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이전에 게시판에서 이 녀석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던게 기억이 나는데, 2002년에 만들어졌던가 그런 동일본의 시제 전동차요. 정확한 계열 이름은 E993계라 하오. 이 녀석은 5량 편성의 물건으로 시제차일 뿐, 향후 양산형으로 가면 조금 바뀌어 나오게 될게요. 역시 일본애들은 돈이 많아서인지 시제차를 참 열심히 지르는 것 같소. 물론 이 녀석 자체가 지금껏 나왔던 통근용 전동차의 개념을 완전히 뒤흔드는 녀석인 만큼, 천상
시제 한번 만들어보지 않으면 안되긴 하지만 말이오.
이 E993계 전동차의 기본 설계개념은 두가지를 잡고 있소. 시스템 변화와 IT의 활용이오.-_- JR 동일본의 영문자료에는 이런 식으로 매우 Stupid 한 개념을 걸어놨구랴. 사실 좀 더 세부적으로 본다면, 신기술 적용, 코스트다운, 쾌적성 확대 정도가 정확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을 듯 하오. 이를 위해서 상당히 독특한 기술들을 많이 적용했음을 볼 수 있소. 일단, "Advanced Commuter(AC) Train"이라는 이름 답게, 최신식의 통근형 차량임에는 틀림없고, 교외형으로의 적용성 역시 E231이랑 별 차이가 없어 보이오. 다만 더 깨는 건 급행/특급형 차량에 까지 동일 설계를 적용할 수 있는 걸 목표로 하는 모양인 듯 하오. 최고속도는 130km/h라고 하고, 시제차 인테리어 중에 꽤 고급화된 리클라이닝 식 크로스 시트(그러니까 새마을이나 무궁화호 좌석 같은 타입)를 적용한 칸이 있다고 하니 말이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연접대차를 통근용 차량에다 적용시켜 놨다는 점이오. 아마 전세계적으로 매우 드문 케이스가 아닐까 싶소. 연접대차를 활용할 경우 일단 차량의 높이를 조금 더 낮출 여지가 생기고, 객실 소음도를 낮추기 쉬워지며, 대차 수가 줄어듦으로서 중량 경감이나 정비소요부의 축소를 얻을 수 있게 되오. 대략 5량 1유닛으로 짜맞추면서 연접대차 4개조에 일반 대차 2개조로 맞추었소. 다만, 연접대차 적용으로 인해 차량 길이의 조정이 이루어졌는데, 중간 차량은 13.4미터, 양 끝단 차량은 16.5미터 길이가 되었다고 하오.
물론, 차량 길이가 전통적으로 쓰인 20미터급에 비해 너무 짧다는 감이 있지만, 중간차 5량과 종단차량 2량으로 짜맞추면 20미터 5량과 동일한 길이가 나오는 모양이오. 차량은 3비차로 설계되어 있지만, 실제 문 위치는 20미터 차량의 것과 호환 가능한 위치에 놓여진다고 하긴 하오. 아주 딱 맞지는 않는 것도 같긴 하지만 말이오.
연접대차는 TGV나 G7에 적용되는 접시식의 1점 지지 타입이 아니라, APT에서 쓰이는 것과 유사한 4점 지지 타입(각 객차 당 지지점 2개씩이 할당되오)과, 한쪽 객차만 대차에 직접 지탱되고 한쪽은 다른 객차에 얹혀져 있는 식(의외로 이런 레이아웃의 연접차들이 꽤 되오. 주로 시가전차용이지만)의 2점 지지 타입이 섞여 있다고 하오. 기계적으로는 좀 복잡해 지지만, 아무래도 중량이 확 걸릴땐 이쪽이 덜 부담스러우니 이렇게 만든 듯 싶소.
그리고, 동력 대차를 연접대차 중 중간에 있는 2개에 설치하였소. 이전처럼 칸 마다 계열명을 먹여야 하는데 그게 상당히 까다로워 지긴 하지만-_-, 일단 정 가운데 있는 녀석이 동력차로, 나머지는 부수차로 치는 모양이오. 이 동력 대차가 정말 제대로 된 물건이라 할 수 있는데, DDM(Direct Drive Motor)라는, 축 자체를 모터로 만들어 적용한 타입이오.
전통적으로 모터 설치 방법에는 조괘식이라고 대차에 걸쳐놓는 방식과, 카르단 식이라고 해서 대차 상에 모터를 설치하지 않고 차체에 설치한 후, 드라이브샤프트 같은 걸 연결해서 차축을 구동하는 방식 두가지가 있소. 전자의 경우 대차 중량이 늘어나서 승차감이 나빠지고, 선로 부담이 늘어나서 잘 안쓰고, 주로 후자를 보통 쓴다오. 그러나 이 DDM은 모터를 최대한 경량화하고, 중간에 기어같은 부속을 없앤 다음 차축에 직접 모터를 설치하는 방식을 적용하오.
이는 브러쉬가 없어도 되는 유도전동기(모터)를 적용하기에 가능한 묘기라면 묘기인 셈인데, 덕분에 엄청난 고속성능과는 좀 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기계적으로 매우 단순하게 연접식 동력대차를 만들 수 있게 되었소. 축중이 조금 늘기는 하지만 일단 기어같은 기계부속이 없어지다 보니 유지보수가 절감되고, 또 기계부가 잡아먹는 중량도 없어질 수 있게 되었고 말이오.
객실 부분의 디자인도 개량해서, 차량 문의 가동부를 바깥으로 빼버려서(IREX 차량과 비슷하게 처리했소) 실내의 넓이를 E231보다 80mm인가 더 넓게 만들었소. E231도 처음 개발할때 말 그대로 최대한 차량 폭을 넓히도록 디자인을 한 타입인데, 그보다 넓게 디자인이 된 격이오. 연접대차부는 굴절버스의 연결부 처럼 원판을 설치하는 방식을 적용하여(이는 대차의 회전중심점이 굴절부 중심점과 일치하기에 가능한 짓이오) 통로부에도 사람이 서 있을 수 있게 디자인을 하였소. 또 대차 적용 덕에 차량 상면이 좀 더 낮아져서 일본의 전차용 플랫폼 규격과 단차가 줄어들었다고 하오.
그 외에도, 편의설비 쪽도 좀 손을 봐서 E231처럼 LCD 모니터 같은걸 설치해 두기도 했다고 하고, 그린샤 설비(크로스 시트)에는 정보단말까지 달아놓은 모양이오. 장애인용의 돌출식 슬로프도 설치를 했다고 하고, 문 수납부가 없어져서 창의 크기를 더 키워놓기까지 했소.
이 녀석의 양산형은 일단 추오 선 201계를 대체하기 위해 2006년 가을경쯤 데뷔할 것으로 보이오. 그 외에도 아마 차 바꿀 때가 된 곳에 신조차를 집어넣지 않을까 생각되고 있고 말이오. 우리나라 통근 전동차 디자인에 있어서도 배울 점이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고 말이오.
우선, DDM에 의한 동력대차 기술은 연접대차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배워볼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는 기술이라 생각되오. 저 E993계의 경우 전통적인 통상형 동력대차 보다 1개 대차가 줄어듦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성능이 발휘될 수 있는 모양이오. 물론, 부수대차 수가 줄어드는 덕을 보는 거긴 하지만, 적어도 성능면에서 현행의 카르단 식과 그리 큰 차이가 안나는 듯 하오. 기왕 할 수 있다면 더 가볍고 기계요소가 적은게 정비하기에는 여러모로 편해질테니 파볼 가치는 있을 듯 하오.
다만, 연접 설계를 적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좀 갸웃한 부분이 있소. 일단, 축중이 늘어나게 될게 뻔한데, 과연 통근용 차량처럼 공차시와 만차시의 중량이 극과 극을 달릴 경우에 별 탈 없이 다닐 수 있을지가 일단 우려되는 점이라 할 수 있소. 객차 용적이 줄어들긴 하니 아마 대충 균형이 맞지 않을까 생각은 되지만, 앞서 말한 7량 짜리(통상형 대차 차량의 5량과 동등)를 가지고 대규모의 승객이 몰렸을 때 큰 탈 안나고 다닐 수 있을지는 우려되는 부분이 존재하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 있는 곳이 생기고 있는데 이 경우에 문 위치가 정확히 호환되지 않을 경우 승하차에 지장이 발생하기 좋소. 이 부분에 대한 해결 없이는 적용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존재할 것으로 보이오. 물론, 통상형 대차 10량 길이에 맞춰서 통째로 차량을 디자인하고, 거기에 맞춰 문짝을 내버리면야 적용에 아무 문제가 없기는 하겠지만, 비용타당성 면에서 좀 골까는 짓이 될게요.
정비 면에서는 손 갈 범위를 줄인다고 하지만, 정작 연접대차 차량 정비하려면 편성 전체를 들어올려 정비해야 하고, 중간에 연결을 끊어야 할 경우에는 정말 제조공장 수준의 설비를 써야할 정도가 되기 좋은데 과연 저렇게 해도 괜찮을지는 의문이 들기도 하오. 저렇게 해도 다른 소소한 손질이 줄어들어 이익이 될수도 있긴 하지만, 정말 그런지는 굴려보기 전엔 모를 듯 싶소.
이 E993계 "AC 트레인"은 요소기술들을 보면 매력적인 부분이 넘치는 물건이긴 한데 과연 실제 차량이 나와서 영업에 넣어보기 전에는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소. 돈이 많기에 이런 디자인을 과감히 질러볼 수 있다는 건 확실히 부럽긴 하구랴. 우리나라도 이번에 신조차량이 투입되고 있지만, 전동식 도어나 LCD 모니터 적용 같은 걸 빼면(철공 신조차에는 LCD가 없던가 그렇지만) 차량 자체의 개념에서 큰 변동이 없으니 일본과 더 비교되는 느낌도 있소. 물론, 돈지랄 할 능력이 없으니 그런 거긴 하지만 말이오. 다만, 일본에서 저 E993계 양산 모델이 어떤 행보를 가는지 예의 주시하고, 다음 세대의 통근 차량 디자인에 대해서 교훈을 많이 반영할 수 있기를 기대할 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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