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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회화를 잘 하고 싶다면 궁금함을 참을 줄 알아야 한다.

영갤러(220.86) 2024.10.12 02:56:37
조회 304 추천 4 댓글 2
														

나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활동을 했었다.

기억나는 사례가 있어서 경험담을 풀려고 한다.


내가 지금 예로 들 학생은, 필리핀의 고등학생이었는데 한국어에 정말 열의가 있는 친구였다.

아니 애초에 그 친구가 한국말을 배우고 싶다고 먼저 나에게 접근했다. 특히나 '안녕하세요'의 발음과 억양만큼은 한국인 고등학생 못지 않았다.

물론 한국어로 하나,둘,셋이라든지 일,이,삼같은 수도 세지 못했지만 안녕하세요 하나만큼은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등학생하고 똑같았다.


이 친구는 나에게 유튜브라든지 한국 드라마, K팝에서 들은 문장을 가져와서는 나에게 이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그 말의 뜻을 설명해주었음은 물론, 문법적인 설명까지 다 해주었다. 그걸 설명하기 위해 국문법 지식까지도 동원했다.

지금도 기억나는 예시로, hot에 대응하는 한국어 형용사는 '덥다'인데 왜 '덥워'가 아니라 '더워'가 되냐는 질문이었다.

이는 설명하자면 국문법으로 ㅂ 불규칙 활용에 해당하는데 이런 것까지 전부 공부해서 영어로 일일이 설명해줬다.

이외에도 너조차, 너마저의 뉘앙스 차이 이런 것도 물어봤는데 나름대로 공부를 해서 알려준 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나도 영어 회화를 연습할 겸 이 친구를 가르치기로 한건데 정작 영어회화보다 국어의 언어학적 지식이 더 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문법적인 지식과 유의어의 뉘앙스 차이까지 일일이 가르쳐 주었더니, 그 친구는 내가 가르치는 내용을 정말 좋아하고 재미있어 했다.

시간이 갈수록 질문의 양도 많아지고 질도 크게 향상되었지만 정작 그 친구의 한국어 회화 실력은 거의 늘지 않았다.

2년이나 가르쳤지만 정작 한국어 회화 실력은 크게 늘지 않은 것이다.

진작 알아챘어야 했는데 2년이나 버렸다.


"말을 잘하고 싶다면, 문법적, 언어학적 지식이나 사소한 뉘앙스 차이 따위에 얽매여선 안된다."


나는 그 친구에게 이제부터 어원이나 문법적 지식, 뉘앙스 차이 같은 것은 알려주지 않겠다고 말했고,

수업은 오직 한국어로만 진행할 것이며 질문은 오직 내가 말한 내용의 뜻을 알려주는 것에만 한정하겠다고 했다.

그래도 고마운게 그 친구가 계속 나를 믿고 따라와줬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정말 개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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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말을 한다거나, 아니면 한국어 어휘를 떠올리지 못해서 영어가 섞여나온다든지,

그래도 나는 한국어만 사용했고 그렇게 가르친지 한두달정도 지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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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하지만 이제 꽤 이해할만 한 수준까지 올라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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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위 짤로부터 몇 개월 뒤의 내용인데 아직도 오타나 표기 실수, 문법 오류가 있지만 꽤나 한국어에 가까워졌다.

물론 이것만으로 판단하기엔 너무 짧지만.

씨발이라는 욕은 가르쳐준 적이 없는데도 각종 매체에서 어떻게 알게 되었는진 몰라도 임팩트가 센지 잘도 사용한다.


물론 여기에 음성으로 대화한 내용은 올릴 수 없지만 지금은 저거보다 한국말 더 잘한다.

이제 와서야 나도 원래 그 친구를 가르치기로 한 목적인, 영어회화를 수월하게 연습할 수 있게 됐다.

얻은게 아무것도 없지는 않지만 그동안의 2년이 너무 아깝다.


나는 대학교 수준의 영어교수법만을 배웠기 때문에 뭐가 왕도고 정도라고 단정해서 말할 수는 없다.

그래도 내가 이 필리핀 친구를 가르친 경험으로부터 확실하게 배운 교훈은 이거 하나다.


'문법과 언어학적 지식을 탐구하는 것은 정말 재미있고 목표 언어 실력에 도움 되는 것 같지만, 외국어 회화 능력에는 거의 도움이 안된다.'


조동사 will과 be going to VR의 차이, 조동사 can과 be able to VR의 차이 이런거 하나하나에 집착하다보면 진도 못 나간다. 회화실력의 성장을 바라기 힘들다.

그런 것들의 차이는 화용론(Pragmatics)이나 의미론(Semantics) 과목에서 주로 다루는데 영어영문학 전공자들도 아마 절반 이상이 수강은 커녕 그런 수업이 있는지 들어본 적도 없을 것이다.


일단 궁금한건 참고 '원어민은 이렇게 말한다' 큰 틀부터 받아들인 다음 어느정도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면

그때부터 문법이나 뉘앙스같은 세부적인 내용을 교정, 미세 조정(fine tuning)하는게

적어도 영어 '회화'에는 도움이 더 될 것이다.


물론 님들이 반박한다면, 님 말이 맞을 확률이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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