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 3.

몇달 전 나는 잠을 자다 책을 보고 있는 너를 갑자기 붙잡고 소리질렀었지
나 네 아이를 임신하는 꿈을 꿨어!
눈을 잠시 마주치다 나는 울었어. 나 꼭 좋지 않은 옷을 입은 누군가가 양쪽 어깨를 타고 올라오는 것만 같다고. 피임약은 임신한 뒤에 먹으면 효과가 없는거지, 혹시 있다고 해도 약은 비쌀거야.
너는 나를 네 쪽으로 조금 끌어당긴 뒤 내 어깨를 털었어. 진정해. 임신이라니. 그런 일은 없을거야.
만약 임신하게 되더라도 괜찮아. 우리 주변에 아기를 지울줄 아는 여자인 친구가 있을거야.
나는 몸을 수그린 채 너를 올려다봤고 너는 계속 말했어.
혹시 없다면 내가 할게. 송곳같은걸 이용하면 할 수 있어.
그게 아니야.
그게 아니면 왜 그러니 많이 아프지 않을거야 무섭다면 술을 먹고 하면 돼 걱정마.
나는 꿈속에서라도 임신하게 된건 참을 수 없다고 소리질렀고 너는 다시 조용히 나를 안정시키는 말을 했어.(안정시켰어가 아니라 안정시키는 말을 했다는 쪽은 네가 생각나서 좋아.)
꿈 속에도 아기를 지울줄 아는 여자인 친구들이 있을거야 고맙다고 어느정도 돈을 줘야겠지만 많이 들진 않을거고(야매니까) 내내 내가 옆에 있을게.
나는 정말? 하는 표정으로 너를 봤고, 괜찮을 때까지 기술 좋은 친구들을 꿈속에서 찾아보겠다고 너는 말했어.

나는 얼굴을 씻고 방바닥에 누웠고 너는 나보다 먼저 불까지 모두 끄고 누워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