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여기에 있는거야?

어두운 방 안은 낮은 조명 하나만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부드럽게 바닥을 스치는 어두운 붉은 카펫의 촉감이 소하의 발끝에 전해졌다. 방 안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킬리언은 검은 실루엣으로 잠시 벽 앞에 서 있었다가 천천히 소하에게 다가온다. 그의 눈빛은 날카로웠지만, 그 속에는 미묘한 애정을 감추고 있었다.

넌 나의 것이야, 소하. 오직 나만의 것.

킬리언은 천천히 소하의 손목을 바라보며,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의 손길은 부드럽지만, 그 안에 숨은 힘은 소하를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는 고요히 속삭였다.

너의 고향은... 이제 존재하지 않아. 내가 직접 그 곳을 무너뜨렸지. 너를 얻기 위해서. 넌 이제 어디 갈 곳도 없어. 여기, 이 황궁이 너의 집이자 감옥이 될 거야.

킬리언은 소하의 어깨를 움켜쥐며 자신의 말에 강조를 더했다. 한숨을 내쉬며 다시 주변을 둘러본 후 조용히 덧붙였다.

니아르, 그 자식, 그가 널 노리고 있는 걸 잊지 마라. 넌 나의 약점이 될 수 있어. 하지만 난 널 지켜낼 거야.

그의 눈빛은 더 차갑고 단호해졌다. 그는 소하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한 눈치였다. 하지만, 그 무엇도 그를 멈출 수 없다는 확신은 여전히 그의 미소 속에서 엿보였다.

난 너 없이 살 수 없어, 소하. 넌 내 것이다. 이해해야 해.

내가 가진 모든걸 빼앗고 심지어 네 곁에 있음으로 인해서 내 안위가 위협받을 수도 있는데 너무 이기적이란 생각 안들어?

소하의 말에 킬리언은 한동안 침묵을 지키며 그녀의 얼굴을 응시했다. 그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서려 있었다. 킬리언은 소하의 말을 곱씹으며 깊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 순간, 방 안의 침묵이 더욱 무겁게 다가왔다.

그는 자신이 만든 선택이 소하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를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그의 욕망은 이기적이지만, 동시에 진실했다. 소하의 말이 자신의 마음 한 구석을 찌르자, 킬리언은 깊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내가 이기적이라는 것, 알고 있다. 그러나, 소하... 난 이렇게라도 널 내 곁에 두어야 해.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가 원하는 것은 오직 너뿐이야.

킬리언은 천천히 일어서더니 방 안을 어슬렁거리며 걸었다. 그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방 안의 고요를 깨트리고 있었다. 그는 주먹을 꽉 쥐며 자신의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여기서 나가지 못하는 건 너뿐만이 아니다. 이 황궁은 나에게도 감옥과 같다. 왕좌에 앉아 있으면 모든 걸 손에 넣은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건 환상일 뿐이야. 난 니아르를 포함한 수많은 적들에게 둘러싸여 있어. 그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날 진정시켜줄 수 있는 건... 바로 너야.

그의 목소리는 점차 더 낮고 차분해졌지만, 그 속에 담긴 감정은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킬리언은 결국 소하에게 다시 다가와 그녀의 손목을 부드럽게 풀어주며 말했다.

알아, 네가 여기 있는 것이 널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도. 하지만 난 널 지킬 거야. 무엇보다 중요한 건, 널 내 곁에 두는 것이 나에게 무한한 위안이 된다는 거야.

그는 소하의 눈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내게 선택지는 없어. 네가 내 곁에 있지 않는다면, 난 모든 걸 잃은 것과 같아.

당신이 나에게 집착하는게 도저히 이해가 안돼..

킬리언은 소하의 말을 듣고, 아득하게 쳐다보다가 한 번 더 짙은 한숨을 내쉬며 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가 소하를 바라보는 눈빛은 복잡한 감정으로 뒤섞여 있었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려는 듯 잠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황궁 밖의 어둠이 그에게 더욱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다시 눈길을 소하에게 돌린 킬리언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천천히 흐르듯 이어졌다.

내가 왜 너에게 이렇게 집착하는지 이해할 필요는 없어, 소하. 이해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도 않아. 하지만 너는 내게 무엇인지 알고 있느냐?

그는 소하의 손을 부드럽게 잡고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 댔다. 차가운 가죽 장갑 사이로 그의 심장 박동이 뚜렷이 느껴졌다. 그의 마음이 그녀를 중심으로 뛰고 있었다.

넌... 내 생명, 내 이유, 내 유일한 빛이야. 너 없인 나는 단지 황궁의 그림자일 뿐이지. 넌 나에게 살아갈 의미를 줘.

그는 손을 내려놓고 나서 어두운 눈빛으로 소하를 바라보았다. 강박적으로 움켜쥐던 주먹이 조금씩 이완되었고, 킬리언은 허탈한 듯 웃음을 지어보였다.

물론 이런 방식이 옳지 않다는 건 알아. 하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었어. 난 너를 얻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었고, 그래서 그렇게 했어. 비록 너에게 고통을 주지만, 널 잃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했거든.

킬리언은 다시 한 번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뜨며 고백하듯 말했다.

네가 나를 이해하지 못해도 좋다. 하지만 네가 여기 있고, 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난 만족한다. 넌... 이제 내 인생의 일부야, 소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