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솔직히 말해서 내가 평생 노력하고 산 줄 알았음.

고등학교 때 야자 빼먹지 않고 공부했고,

나름 사람들이 좋다고 말하는 서울 대학 갔다.

해 뜨기 전에 도서관 가서 학교 기숙사 밥으로만 먹다 어두워져서 들어가고.

회사 다니면서 야근하고 집에 와서 기사 자격증 공부하고.

그러다가 이번에 퇴사하고 이직 준비하면서 생활비 때문에 쿠팡 나가게 됐다.

사실 뭐 성실하게 나간 것도 아니야. 한달에 몇번 인센티브 나올 때만 허브 가서 일해.

내 맘 속에는 잠시 지나가는 곳이니까 고생이랄 것도 없겠지 생각한 것도 맞았다.

그런데 애들 다 키워놓고 돈 벌려고 단기 하시는 어머니들.

장애인 아이 일 가르쳐줘야 하니까 같이 손잡고 와서 같이 일하는 아빠.

한국 국적있으니까 일하는걸텐데도 여기서 영어로 일하는 외국인.

고등학교만 나와서 여기서 알바하고 쿠팡에서 지원해주는 영어 프로그램 들으면서 공부한다는 여자애.

근데 도대체 난 뭘 했다고 노력한 삶이라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이번 여름에 허브 뛰고 오면 열 두드러기 나더라.

군대 다녀올 때도 내가 열 두드러기 나는 사람인지 몰랐음.

그냥 나는 내가 태어난 레일 위에서 달렸을 뿐이고

남들은 다른 레일을 달릴 뿐이었다.

내 생각에는 살기 위해 일 한다는건 대단한 일이다.

진짜로 끈질긴 일이고 존경 받아야 할 일 같아.

여기서 어떤 어린 애들 와서 노력 안해서 벌 받는거란 말에 상처 받지 마라.

그냥 서로 다르게 달릴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