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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교 와 스튜어디스

4갤러(1.242) 2024.11.07 09:25:34
조회 104 추천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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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닌 대학은 ‘대한항공’이 재단으로 있는  <인하공업전문대학> 이다.

우리학교 최고의 인기학과는 취업이 99% 육박하는 ‘항공운항과’인데,
모두가 하늘의 꽃인 ‘스튜어디스’가 되려고 온 학생들이다.

(1학년때는 학생답게 아주 예쁘고 귀여운데, 2학년이 되면 성숙한 여인이 되어서 학생인지 연예인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지금도 그들은 늘씬한 몸매와 미모로 미스코리아, 탤런트, 모델등 전공인 ‘스튜어디스’보다 연예계에서 성공한 인물이 많기도 하다.
각설하고, 우리학교(인하공전)과 함께  인하대학교가 한 울타리에 같이 있는데, 후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그래서 후문으로 들어와 우측으로 들어가면 인하대,  좌측으로 들어가면 인하공전인 것이다.
나는 좌측으로 걸어 들어가는 전문대생 이었다.

나는 ‘전기과’에 들어갔는데, 사실 문과전공이어서 계산이 너무많은 ‘이과’인  ‘전기과’ 수업에 흥미가 없었다.
게다가 적성도 안맞고, 이공계라 삭막하고, 여학생(?)도 없고 해서 학업의 끈을 놓으려 부모님께 말씀드렸다가

‘욕’만 바가지로 얻어먹고, 어쩔수 없이 학교에 다녀야 했다. 당연히 학과성적도 바닥을 치면서, 나쁠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학보사’에서 2차 수습기자를 모집한다는 대자보를 보는 순간 내 눈엔 광채가 났다.
그날 바로 원서접수를 하였고, 다음날 필기시험과 ‘학보사귀신’이 될것을 바득바득 우겨대는 전략으로

마지막 관문인 면접을 무사 통과하여 비로서 ‘수습기자’ 가 되었다.
‘수습기자’가 된 그날부터 언제 그랬냐는 듯 불평없이 열심히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수습기자가 된후, 취재랍시고  각 동아리방과 항공운항과 사무실 등… 여기저기 기웃기웃 거리며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었는데,

남자라서 그런지 예비역들에게서 군대이야기를 듣는게 재미있었고, 하루일과의 한 코스가 되었다.

예비역들은 주로 ‘유네스코회관’ (공과계의 실험실)  ‘잔디밭’에 삼삼오오 무리 지어 모였는데,
(‘유네스코회관’은 후문을 들어서자 마자 좌측에 있는 첫번째 흰건물이다.) 예비역들의 사랑방이다.

그곳에 모이는 예비역들의 출신부대를 쉽게 구분할수 있었는데,
일단 해병대출신은 ‘세무워카’를, 특공대와 특전사는 ‘사제 워카’를, 우리의 알보병 육군은 ‘일반워카’를 신고있고,

해군과 공군은 반짝이 단화를 신고있고 해서 쉽게 구분이 가능했다.


어느날 따스한 햇볕 아래서 군대이야기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우리 앞으로  ‘인하대 (ROTC)학군후보생’ 둘이 씩씩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당시의 인하대 ROTC는 하얀단복에 멋진모습으로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꽤나 좋았으며,
거의 대부분이 대기업 취업을 하던 시절이었다. 

 

사실 인하대와 전문대 학생들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가급적 서로의 학교에 침범하지 않는 불문율 같은게 있었기에

제복을 입은 ROTC 학군후보생들이 나타나면, 대부분의 학생뿐만 아니라 ‘예비역’들도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
그리고 대화 내용이 순식간에 바뀌면서 장교출신이 어떻다는 둥... 얘기를 하는데...
‘00출신은 고지식하고, 00출신은 무식하고, 00출신은.....’ (더 이상 말하기 어려움을 느낀다)

 

예비역들 대부분이 장교에 대하여 불만이 많은 줄은 이날 처음 알았다.
예비역들의 ‘소대장 호박씨까기’가 따발총 처럼 남발 했지만 내겐 잘 들어 오지 않았고,
대신에 ROTC의 뒷모습에 시선을 뗄수가 없었다.
그날 따라 예전과 달리 ROTC 학군후보생들이 너무나 멋져 보였다.

 

일반 다른학생들과 달리 베레모와 제복을 입고, 절도있게 걷는 ROTC 모습은 절로 남자다움을 느끼게 했다.
사실 학군후보생들이 우리 학교에 자주 넘어오는 이유가 있다.
바로 ‘항공운항과’에 다니는 예쁜 여학생을 만나러 가는게 주 목적이다.
예비역들은 그러한 예비장교를 보면서, 괜한 불편함과 질투심을 느꼈다.

군대에선 몰라도 사회에서 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는 묘한 피해의식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가을축제 때 였다.
여기저기 대학교에서 파견 나온 ‘타대학 ROTC 학군후보생’들이 우리학교 문턱이 닳도록 드나 들었다.
제법 숙녀티가 나게 꽃단장을 한 1학년생인 ‘항공운항과’ 여학생들은  ‘ROTC 학군후보생’들에겐 사냥감 이었다.
빳빳하게 각을잡은 단복과 눈부시게 닦은 단화로 시선을 어지럽게 한후, 온갖 감언이설로 여학생들을 홀려 축제를 즐기다가

자기네 학교로 모셔가곤 했는데, 우리의 예비역들은 ‘항공운항과’ 학생들에게 눈길한번 못 받아보니 자격지심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한잔씩 알코올로 얼굴을 붉게 만든 우리의 예비역들...
‘항공운항과’는 우리가 지킨다고... 객기인지 애교심(?)인지를 발휘하면서 ‘ROTC 후보생’들만 보면 시비를 걸며 좇아 내곤 했다.
우리의 예비역들은 약간의 취기로 잔디밭에 모여 군가를 부르며 단결을 보여 주고 있었는데,
저기 멀리서 기세등등한 두명의  ‘ROTC 학군후보생’들이 학교로 들어오는 것을 포착했다.
먼저 특공 예비역이 비틀비틀 일어서더니 길을 막고 잠시 검문을 한다.

특공예비역: 어디 가능교...
후보생: 축제에…
특공예비역: 돌아 가시오 얼능
후보생: 이게 뭡니까.
특공예비역: 어라... 잘 하면 치겠소..

갑자기 분위기가 험악해 진다.
‘ROTC 학군후보생’은 아랑곳 않고 특공예비역을 밀치고 나가려 하다 멱살이 잡히자 분위기가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밀치고, 밀고 하다가 베레모가 떨어진 ‘학군후보생’   결국 뚜껑(?) 열린 ‘학군후보생’…
순간 특공예비역의 턱을 한방 날렸고, 추풍낙엽처럼 나가 떨어진 우리의 특공예비역.
순식간에 몰려든 육,해,공군의 예비역들의 집단 난투극이 있었다.

 

다행히도 싸움을 말리는 예비역들이 많아서 곧 끝났지만, 두 후보생의 깨끗한 단복과 단화는 흙범벅이 되었고,

그 중 한 후보생의 얼굴에서 끈적끈적한 피가 흘렀다. 순간... 학군후보생과 예비역들은 모두 그 자리에서 황급히 사라졌다.
(학군후보생들은 병원으로, 예비역들은 학교건물 뒤 사각지대로…)

다행히 축제가 끝날 때까지 더 이상의 불상사는 없었지만 이 이야기는 한동안 회자 되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날 싸웠던 한 후보생중 얼굴에서 피가 난 후보생은 한쪽 눈이 실명이 되었고,

그날로 단복을 벗어야 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후 나는 ‘ROTC 학군후보생’을 볼때마다 왠지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나는 대학졸업후  3사관학교에 편입하였다.
육군소위를 달고, 첫 휴가를 나와서 후배들 위문차  인하공전 ‘학보사’에 가는 도중이었다.
인천까지 가는 도중에 ‘중위’이상 장교들이 왜그리 많은지 ‘충성’ 경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학교앞에 오니, 내 뒤에서 ‘충~성’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뒤돌아 보았다.
나에게 이렇게 까지 크게 경례하는 군인도 있나?  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ROTC 후보생이 거수경례를 하는게 아닌가...
내가 받아 주기전 까지, 계속 거수경례를 하는데 당황스러웠다.
결국 묵직하게 ‘충성’하며 경례로 받아 주었다.

 

그런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여기저기 ‘인하대 학군후보생’들이 경례를 하는데,
어찌나 크게 하는지 주변이 쩌렁쩌렁 울리는 것 같았다.
난 학교선배도 아닌데.....  괜히 민망하고, 얼굴이 화끈거렸고, 어색했다.

 (내가 비록 장교지만, 장교이기 전에 그들 학교선배로써 대우를 했는지 모른다.)

어쨌든 장교가 될 후배들에게 큰 소리로 경례 받기는 처음이었으며,
선배장교로서의 뿌듯함에 그날의 기분은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지금도 인하대 ROTC 군기는 유명하지만,  덤으로 ‘인하대 학군후보생’들의 군기를 가늠할 수 있었다.

 

난 그들을 뒤로 하고…
학교후문에 들어서자 마자,  잽싸게 왼쪽으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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