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거정전
제3장 속(續) 승리의 기록
어느 해 봄날, T거는 7탑방에 취해 건들거리며 레드셔 북팀이 되었다. 이 때 언덕 위에서 티이구가 헐다운 한 채 엘퀴를 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 티이구는 돌장갑으로 포탑을 만들었기에 모두 돌대가리라고 불렀다. 티이구는 엘퀴를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계속 잡아서 까부수고 강철 빤쓰로 만들어 입었다.
T거는 티이구가 엘퀴 잡는 것을 보자, 갑자기 온 몸이 근질거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옆으로 가서 저격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자신의 스톡포 7.5/70를 조준했다. 새로 뽑은 땅크라 그런지, 아니면 손이 잭스라서 그런지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서너 대 때릴 수 있었다. T거는 처음에는 실망했지만 나중에는 부아가 치밀었다. 자기가 깔보는 티이구는 저렇게 킬딸을 치는데 나는 0킬이라니, 이것은 얼마나 체통을 잃는 일인가. T거는 궤도를 끊은 엘퀴에게 달려가 용을 쓰며 충각했다. 그러자 픽 하고 소리가 났다. 격파하는 소리조차 티이구의 소리에 미치지 못하고 말았다. 그러자 T거의 수직장갑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스톡포를 레드셔 언덕 아래에 냅다 팽개치면서 침을 탁 뱉었다.
“이 저격헤비 같은 놈.”
“창동호랑이 같은 놈, 누구한테 욕이야!”
티이구가 관측장치를 치뜨고 채팅했다. 이런 돌대가리가 감히 함부로 지껄여? T거는 상대가 항상 얻어맞는 골탄 셔먼이라면 겁을 집어먹었겠지만, 티이구쯤이야 못 당할까 싶어 용감하게 덤벼들었다.
“누구긴 누구야! 바로 네놈한테지.”
“너, 전면 변속기가 근질거리나 보구나?”
티이구가 포탑을 돌리고 헐다운 자리를 잡으면서 채팅했다. T거는 그가 꽁무니를 빼려는 줄 알고 잽싸게 달려들어 한 대 쏘려 했다. 그런데 T거의 포탄이 미처 티이구에게 닿기도 전에 그에게 관통 당하고 말았다. T거는 곧 티이구에게 뚫린 정면 하단에서 불이 난 채 터져서 차고로 끌려가고 말았다.
T거의 기억으론 아마도 이것이 평생에 있어 가장 큰 굴욕 같았다. 티이구는 돌대가리라 자신이 늘 비웃어 주었는데, 도리어 그에게 손찌검을 당했으니 말이다. T거는 어찌할 바를 몰라 우두커니 차고에 있었다.
그 때 멀리서 T거가 제일 미워하는 련방의 대원수 1호가 굴러왔다. 그는 벨라루시에 있는 워게이 본사에 들어갔다가 반 년 뒤에 돌아왔는데, 어찌 된 일인지 정면장갑에도 경사가 이쁘게 생기고 승무원 스킬도 13스킬이 찍혀 있었다. 그 때문에 그는 한 판에 열 번도 더 도탄을 냈고, 엔진을 세 차례나 맞았어도 불이 나지 않았다. 그를 볼 때마다 T거는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치사하게 장갑이 경사졌으니 정직한 땅크라 할 수 없으며, 그의 엔진도 한 방만에 불이 나지 않았으니 화끈한 엔진이라 할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너숙청, 니 애미 홍차…….”
T거는 그 동안 속으로만 이렇게 욕을 했지 채팅으로 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화가 끓어 누구라도 붙들고 앙갚음을 해야 하던 참이라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채팅하고 말았다. 그러자 이 너숙청이 녹색으로 칠한 숙청포를 장전한 채 T거에게로 쿠르르르 굴러왔다. 그리고 잠시 후에 T거는 꽝 하는 소리가 자기 차체 하단에서 나는 것을 들었다.
“나는 저 애한테 말했는데!”
T거는 곁에 있던 짜장 숙청 2호를 가리키며 변명했다. T거의 생애에 있어 두 번째로 큰 굴욕이었다. T거는 엔진이 스톡이라 천천히 굴러갔다. 고요한 해안 저격 섬에 당도하니 망각이라는 보물이 효력을 발휘하여 제법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뒤쪽에서 빵국에 있는 젊은 봉다리가 굴러왔다. 평소에도 T거는 봉다리를 보면 저격 헤비라고 욕을 해댔는데, 하물며 굴욕을 당한 지금이야! 그는 굴욕의 기억이 되살아나자 마음속에서 적개심이 일었다.
‘오늘은 왜 이리 재수가 없나 했더니 너를 보려고 그랬구나!’
하고 생각했다. T거는 앞으로 나서며 큰 소리가 나게 침을 뱉었다. 젊은 봉다리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포탑을 돌린 채 자리를 잡기만 했다. T거는 봉다리 옆으로 다가가서 새로 뽑은 봉다리 업글 포의 포탄을 몸으로 가리며 보험금을 뜯었다.
“아이고머니나, 이런 무례가…….”
봉다리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몸을 피했다. 저격 섬 안에서 구축들이 와 하고 웃어 댔다. T거는 더욱더 신이 났다. 그래서 그 구경꾼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이번에는 힘을 주어 밀어 버렸다. 이 한 판의 승리로 T거는 티이구 일도, 대원수 1호기 일도 깨끗이 잊어버렸다. 오늘 생겼던 재수 없는 일이 모두 앙갚음된 것 같았다.
“이 정면 맞고 불날 나-찌 놈아!”
물 속에서 젊은 봉다리가 울먹이며 욕하는 채팅이 들렸다.
는 T-거
헤헤 오늘 근무 한가해서 이런 짓도 할 수 있어 흐뭇하다... 그나저나 루쉰 슨상님 사랑해여! 간만에 아큐정전 다시 보니까 재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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