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사진은 스위스 국철의 RAe 2/4 "붉은 화살(Rote Pfeil)" 전동차요. 1935년에 데뷔한 1량 짜리 전동차로 당시 스위스 전체에서 가장 빠른 차량이었소. 15kV 16.⅔Hz 교류 차량으로, 200kW의 전동기 2개로 120km/h의 속도로 주행하였다 하오. 성공적인 차량이었지만, 수요가 워낙 넘쳐서 나중에 신형 차량을 개발하여 대체하였소.
아래 사진은 일본 중부 지역에 있는 타루미(樽見) 철도의 하이모180형 디젤동차요. 국철 말기에 데뷔한 경기동차로, 타루미 철도가 개업할 당시에 도입되었소. 2축차에 180마력 디젤 엔진을 탑재한 전형적인 경기동차라로, 최고속도는 80km/h를 내었소. 데뷔 1년 후인 1985년인가 로렐 상을 받았다고 하오. 현재 1량이 예비편성으로 남아 있는 상태요.
단 한 대의 편성으로 구성된 동차라는 장르는 사실 꽤 오래된 장르라 할 수 있소. 동력분산형이고 나발이고를 떠나서, 초기의 내연기관 차량은 기관차로 쓰이기 보다는 동차로 쓰인 경우가 많고, 전기차량 역시도 초기에는 일반 간선철도가 아니라 시가전차나 아예 특수용도(장대터널구간 등)로 쓰이는 경우가 많소. 심지어는 증기기관을 탑재한 동차도 존재했었소.
이런 한대 편성의 동차는 철도 초기에는 매우 일상적인 모습이었소. 이는, 당시의 철도가 비교적 비싼 서비스이기 때문에 그만큼 수요가 적어서 그렇기도 하고, 마차철도의 대체자로서 개발되다 보니 아무래도 여럿을 줄줄히 이어놓는게 익숙치 않아서 그럴수도 있소.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는 여러 대의 동차를 제어할 만한 기술력이 없었고, 부수차를 붙이기에는 그 성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소.
저 위의 붉은 화살도 그렇지만, 내연기관 동차건 전기동차건 흔히 우리가 말하는 "총괄제어"라는 개념이 없었소. 실제로, 동차를 중련해서 운전할 경우에는 각 동차 마다 기관사가 탑승해야 했고, 이 사람들이 일정한 신호에 맞춰서 변속과 가감속을 해야 했소. 이는 증기기관차 중련 연결과 마찬가지로 고도의 숙련을 요하는 운전법이었고, 대량의 인원을 필요로 했으며, 사고의 위험이 높았소. 그렇다 하더라도,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총괄제어를 구현할 방법 자체가 모호한 편이었소. 전동차는 좀 나았긴 하다지만...
그러다 보니 저런 동차들의 용도는 지금처럼 다양하다고 하기는 매우 어려웠소. 이는 지금의 동차왕국인 일본도 매 한가지였고. 한산한 지방 선구에 투입하던가, 아니면 도시 내부에 투입하는 정도가 전부였소. 전자가 이른바 디젤동차의 영역이 된 셈이고, 후자가 전동차의 영역이 되었소. 스위스 처럼 일찌감치 전기화를 추진해서 전동차 개념이 쓰인 곳들도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일반철도의 영역은 기관차 견인 객차의 영역이엇소. 이후, 일본이나 미국, 유럽에서 동차의 성능향상과 고급화, 그리고 장거리 운전의 가능성을 증명하면서 디젤동차라던가 전동차의 영역이 확대되게 되오. 트랜스 유럽 익스프레스나, 메트로라이너 같은 성공사례도 나오고 말이오.
그러나, 근본적으로 동차건 기관차건 간에 도로의 발달은 철도를 압박하게 되오. 제일 먼저, 단행 동차로 다닐만한 로컬 선구들이 자동차로 대체되오. 개인 소유의 자동차나, 버스 같은 것으로 말이오. 장거리가 비행기나 고속도로에 치이는 동안, 노면전차나 일반철도용의 단행 동차류는 승용차와 버스에 의해 잠식당하오. 이 압박의 시대가 1970년대라 할 수 있소. 미국은 아예 넉아웃 되고, 유럽과 일본도 엄청나게 데미지를 입게 되오. 이 시기는 그야말로 양면에서 압착당하는 전형적인 상황이고, 레일버스같은 것은 낭만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공기수송용으로 쓰이기 딱 좋은 상황이라 할 수 있었소.
이 자동차화의 밀물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우선 다른 대체할만한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은 지역들과, 자동차화가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생겨나는 과밀도시지역들 뿐이었소. 전자의 경우는 어떤 종류의 철도가 들어가건 일단은 기본적인 수요량이 받쳐주는 경우고, 후자의 경우는 아예 수요초과가 아주 만성화 되는 경우라 할 수 있소. 전자는 일단 기존에 가지고 있던 철도 시스템이 그냥 유지되게 되고, 후자는 장대편성의 통근차량으로 대체되면서 대량수송체제로 전환되오. 그러나 이런 선구가 광범위할리는 없었다는것이 철도가 위기에 처했던 배경이라 할 수 있소. 따라서 경쟁에 의해서건 도시화 등으로 수요 자체가 없어지건 간에 수지가 안맞는 선구들, 동차 한 칸 채우기에도 급급한 노선들은 경영 합리화의 이유로 날아가는 경우가 매우 잦아지게 되오.
그러나, 철도교통은 공공재적 성향이 다분하다 할 수 있었고, 정치인의 표몰이용이건 아니면 정말로 정부차원의 필요에 의해서건 수요부족하에서라도 일단은 굴리긴 굴려야 한다는 노선들은 존재하게 되오. 유럽도 그런 구석이 종종 있지만, 일본이 정말 대표적이라 할 수 있소. 일본은 아예 더 나가서 정치가들의 치적사업용으로 벌려놓은 케이스도 엄청나게 많고, 한쪽에서는 폐선하고 한쪽에서는 건설하는 웃기는 경우도 나오게 되오오. 이런 상황에서 낡은 설계는 그냥 쓰기 매우 곤란하고, 그렇다고 본선용으로 쓰는걸 막 가져다 쓰기에도 어정쩡한지라 이런 용도에 맞는 철도차량이 나오게 되는데, 유럽이나 영어권에서는 이걸 레일버스라 부르고, 일본에서는 경기동차라 부르오. 전기화가 되어 있는 몇몇 특이한 구간에서는 단행 전동차도 나오지만 이건 스위스나 오스트리아 처럼 전기화에 목숨건 나라에서나 나오는 특수한 케이스라 할 수 있고, 대개는 전기화 자체가 돈아깝다고 내연기관 베이스의 차량을 만들어 투입하오.
그러다 보니, 이런 차량의 설계는 근본적으로 철저하게 가격을 싸게 맞추고, 대량은 아니지만 생산도 간단하게 하고, 성능 역시 선구 조건을 고려하지만 대충 돈 안들이고 맞출 수 있는 수준으로 잡아서 설계하오. 어차피 사람을 가득가득 태우고 마구 가감속하면서 다닐게 아니다 보니 크기 면에서도 많이 양보하는게 가능하오. 단행 디젤동차를 과밀선구에 밀어넣겠다는 케이스는 없다시피 하니 말이오. 그러다 보니 설계의 방향은 두 가지 형태로 가게 되오. 하나는, 이미 존재하는 자동차 설계, 대개는 버스나 트럭을 응용해서 레일 위를 다닐 수 있게 짜맞추는 경우고, 다른 하나는 부품을 최대한 간략하게, 그리고 차량의 크기 역시도 그런대로 편의에 맞게 맞추어 철도차량이되 최대한 싸게 맞출수 있게 하는 경우요.
"붉은 화살"은 좀 이 사례에 안맞지만, 아래의 하이모180형은 전형적인 케이스라 할 수 있소. 국철말기의 차량 답게 대부분의 부품은 버스의 것을 유용하였고, 차량의 규격 역시 일반 철도차량의 절반 근처인 12.5m에 불과하오. 이는 무게와 선회반경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이를 통해서 연비향상과 선로개량, 특수한 차량 설계를 피하고자 하였소. 또, 고속성능이 요구되지 않고, 중량도 가볍고 하니 대차를 쓰지 않고 2축차로 설계를 해 버렸소. 이런 케이스 외에도 당시의 철도차량 스타일의 경기동차들은 자잘한 부품은 버스의 것을 유용하거나 폐차나 여분의 차량에서 떼어와 만드는 짓도 서슴치 않았고, 대차를 쓰더라도 축거가 짧고 가볍게 만들어 대오. 이는 일본만의 것이 아니고, 유럽에서 다니는 레일 버스들이 대개 이런 식으로 빈티나는 몰골로 다니오. 양철판 둘러만든 구식 버스를 개조한 물건이라던가.
우리나라에서도 공공성에 초점을 맞추어 이러한 단행 동차들을 늘리자는 주장은 꾸준히 나오고 있소. 허나, 이런 장르의 차량은 말 그대로 인프라가 과잉이 되어서, 이런 걸 써서라도 인프라를 활용하고자 하는 경우에서나 먹힐 수 있소. 우리나라의 철도 인프라는 과잉이기 보다는 오히려 과소한 편에 가까운 상황이오. 그러다 보니 이런 장르의 차량을 투입할만한 선구는 애초부터 교통수요가 없거나, 아니면 아예 버스나 자동차로 이미 점유되어 버려서 구태여 철도를 깔아서 다니는게 무의미한 경우가 많소. 즉, 낭만적일지는 몰라도 사업이 되지는 못한다는 이야기요. 외국 역시 사업성이 안되는 경우가 부지기수고, 그런 경우는 대개 누군가의 공적 지출에 의존하여 운영되는 경우가 허다한 셈이오. 공공성이라는 것에 대해서 지금까지와는 달리 전향적으로 고려는 해 볼만 하겠지만, 정말로 있어야 하니 지갑을 열어야 한다면 선뜻 열기가 어려운 그런 영역이라 할 수 있는 것이오.
P.S.: 1~2량 편성 수준의 경량 전동차가 다닐만한 선구는 우리나라에 없지는 않소. 영동선이나 태백선 정도면 다닐만한 여지는 있소. 다만, 이런 걸 대량으로 투입할 만큼의 수요는 역시 없기도 하거니와, 이런게 하나 들어가면 무궁화나 화물열차 하나 다닐 용량을 먹어버리는 효과도 나타나오. 결국 강릉-원주선 같은 간선철도용의 바이패스가 생겨나기 전에는 이런걸 대량 투입할 여지부터가 없다시피 한 셈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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