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이유는, 

많이 아는 사람일수록 

자기가 무엇을 모르는지 더 선명하게 알게 돼

눈에 보이는 것들을 더 많이 해석할 수 있게 되고

매 순간 자신의 무지를 자각하게 만드는 

괴로움의 순간을 더 자주 마주하게 돼

두 번째 이유는

지식은 진정한 앎이 아니기 때문이야

안다는 건 머리로만 아는게 아니야

머리로만 아는 건 추상적인 관념적인 지식을 의미해

사람이 무언가를 안다는 건

경험과 통합되었을 때 완성돼

따라서 지식이 늘어날수록 사람은 어느 순간 자각하게 돼

내가 아는건 진짜 아는게 아니구나라는 걸

머릿속에 들어있는 추상적인 관념의 덩어리들이 아무리 많다고 한들

똑똑하다고 말할수 없다는 걸 깨닫게 돼

볼품없어보이는 노숙자라도 내가 절대 모르는 걸 

알고 있을 수 있어

나는 부모를 잃은 슬픔을 알지 못하고

자식의 성장을 지켜보는 기쁨을 알지 못하고

누군가를 위해 대신 무릎꿇고 용서를 빌어본 적도 없어

어쩌면 그 노숙자는

교통사고로 눈앞에서 사람이 산산조각나는 걸 봤을 수도 있지

젊은 시절 군에서 간첩을 상대로 총을 쏴본 경험이 있을 수도 있고

그럼 그 순간의 죽음의 무게는 

노숙자가 나보다 훨씬 더 잘 알겠지

나는 관념으로 상상만 할뿐이고 그 죽음의 무게는 내 것이 아니야

경험과 통합해야만 완성할 수 있는데

경험을 확보할 시간이 너무 부족해

인생이 너무 짧아

남은 인생 동안 뭘 하고 살아야할까

그런 의미에서 돈이 많을수록 유리하다는 걸 실감하게 됨

돈은 대부분의 경험을 빠르게 구매할 수 있게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