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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다모바일에서 작성

고갤러(211.55) 2024.01.07 21:27:40
조회 197 추천 0 댓글 13

나는 실업계 출신이라 대학교를  안 가려고 했는데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는 게 너무 불안해서 학교로 오는 무료 종이 지원서 넣어놨던 곳 중 한 곳을 갔음 엄마도 어른들도 좋아하는 보건대였음

난 평생 병원에서 일할 생각도 없었고 따지자면 병원 일을 싫어하는 편이었지만 고등학교 2년 왕따 이후로 사람에 대한 적대감이나 열등감이 심해져서 남들을 누르고 싶다는 마음가짐으로 공부했음

1학년 1학기 학점 4.3 석차 5등 엄마는 울었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전화하셔서 나를 칭찬했음 고등학교 때 정신과 다니던 걸 모두가 알고있었나 봐 힘들었을 텐데 이겨내줘서 고맙대

그런데 죄송하게도 1학기가 종강하고 난 엄마한테 휴학하겠다고 함 아마도 번아웃 같은 거였겠지 학교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음 엄마를 일주일 설득했는데 허락보다는 니 알아서 해라 하는 답변이 돌아왔음

그래서 휴학서 준비하고 학교에 내러가야겠다 싶었는데 엄마 SNS에 부정적인 상태 메시지랑 프로필 사진이 올라온 거. 그래서 아 난 정말 쓰레긴가? 엄마 가슴에 비수를 꽂는구나 + 또 나만 평범한 길에서 벗어나는 건가? 하는 불안감이 동시에 증폭하면서 결국 휴학 안 했음 병신같이

2학기를 다니면서 강의 듣다보면 토할 것 같은 느낌이 자꾸 올라와서 힘들었는데 어찌저찌 마쳤음 공부도 열심히 안 했고 시험 범위도 잘 몰랐고 공부는 물론 남을 이기는데도 흥미가 없었음

근데 2학기엔 4.5 석차 1등이라는 성적을 받아냈음 뿌듯하거나 하는 마음은 없었고 엄마는 또 좋아하셨음 자랑도 하고 근데 종강하고 하루하루 보내면서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 너무 아른거림

그 일이 인터넷 방송임 에라이 괜히 읽었네 하지 말고
나는 고등학교 때 방학마다 단기 알바마냥 1-2개월씩 방송을 했었음 처음 방송할 땐 코로나 시절이라 6개월 정도 했었고 방송할 때마다 엄마도 알고 계셨음

고1때부터 대학 들어가기 전까지 간간히 한 게 총 개월수로 치면 9개월 정도 했으려나 중간에 새로운 계정으로 방송했을 때도 있었는데 총 수익은 1600만원이었음

벗방도 아니고 여캠도 아님 난 그냥 노래를 좀 할줄 알았고 악기를 다룰 줄 알았으며 진짜 왕따라 방송에 몰입했던 점 그리고 인터넷 사람들이 더 익숙했던 장점들이 수금력이 됐겠지

난 끽해야 2개월 하고 학교로 돌아가느라 접어야 했던 방송 말고 제대로 방송을 하고 싶었음 그래서 엄마한테 말했음 휴학하고 제대로 하고 싶다고.

우리 지역은 좀 시골이라 자취방도 싸서 집 주변에 하나 구해서 출퇴근 방식으로 왔다갔다 하며 방송할 생각이었는데 자취 얘기 꺼내기도 전부터 엄마는 반대했음.

반대 이유와 내 의견을 요약하면

방송이 평생 갈 것 같냐 vs 잘 안 되면 그만두면 된다. 남자의 2년 군휴학이라고 생각해 달라.

남자는 강제로 가는 거고 넌 다르다. vs 그렇게 생각만 하자는 거다.

잘 안돼서 학교 돌아갔을 때 오랜만에 가서 공부도 안 잡히고 그때 친구들도 없어서 학교도 그만두고 싶어지면 어쩔 거냐. vs 그래서 군휴학 예시를 든 거다. 2년 동안 학교 못 다닌 사람들도 잘만 졸업하고 취업한다.

이런 실랑이 벌이다가 내가 그랬음.
난 대학 생각 없었어도 엄마나 어른들이 보건대 이 전공 좋아하는 거 안다. 싫어도 아득바득 공부해서 좋은 성적 냈다. 한 번만 보상해 준다 생각하고 믿어달라. 학점 2점으로 이런 얘기 했으면 해보지도 않고 학교 관두려 그러냐 했을 거 아니냐. 성적도 잘 받아왔는데 한 번만…
그랬더니 엄마가 이랬음.
그렇게 치면 막말로 아빠도 없는데 엄마가 너희 안 버리고 키운 것도 인정해 줘야하는 거 아니냐.

그러니까 그냥… 이 얘기를 하는 게 너무 한심해지고 그러더라.

엄마가 그냥 방학동안 해보고 개강하기 전에 생각 안 바뀌면 그때 다시 말해라. 그러길래 막상 또 휴학한다고 하면 1학기 종강했을 때처럼 싫어할 거면서. 하고 방 들어왔음.

난 이제 성인이고 마음대로 휴학하고 집을 구해 나갈 수 있음. 2학기 전장 받았고 1학기도 국장 나오긴 했지만 매달 등록금보다 많은 돈을 벌 자신도 있음. 근데… 너무나 죄책감이 든다

그냥 죄책감 단 하나 때문에 자꾸만 내 행동을 포기하게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생각이 맞다 싶어서 행동한 일인데 엄마의 반응 이야기 행동을 보면 죄책감이 생기고 죄책감 때문에 역시 난 틀렸나 내가 나쁜 건가 하고 자꾸만 흐려진다 그래서

이젠 누구 말이 맞는지도 내가 잘못한 건지 엄마가 나를 배려하지 못하는 건지도 모르겠어 그래서… 내가 너무 무모하고 바보같은 짓을 하려고 하는 건가 싶어서 고민 갤러리 올려봐

장문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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