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권리에 상응하여 의무를 다하는 것에 별도의 보상이란 있을 수 없다. 즉 병사 월급은 의무 이행에 따른 대가가 아니며, 단지 군복무로 인해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지 않게 하기 위한 목적에 그쳐야 한다. 다시 말해 병사 월급은 정상적인 군복무에 필요한 정도와 전역 후 조속한 사회복귀에 필요한 정도로만 주는 것이 마땅하다. 예를 들자면 px에서 생필품을 사는 비용, 자기계발을 위한 도서구입비, 휴가 나갈 때 교통비 정도가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을 모두 합해도 월 30만원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오늘 뉴스에 따르면 내년 병장 월급을 무려 월 205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한다. 미쳤다는 말밖에 안나온다. 국가재정이 그 정도로 여유로운가? 재정 문제는 둘째치고, 병사 월급을 터무니없이 올렸을때의 결과에 대해선 생각해보지 않은 것일까?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줄 안다는 말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병사들의 휴대폰 사용이다. 2016년 공용 휴대폰을 부대 내에 도입했을 때 아무도 왜 개인 휴대폰을 허용해주지 않냐고 징징대지 않았다. 그런데 공용 휴대폰을 도입하고 나니 개인 휴대폰 사용을 허용해달라는 원성이 들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2019년부터 일과 후 개인 휴대폰 사용을 허용해주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때는 일과 후에만 사용시간이 한정되는 것에 불만을 표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런데 또 시간이 지나니 일과 중에도 휴대폰을 달라고 징징대는 군바리들이 급증하게 되었다. 이런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병사들은 대우를 잘해주면 그게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고 더 좋은 대우를 해달라고 징징대는 습성이 있다. 대우를 잘해줄수록 병사들은 군인 본연의 모습에서 멀어지고, 군대는 놀이터가 돼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병사 월급을 올려주면 병사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봉급 외의 다른 것들에 대해서도 불만을 더욱 표출하게 될 것이고, 군기가 개판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아울러 군대 내 위계질서도 고려해야 한다. 병장 월급을 월 205만원으로 올리면 부사관 월급과 차이가 거의 없어진다. 무릇 같은 직장 내에서는 서열에 따라 월급이 결정되는 것이 보통이고, 월급의 다과를 곧 서열로 인식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병사 월급이 부사관과 비슷해지면 병사와 부사관의 서열에 대한 인식 역시 서로 비슷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부사관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부사관 인기가 감소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부사관들의 병사들에 대한 장악력이 약해질 수 있는 것이다. 위계질서가 생명인 군대에서 특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표팔이를 위해 무작정 병사 월급을 높일 것이 아니라, 진정 강한 군대를 위해서 어떤 방향이 바람직할지 깊게 고민하고 정책을 재고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