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여자가 될 수 없다

너는 여자가 될 수 없다,

너의 몸은 이미 세상이 선언하였고,

그 문장은 번지지 않는 잉크처럼

그 자리에서 굳어버린다.

너는 여자가 될 수 없다,

네 손끝에서 흐르는 꿈들은

아직도 너의 피부를 스친다.

그러나 그 꿈들은 유리가 깨지듯

자꾸만 갈라진다.

너는 여자가 될 수 없다,

이름을 바꾸고,

목소리를 덧칠해도

세상은 무심히 반응할 뿐.

네가 서 있는 자리에서

항상 네가 원하지 않는 네가

먼저 말을 건넨다.

너는 여자가 될 수 없다,

그래서 너는 네 몸을

벗어나려 한다.

허공 속에서

누군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하지만,

네 그림자는 여전히

너를 따라온다.

너는 여자가 될 수 없다,

세상은 두 가지 색으로만 그려져 있고,

네가 찾는 그 길은

이미 지워져 있다.

하지만 네 발끝은

여전히 그 길을 더듬으며,

사라진 길 위에 흔적을 남기려 한다.

너는 여자가 될 수 없다,

네가 찾아 헤매던 정답은

단 하나의 문장이 아닌,

수많은 물음표 속에서

이미 존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