작업 스타일 때문에 촬영 현장이 힘들고 독하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덕분에 관객 입장에서는 갖가지 미장센과 공간을 보는 재미가 큰 것도 사실이다.

영화 밀수의 액션신은 직접 바다에 들어가서 촬영하는 것이 위험해 대부분 대형 수중 세트에서 촬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바다 위에 실제로 배를 띄우고 드론을 날려 찍은 장면도 아주 많다. 영화 속 바다와 어촌 풍경이 유독 생생하게 보이는 까닭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류승완 감독은 “물때를 기다리느라 며칠을 섬에 고립됐었던 적도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림 같은 바위섬들도 CG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3개월가량을 바다를 뒤지고, 드론을 날려 직접 찾아낸 장소들에서 촬영하였다는 후문이다. 춘자(김혜수), 진숙(염정아)이 살고 있는 가상의 바닷가 마을 군천의 촬영지는 강원도 삼척시 덕산항이다.

아주 작은 항구와 방파제가 있는 작은 바다 마을로, 방파제 끝에는 빨간색 작은 등대와 흰색 등대가 마주 보고 있고 항구 안쪽에는 작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다. 김강이 프로듀서는 “규모가 크지 않은 항구지만, 바다 전망이 시원스럽고 어판장 분위기도 생생해 1970년대 어촌 풍경을 연출하기 좋았다”고 설명했다.

밀수의 촬영지 중에는 이름난 명소도 있는데, 여수 거문도 인근의 ‘백도’가 대표적이다. 영화 중반부 춘자와 진숙 일행이 2년 만에 만나 밀수를 벌였던 장소가 백도 앞바다를 배경으로 촬영되었다. 여수 거문도 백도는 한국의 10대 비경(신비스러운 경지)에 포함되는 곳이다.

거문도 동쪽 약 28㎞ 지점에 있는 백도는 상백도와 하백도를 비롯해 여러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영화에는 주로 하백도의 모습이 담겼다고 한다. 수면 위로 솟구친 기암괴석과 깎아지는 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진 모습 등 하백도를 상징하는 풍경이 영화에 여러 차례 등장한다.

백도는 출입이 불가능한 섬이기 때문에 유람선을 타야만 절경을 관람할 수 있다. 거문도 여객선 터미널에서 유람선이 오가는데, 상백도와 하백도를 차례를 돌아보고 다시 거문도로 돌아오는 시간이 2시간가량 걸린다.

완도와 여수 사이에 있는 작은 섬 ‘다라지도’도 영화에 등장한다. 바위가 바다 위로 볼록하게 솟은 모양이 낙타의 등을 닮아 ‘낙타섬’이라는 별명이 붙은 무인섬으로 영화 후반부 해녀들이 다이아몬드를 찾아 마지막 밀수 작전 벌였던 장소다.

국내를 대표하는 지질 명소 적벽강도 ‘밀수’의 무대가 됐다. 변산반도 서쪽 끄트머리에 자리한 적벽강은 화산암과 퇴적암이 섞여 있는 독특한 지형으로 굉장히 유명한 장소다. 썰물 때에는 해안선을 따라 걸으며 주상절리와 해식 동굴, 몽돌 해안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영화 중반부 권상사(조인성)와 춘자가 남몰래 다이아몬드 가방을 빼돌리던 장소가 이곳이다.

밀수는 영화사 외유내강의 조성민 부사장(프로듀서로 류승완 감독과 ‘모가디슈’ ‘베테랑’ 등의 영화를 함께했다)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영화로 그가 영화 ‘시동’ 촬영 때 군산에 방문했다가 박물관에서 밀수 관련 자료를 접한 게 계기가 됐다고 한다. 당시 조 부사장이 들렀던 박물관이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인근 호남 관세 박물관(옛 군산세관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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