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감독은 “‘0’에서 다시 시작하자”고 했다. 얼핏 듣자면, 전반기의 환희를 잊고 새로 시작하자는 것 같았다. 쌓아놓은 것을 애써 지키려다 보면 반대로 수세에 몰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또 자칫 긴장을 늦췄다가는 대추격을 허용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김 감독이 ‘제로 메시지’를 전하려는 대상은 정작 다른 곳에 있었다. 김 감독은 개막 이후 대부분 선수가 잘 했지만, 그 중에서도 아쉬움을 남긴 선수를 오히려 주목했다. “‘0’에서 다시 하자”는 것은 그런 의미였다.  

프로 선수는 개인 성적을 무시할 수 없다. 예컨대 평균자책 5~6점대로 기록한 투수가 후반기에 그걸 낮추려고 애쓰다 보면 마음만 무거워질 수 있다. 몸도 덩달아 무거워질 수 있다. 김 감독이 다시 시작하자는 것은, 선수들을 시작하는 마음으로 다시 바라보겠다는 뜻도 포함된다. 

더구나 KIA는 개막 이후 선두팀 답지 않게 불펜진이 약세였다. 그 중에는 개인성적에 따라붙는 수치가 영 내키지 않는 선수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그들에게 ‘제로 정신’을 이야기했다. 연장선상에서 “숫자를 의식하고 낮춘다는 생각으로 뛰면 얼마나 힘들겠나, 그 마음을 알기에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김 감독은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는 듯 하면서도 선수들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그게 또 팀의 동력이 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김 감독은 내색하지 않을 뿐, 레이스 전체를 보는 계산 매우 철저하다.  

김 감독은 후반기 들어 첫 두 주를 매우 중요한 시기로 보고 있다. 선두로 조금 수월하게 달릴 수 있을지 여부가 그 기간에 어느 정도 판가름 날 것으로 보고 있다. 후반기 개막 2주가 지나면 팀당 100경기로 향하게 된다. 싸워야할 대상도 조금 더 구체화된다. 

후반기 첫 경기인 넥센전을 접전 끝에 연장승부까지 벌여 잡은 것은 그래서 또 의미가 있다. 후반기로 접어들며 선수들의 마음에는 최대한 여유를 심어주려하면서도 본인의 긴장도는 최대치로 올려놓고 있는 김 감독이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프로감독맞냐