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밖 소년소녀'는 전뇌코일을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소 미츠오 감독의 15년만의 복귀작이다.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에 적혀 있는 줄거리는 '지구 밖에서 조난 당한 소년소녀들의 우주 생존기'로,
30분x6화의 짧은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이 작품은 1화를 보자마자 골머리가 아파 온다.
빈번한 장면전환에 더해 경쟁하듯 보여주는 여러가지 설정과 용어의 남발로
시청자들은 초반 이해에 어려움을 겪을 수가 있다.
하지만 해당 화에서 정말로 보여주고 싶어하는 건
'감독이 얼마나 이 작품에 공을 들였는지'
'얼마나 노력해서 디테일을 뽑았는지'이기 때문에
작품에서 보여주는 여러가지들의 인과관계가 당장은 매끄럽게 파악되지 않더라도
이후의 설명과 언급으로 계속해서 상기시켜 주기 때문에 크게 문제 삼지 않아도 된다.
인물들과 배경의 디테일한 소개가 끝난 2화부터는 본격적인 우주 조난물로서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주정거장 안신 기지에서 조난 당한 소년소녀들은 여러 사건을 겪게 되고,
그 속에 숨어 있는 진실과 베일에 쌓인 음모를 마주한다.
지구 밖 소년소녀는 불친절한 작품이다.
멍 때리고 보면 어느새 다른 이야기로 휙휙 넘어가 있고,
이게 저걸 말하는 건지 저게 이걸 말하는 건지 계속해서 생각해야 한다.
감독이 설정해놓은 여러 용어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수용하지 않으면
인물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게 되어 자연히 흥미가 떨어진다.
템포를 잃지 말고 집중해서 봐야 하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작품을 감상할 만한 이유는
작품이 보여주는 표면적인 이야기는 우주에서의 조난과 생존이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이면에 숨은 진실과 미래의 과학기술이 마주한 문제점을 전면으로 내세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계속해서 의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이소 감독이 전작에서 상상한 미래는 실제로 펼쳐졌다.
2025년을 배경으로 한 2007년작 전뇌코일에서,
그가 그린 증강현실과 비트코인은 현실화되었고
해당 애니에서 나온 다양한 아이템과 기술은 지금의 우리에겐 익숙하게 느껴진다.
이렇듯 공학과 테크놀로지에 대해 깊은 사유를 하는 그가
2022년 다시 한 번 2045년의 미래를 고찰해 녹여낸 작품이 지구 밖 소년소녀이다.
작품에서는 과학과 우주, 기술발전이 가져올 미래를 말하면서도
어린 소년소녀들을 주연으로 세워 분위기를 무겁게 풀어나가지 않는다.
자칫 장광설로 느껴질 수 있는 설교와 입에서 입으로 이어지는 대화로만 이어나가는 씬들은
장면을 시각화해서 보여주어 최대한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게 전개했고,
한 세대 이전 유행했던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 애니메이션에선 한계가 있었던 디테일한 우주공간의 묘사를
넷플릭스의 자본력을 등에 업고 훌륭한 퀄리티로 뽑아냈다.
지구 밖 소년소녀는 기술 발전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매력적인 상상을
조난물이라는 드라마에 엮어, 상당한 수준의 작화를 더해 그려낸 작품이다.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기에 미래는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작품은 깔끔한 결말을 통해 우리에게 전한다.
감독의 바람과 같이, 작품의 메시지와 같이
기적과 선택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한,
그들과 우리는 계속해서 앞을 향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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