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이제부터 따로 움직이자. 넌 네 갈 길 가고, 난 내 갈 길 가고.
그래. 다 좋다 이거야. 나랑 무슨 상관이야??? 정도는 아직 감정이 안 풀렸구나,
아직 문옥경 화났구나. 그래 정말 화날만하지. 최애 후배 앞길을 혜랑이 글케 만들었는데
그게 그렇게 쉽게 용서가 되겠냐고.
3개월이 지났지만…거기서 둘 사이는 진전이 없었을 수 있으니까.
혜랑아 어서 제발 정신 차리고 옥경이 마음 좀 돌려라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문옥경 매몰차게 벌떡 일어나더니 그 와중에 존멋 가죽 착장을 차려 입고
나도 오늘이 마지막이래……….와놔…………………옥경아…
혜랑이도 매란을 떠날 예정이긴 하지만 이건 차원이 다르지.
‘나도’가 아니야 ‘나도’가.
아니, 옥경아. 너는 ‘나는' 오늘이 마지막이야.라고 말하고 있다고.
옥경은 그냥 정말 그 누구와도 ‘상관없이’ 떠나는 거야.
혜랑은 매란은 떠나도 마음으로는 국극에서도, 옥경에서도 떠나지 않았어.
어차피 고 부장이랑 짜고 매란 돈 다 해먹었는데, 걸리면 떠날 각오도 이미 서 있었을거야.
그래도 그 떠나가는 대상에 결코 옥경은 없었어.
근데 옥경은 한 가닥 붙들 실오라기도 남겨두지 않고 다 정리해버렸어..
하고 싶은 것도 보여줄 것도 없고. 매란도 국극도 미련 없는 제로의 상태가 되신 옥경.
그만큼 첫공에 다 때려 박고 걍 님 이미 강을 건넌 것임.
여기서부터 혜랑본이 정말 연기 압권인게, 그 뇌정지 온 상태에서
이 상황 이해해보려고 하나하나 묻는거에 따라 우리도 더듬더듬…
한번도 짐작조차 해보지 못한, 생각조차 못했던 문옥경의 이별 준비를 추측하기 시작해.
-그만두면 어디로 가겠다는 거야?
뇌정지 온 혜랑에게 옥경은 평온하게 자기 앞길을 차근차근 말하지.
이때 왜 목소리 스윗해여????? 진짜 도란나…뭐 이렇게 다 말해 줘…
그냥 내친 김에 왜 니가 알아서 뭐하게 그냥 이렇게 끝까지 해대지 왜 이러지 대체ㅜㅜ
-영화를 할거야. (심지어) 이미 계약도 했어.
계약?
그리고 바보와 공주 첫공이 자기의 국극 인생 엔딩이고,
혜랑과도 다른 길을 갈 거고 차는 갖고가고 집은 주고 가야겠다 이런 세부 사항도 ㅈㄴ치밀하게 결정해놓은 거야 그럼?
이혼도 이혼하자 하고 준비하는 거지 혼자 준비 다 해놓고
난 준비 다 끝났으니까 오늘 이혼! 이거야 지금?
이 모든 것을 문옥경은 혜랑과 한 집에서 살고, 함께 바보와 공주를 연습하면서
차곡차곡 진행해온거란 사실에 우리는 혜랑과 똑같이 뇌정지 경험.
삐—이—이—
이때, 정말 혜랑의 본 모습이 나타나.
-옥경아, 나는? 나도 같이 가는 거지?
그 순간 ㅈㄴ카리스마있게 옥경을 아편굴에서 끌고 나오고, 무대 장악력 지리고,
옥경 지켜 하면서 기자들 매수하고 고부장같이 더런 놈이랑 손잡고 드런 일하고
아편 기사 터졌을 때 기자한테 전화 돌려서 사자후 호통 치던 혜랑의
지나칠 정도로 강인한 모습이 다 날아가고 옥경과의 관계에서 사실상 본질적이었던
(어쩌면 무의식적이었던) 부분이 드러나.
사실 옥경에게 의존하던 것은 혜랑이었다는 관계의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하지.
혜랑은 그냥 ‘아이’가 되어버려…버려지는 것이 두려운.
보통의 동등한 관계였다면,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가 있어? 한 집에서 밥먹고, 은재 키우고,
지금까지 국극연습을 하면서 넌 3개월 동안 오로지 나한테 어떻게 복수하고, 나를 어떻게 떠날지 생각했니???
뭐 이런식으로 화를 내야 마땅한데. 혜랑은 화조차 제대로 내지를 못해.
-나는?
나 그냥 이 순간 혜랑이가 너무 딱해서 잠시 화면을 못봤다.
옥경을 지키겠다는 혜랑은 마치도 뭐랄까…버둥거리는 어린아이처럼 보였어.
다른 정체성이 아무것도 없고 오로지 버려지는 사람으로서 존재하는 것 처럼 보이는 혜랑이.
정말 마음이 아프더라. 사실 혜랑이 보는게 마음이 아파서 문옥경이 더 나쁜 놈 같기도 했어.
그렇지만 헤어질 때 착한놈이 더 나쁜놈인겨...
오히려 혜랑은 내가 어떤 사람으로 그를 사랑할 것인가를 생각할 힘이 없었던 것 같아.
옥경을 지키기 위한 자신의 방법론에 대한 윤리적 판단이나, 신념같은 것도 없었던게 사실이잖아.
일종의 절박함만 있있다고 할까? 그러니까 그 방식이 사실은
자기도 옥경도 심지어는 정년이 마저도 다치게 했던거야.
이제껏 혜랑은 근본적으로 늘 옥경이 자기를 버리면 어떻게 하지? 또는 나를 떠나면 어떻게 하지? 하는 불안이 가장 컸던 것 같아.
그건 혜랑이 가진 고유의 불안정한 애착관계일 수도 있고,
혹은 문옥경의 성품에서 비롯(혹은 세계최고존잘에서 비롯)되는,
그래서 옥경을 가지려 드는 자는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불안일 수도 있겠지.
그래서 혜랑은 어쩌면 옥경을 지키는 일에 더 집착했을 수도 있어.
옥경이 늘 떠날 것 같은 불안이 있으니 어떻게든 붙들어 보려 했겠지. 그것이 옥경을 ‘지키는’일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사실은 옥경에게 의존되어 있는 자신의 불안을 지워보려는 일들이었을 수도 있고.
-이제부터 따로 움직이자. 넌 네 갈 길 가고, 난 내 갈 길 가고.
혜랑이 이걸 견딜 수 있겠어? 절대 못 견디지…보는 시청자들도 못 견딜 지경인디….
이내 자기가 얼마나 문옥경을 위해 희생했는지 쏟아내기 시작해.
아편굴에서 다 죽어가던 널 내가 살렸고, 내 손 더럽혀가면서 널 지켰어!!!!
혜랑은 그런 종류의 희생으로 옥경을 쥐락펴락하고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그래서 옥경이가 자기 없으면 못산다고 믿고 싶었겠지만,
자신이 하는 일들이 옥경에게 필요한 희생적 사랑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그건 자해같은 거나 마찬가지였어.
옥경의 숨통을 조이고, 혜랑 자신을 망가뜨리는 그런 것이었음을.
게다가 그건 옥경이 원한 것도 바란 것도 아닌, 그저 혜랑이의 것이었지.
옥경이 버린 것은 어쩌면 혜랑이가 아니라 혜랑이 붙들고 있던
문옥경이 아닌 문옥경이었겠지.
혜랑이가 마음 먹으면 쥐고 놓지 않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환상같은거.
놔주지 않으면 절대 나를 못 떠나간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잡지조차 못했던 거.
옥경이 떠나고 말고는 내가 결정하는게 아니라 옥경이가 결정한다는 거.
그런 관계의 진실말이야.
이제 더 이상 혜랑이는 이 진실의 국면에서 도망칠 곳이 없어.
그런데 신기하지? 혜랑은 자기가 얼마나 희생했는가에 대해서만 말하지
옥경이 얼마나 나를 아프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표현하지 못해.
난 이 두 사람한테 너무 안타까운게, 네가 하는 그것이 나를 얼마나 아프게하는지 서로 말하지를 못해.
옥경만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혜랑도 그러네.
난 그게 이 두 사람이 (특히 혜랑이)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어서 슬펐다.
자신을 정말로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이 어디가 아픈지조차 모르니까.
내가 아프다고 말할 수가 없지.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이상하게 상대방이 더 싫어할 표현을 하지, 자기를 위해줄 표현을 찾지 못해…
그래서일까? 옥경 또한 혜랑의 표현을 넘어서는 진실을 발견하려고 하기보다는...
그런 혜랑에게 문옥경은 마지막 쐐기를 꽂아. 아니 대못을 박아.
5) 날 손아귀에 넣고 있었다고 착각하지 마. 넌 한번도 날 완전히 가진 적이 없어.
-날 손아귀에 넣고 있었다고 착각하지마. 넌 한번도 날 완전히 가진 적이 없어.
여기서 압권은 옥경이 말로만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눈빛으로 말한다는 거야.
눈깔이………걍……어휴…………
그냥 저 세상 공허의 눈빛으로,
공주님 모르시는 세상으로 가는 사바세계 떠난 왕자님 눈빛 그것이야.
마치 우리가 언제 뭐 서로를 소유한 적은 있었니? 이런 눈깔로.
이 사람이 정말 정년이 봣을 때 그 초롱초롱한 눈빛의 문옥경이 맞아??
화장을 지우며 뇌도 지웠나봐.
옥경은 국극 속에 정말 혜랑이를 사랑했던 모든 기억마저 놓아두고 온 사람의 얼굴로 말해.
(그나마 완전히…라고 했으니까 그래도 일부는 가졌었다는 뜻일까? 어휴…….)
약 1-2초 동안 옥경의 얼굴을 바라보던 혜랑은…
그러니까 그 눈을 들여다보던 혜랑이 바로 무릎을 꿇어.
혜랑의 이런 비굴한 태도 때문에 마치 문옥경의 이별 멘트들은 이 두 사람 가스라이팅 관계였나? 라는 느낌마저 주는데,
사실 그건 혜랑본의 연기와 옥경본 연기의 궁극의 시너지에서 오는 거라 생각해.
이 대사가 참 그런게 중의적인 뜻을 담고 있잖아.
-넌, 나를 가질 수 없어. 넌 그럴 자격이 없어. 넌 그럴 능력이 없어. 넌 나에게 부족한 사람이었어. 일 수도 있고,
-난 아무에게도 소유되지 않아. 난 태생이 그런 사람이야. 네가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난 속하지 않아.
아마 옥경은 두번째 의미로 말했겠지만, 혜랑은 첫번째 의미로 알아들었을 거 같아.
혜랑은 그동안 자신이 그렇게 애써 옥경을 위해 바쳤던 희생이 다 모래처럼 흩어져가는 것을
그 짧은 순간에 목격해.
아편굴에서 옥경 끌고 나온거? 고부장이랑 돈 빼돌려 기자 관리한거? 왕자로 군림하게 한거? 왕자 넘보는 후배들 어떻게든 꺾어버린거?
그 모든 것이, 어쩌면 이 바람같은 인간 앞에서 모래처럼 날려가는 것을 실시간 직관하면서 혜랑은 순식간에 깨닫게 되지.
-옥경이를 잡을 수 없구나. 내가 했던 그 어떤 것으로도 옥경을 잡을 수 없어.
너와 나. 옥경이와 나.
이게 혜랑이 속에서 한 덩어리로 융합되어 있었던 거 같아.
내가 떠나면 옥경이도 떠날거라고 소복에게 큰 소리 치던 혜랑.
하지만 혜랑은 옥경이 떠나도 자신이 잡을 수 없음을 알게 되지.
왜냐하면 혜랑은 옥경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으니까.
물론 옥경은 영화판으로 가지만 혜랑은 그의 마음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어.
그리고 사실 지금껏 한번도 알지 못했음을 처절하게 깨달아.
너무 옥경을 따라 가고싶지만 갈 수 없음을
너무 옥경을 가지고 싶지만 가질 수 없음을
혜랑은 어쩌면 처음부터 진실을 알고 있었을거야.
그렇지만 이 순간, 옥경의 눈빛 속에서
더 느린 속도로 알갱이 알갱이 알게 되는 것 같아.
옥경의 눈빛에서 무엇을 봤을까? 사실 저 대사 후에 혜랑이 두 번 눈을 깜빡이는데 아마도
옥경이의 눈 속에 더 이상 혜랑 자신이 없다는 것을 보게된 것 같기도 해.
혜랑은 붙들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거야.
그래도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혜랑이라는게 마음이 아프다.
무릎을 꿇고, 그의 옷깃을 붙들고, 그의 손을 잡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가 다 잘못했다고 제발 나를 버리지 말라고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비굴한 모양새로 매달려 보지만 끝은 정해져 있겠지.
그런데 이 장면에서 정말 킹받는건
그런 혜랑이를 보지 않고 순간 어딘가로 시선을 피하는 옥경이야.
꼭 거울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문을 바라보는 것 같기도 해서,
옥경이 완전히 마음을 굳혔음을, 혜랑의 이런 태도에 무심해 보이는 연출과 연기가
지리면서도 킹받음이여.......
아니 근데 APAN은 예쁜 문옥경 다 놔두고 혜랑이 찰 때 눈깔 도른 자료 화면으로 수상 후보 발표하는거 머임
물론 366일 존잘인데 아 정년이랑 정자씬도 있고, 국극 장면도 존잘 수만장이고 아니 하다 못해 아편 기자회견도 잘생겼는데
좋은 거 다 놔두고.....
정년이 안본겨?? 이????
암튼....
얘들아.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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