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우주와 천체라는 과학적인 소재를 활용해, 존재와 끝을 이야기한 6집은 명작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6,7,8집은 3부작이 될 것이며 유사한 기조를 계속 가져간다] 라는 결정이 꽤 두려웠다.
1부를 넘는 2부는 쉽지 않고, 6집과 리팩이 생애 최고 히트를 기록한 점 역시도
최선의 방향이 아닌 곳으로 힘이 가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할 부분은 윤하는 음악 외적 요소에 빠져 음악을 매몰시키는 작가가 아니라는 것이었고
7집은 이 긍정적인 면을 완벽히 구현해냈다.
Tracklist)
1. 맹그로브
염수에 자라는 강한 생명력의 맹그로브는 두려워하고 불안한 존재들의 손을 잡아준다.
왈츠 리듬의 여유있는 움직임이 느껴지지만 매우 진중하고 웅장한 분위기로 이어간다.
앨범의 첫 트랙이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다음 곡들이 가지를 자유로이 뻗게 해 주는 느낌.
2. 죽음의 나선
목적을 잃고 생각을 멈추는 존재는, 죽음으로 가고 있는 줄도 모르고 끝없이 빙빙 돌 뿐이다.
각성해야 한다. 내가 걸어갈 방향을 인지하고 죽음의 나선을 끊어내야 한다.
강렬한 사운드와 카리스마있는 보컬은 Supersonic을 위시한 기존의 곡들을 연상시키지만
제목과 주제의식을 더하면, 윤하 커리어에서 가장 록음악의 정체성.
3. 케이프혼
곡의 모든 요소가 한 단어를 가리킨다. "모험"
수많은 사람의 실패와 죽음을 불러왔음에도, 도전과 모험의 상징이었던 케이프혼 횡단.
화자는 그 도전이 무모하고 실패할 것이라는 말들조차도 인정하고 포용한다.
그리고 누구보다 강한 결기로 모험을 행할 뿐이다.
깃발을 올리고 앞장서는 주인공은 공연에서 빛을 발할 듯.
4. 은화
개인적으로 인간 윤하와 그 음악을 사랑하는 특징 중 하나는
어른의 능력을 다 가진 채로 아이의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것.
유치할 때도 있다. 하지만 유치할 때 살아나는 표현들을 완벽히 살린다.
그 특징에 가장 맞는 트랙.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 '둘은 하나보다 훨씬 세다' 등 직접적인 표현을 쓰고
너무 명확하게 은화해 바다로 가는 연어떼라는 소재를 그린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아일랜드풍 신나는 연주와 귀여운 추임새는 보너스.
5. 로켓방정식의 저주
이상, 완벽함, 정답을 모두가 원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그에 대한 대답은 '차근차근' , 그 외에는 허상이나 다름없다는 원론적 이야기.
차분하고 관조적으로 따분한 이야기를 하는 듯하지만 속 깊은 응원을 전한다.
이미 먼 거리를 날아온 내 로켓은 많이 가벼워졌지만, 로켓은 온전하다는 말과 함께.
'다들 저마다 발 굴러내고 있는 건, 작은 팔을 위로 드는 건, 언젠가로 보내는 희망'
개인적인 이번 앨범 최고의 라인.
6. 태양물고기
알려진 것과 다르게 아주 튼튼하고 강하고
바다에서 스스로 빛을 낼 수도 있는 존재인 개복치.
시련 끝 강한 존재가 된 윤하가 자신의 과거와 그에 비슷한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 같다.
어떤 누구의 얘기에도 미소지을 수 있는 존재가 되길 바란다고.
이 곡이 타이틀인 게 아주 좋은 선택이라고 느낀 건,
치우치지 않았다는 것. 6집 정규앨범은 그런 트랙이 마땅찮아 아쉬웠고,
사건의 지평선이 딱 그랬다. 장르를 따지자면 '윤하' 라고 하기에 가장 어울리는 노래.
7. 코리올리 힘
적도 무풍지대에 떨어진 시점의 화자는
안간힘을 써도 움직이는 건지 알 수도 없고, 간절한 바람은 커녕 구름 한 점 보이지 않는다.
나른함과 무력함을 강렬한 기타와 보컬로 뿜어내는 반전매력이 있는데
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소리나 화끈하게 지르는 느낌을 전부 의도한 거로 느껴짐.
로방저와 이 트랙이 제목도 그렇고 좀 툭툭 던지는 비움의 미학이 느껴진다는 게 비슷한데
둘 다 엄청나게 좋음.
8. 라이프리뷰
선공개에서 하이라이트를 완벽히 숨겨서 좀 많이 놀란 곡.
주마등에 스쳐지나가는 장면들을 보며 존재를 고찰하는 것까지만 생각했는데
윤하가 답을 알려줘버렸다. 부모님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데
'한 순간이라도 당신을 위해 살아' '분신이 다음 페이지에서 그대의 염원을 잇겠지만'
등의 표현은 다른 해석의 여지가 아예 없어 혼자 살짝 아쉬워했다.
이 의미를 기억한 채 노래를 들으면 삶에 대한 회고라는 테마가 명확히 들린다.
곡이 비교대상이 없다. 아주 성스럽고 무거운 곡.
9. 구름의 그림자
구름이 해를 가려 그림자를 내고, 비를 내리고, 그 물방울은 모든 곳으로 흩어져 사라지지만
구름의 그림자가 비친 그 순간은 우리가 기억하는 그 자체로 존재하며
구름을 만들어낸 그 여정을 기억한다.
재미있는 건, 6집 '물의 여행'이 연상됐다는 것.
땅을 흘러 큰 물로 가는 물방울의 시점을 경쾌하게 담아낸 물의여행과
시점, 분위기 모든 게 정반대인 곡이라는 해석을 해봤다. 설마 의도가 있을까?
노래는 정말 아련하고 아름답다.
10. 새녘바람
윤하가 팬송으로 밝혔다.
팬송은 실패하지 않는다. 공연에서 안 불러주는 게 있을 뿐.
천 번 넘어져도 천 번 일어날 수 있게 되었다. 기다리는 너와 함께하는 우리라서.
'그걸 얻게 되는 거야' 에서 드럼 때리며 고조되는 게 엄청나게 취저.
어떤 곡이 됐든 분위기가 죽어버리는 걸 좀 싫어하는데, 이런 강렬한 마무리 너무 좋다.
저의 3선발
은화 / 로켓방정식의저주 / 태양물고기
마무리)
6집이 뒤늦은 히트로 활동이 길었는데
단기간에 어떻게 에너지를 응축시켰는지 들을수록 놀랍다.
트랙리스트를 보고 패닉 온 나에게
최소 1년은 안 질리게 할 자신 있다는 누나였는데,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이외에도 리팩으로 정리될 세계관, 트랙순서, 6집과의 연관 가능성 등등
수많은 소재가 있으나 각자 상상하며 토론하는 여지가 또 있을 것 같다.
뽈긩이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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